진입차단시설 미설치 광주 지하차도, '제2의 오송 참사' 우려

입력 2025.08.08. 11:15 강주비 기자
설치의무 대상 불구 40% 미설치, 등급으로 판단 금물
폭우 잦아 아차하면 대형 사고…"물 차면 펌프 작용"
광주시, 지침을 '권고'로 곡해…'90% 설치' 전남도와 대비
광주 북구 동림동 우석지하차도에서 구청 건설과 도로팀 직원들이 차량출입통제 차단막 작동유무를 확인하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올여름 광주·전남을 강타한 기록적 폭우로 침수 피해가 잇따른 가운데, 침수 시 인명 사고로 직결될 수 있는 지하차도 상당수에 진입차단시설 등 필수 안전장비가 미비한 것으로 확인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7일 광주시·전남도 등에 따르면, 광주시종합건설본부(이하 종건)가 관리하는 지하차도 16곳 중 농성·효덕·비아·하남2·산정·운수 등 6곳에는 진입차단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다. 진입차단시설은 지하차도 내부 수위가 15㎝ 이상 상승할 경우 차량 진입을 자동으로 차단해 사고를 방지하는 장치다.

종건은 해당 6곳 모두 방재등급 3~4등급으로 침수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방재등급은 1~4등급으로 나뉘며, 숫자가 작을수록 침수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2023년 방재등급 4등급이던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에서 폭우로 14명이 목숨을 잃은 사고가 발생했던 점을 고려하면 등급만으로 위험 여부를 판단하긴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최근 광주·전남 지역에는 단시간에 집중호우가 반복되는 이상 기후 현상이 잦아지면서, 지하차도의 구조나 위치에 따른 정밀한 위험 평가와 시설 확충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일 광주에는 하루 동안 186.7㎜의 폭우가 쏟아져 선운지하차도에 물이 차오르며 차량들이 긴급히 탈출하는 소동이 벌어졌고, 지난달 17일에도 농성·죽림 지하차도가 침수돼 통행이 일시적으로 차단됐다.

오송 참사 이후 정부는 '도로터널 방재·환기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을 개정해 모든 지하차도에 진입차단시설 설치를 권고했다. 특히 하천구역 500m 이내이거나 종단선형이 U자형인 지하차도는 방재등급과 무관하게 설치를 의무화했다.

광주시의 진입차단시설 미설치 지하차도 6곳 중 산정·운수를 제외한 4곳은 U자형으로 확인됐다. 현행 지침상 설치 의무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셈이다.

이에 반해 각 자치구가 관리하는 지하차도 6곳 중 평지 구조인 용전 지하차도를 제외한 5곳은 모두 진입차단시설을 갖추고 있다.

전남도의 경우도 적극적으로 진입차단시설을 설치하고 있다. 도는 순천 5개소, 광양 2개소, 목포·여수·무안·장성 각 1개소 등 총 11개소의 지하차도를 관리 중이며, 이 중 순천 향매 지하차도를 제외한 전 구간에 진입차단시설을 설치했다. 도는 향매 지하차도도 예산을 확보해 조속히 시설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향매 지하차도는 하천 인접이나 U자형 구조에 해당하지 않아 법적 설치 의무는 없지만, 모든 지하차도에 설치가 권고된 만큼 정부에 예산을 지속 요청 중이며,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종건은 일부 지하차도가 설치 의무 대상이라는 사실조차 명확히 인지하지 못한 채, 정부 지침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대응에 소홀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지침에는 '방재등급이 3~4등급인 지하차도 중 U자형 구조의 경우 진입차단시설을 설치하고, 주변 여건에 따라 설치 위치를 조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으나, 광주시는 이를 단순 권고 사항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종건 관계자는 "관련 지침을 검토한 결과 '설치할 수 있다'는 식의 표현으로 돼 있어 법적 의무는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며 "지하차도 1곳당 자동 배수펌프 3~6대를 설치해 집중호우 시 자동 작동하도록 하고 있으며, 수위 감지 센서를 통해 수심이 15㎝를 넘기면 자동 경보 방송이 울리도록 하는 등 다양한 안전 대책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 연관뉴스
슬퍼요
1
후속기사 원해요
1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전남광주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1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