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양군 봉산면 유산리에 있는 죽화경은 전라남도에서 2호로 지정한 민간정원이다. 산과 들 약 15,000㎡에 500여 종이 넘는 나무와 꽃이 자라고 있다. 민간정원은 정원문화 확산을 위해 산림청장 또는 지방자치단체장이 단체나 개인이 조성한 정원을 발굴하고 등록하게 한 제도다. 민간정원을 등록하여 공개하는 경우, 산림청장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보존 가치가 있는 정원 내 식물의 보존 · 증식과 정원의 운영관리 등에 필요한 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법률에 되어있다. 「수목원 · 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정원이란 식물, 흙과 돌, 시설물(조형물 포함) 등을 전시 · 배치하거나 재배 · 가꾸기 등을 통하여 지속적인 관리가 이루어지는 공간을 말한다. 다만, 문화재, 자연공원, 도시공원, 대지에 조경을 한 공간은 정원에서 제외한다. 정원은 그 조성 및 운영 주체에 따라 '① 국가정원 : 국가가 조성 · 운영하는 정원, ② 지방정원 : 지방자치단체가 조성 · 운영하는 정원, ③ 민간정원 : 법인 · 단체 또는 개인이 조성 · 운영하는 정원, ④ 공동체정원 : 국가, 지자체, 법인, 마을 · 공동주택 또는 일정 지역 주민들이 결성한 단체 등이 공동으로 조성 · 운영하는 정원'으로 나뉜다.

죽화경은 추위로 꽃이 피지 않는 겨울을 제외하고 언제나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있는 곳이다. 20여 년 동안 죽화경을 조성 중인 유영길 대표는 "봄에는 데이지, 장미가 활짝 피어나고, 여름에는 유럽 수국, 가을에는 국화와 구절초 등이 피어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라고 말한다. 죽화경은 다른 정원과 다르게 대나무와 꽃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대나무의 고장 담양에 있는 정원인 만큼 대나무를 살려 꽃을 볼 수 있도록 정원 곳곳에 대나무 기둥 365개를 세웠다. 동양화의 사군자 중 하나인 대나무 기둥에 서양의 장미가 같이 올라가도록 해 동서양이 조화된 모습이다. 정원 주위에는 1만 개의 대나무로 울타리를 쳤다. 대나무 기둥 365개는 1년 365일을, 1만 개의 대나무 울타리는 정원을 조성하는 긴 시간을 의미한다. 숙성기간을 거치면 더 맛있어지는 음식처럼, 대나무와 장미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오랜 과정을 거치면 사람이 아닌 시간이 만들어내는 정원이 될 것이다. 광주 근교에 있는 죽화경에 광주 시민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시민들이 찾아오고 있는데, 특히 자연 속에 피어있는 아름다운 꽃을 촬영하고자 하는 사진작가들에게 인기가 높다.
정원을 산책하다 보면 펼쳐진 책 모양에 글이 적힌 나무판을 정원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정원을 만든 유 대표는 "정원을 만들면서 정원에서 살다시피 했는데, 일하며 자연에서 느낀 점들을 목판에 붓글씨로 적어서 정원에 두었다"라면서, 정원을 찾는 사람들이 "꽃과 나무를 감상하면서 목판 책의 글도 함께 보면 자연이 주는 교훈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여 말했다. 정원에는 꽃 가운데 펼쳐진 빨간 파라솔과 의자, 장미 열차, 정자 등이 있어 정원을 찾은 시민들이 쉬어가며 구경할 수 있다.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아름다운 꽃과 자연을 찾는 이유는 마음 한편에 언제나 고향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꽃과 나무로 가득한 정원에서는 새소리는 물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이 서로 부딪쳐 비비면서 나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 꽃은 물론 풀 내음도 향기롭다. 공해가 없는 맑은 공기는 절로 깊은숨을 들이쉬고 내 쉬게 한다. 정원은 그 자체로 바쁜 도시민에게 위로를 선물한다. 가족과 함께 죽화경을 찾은 김광균(광주 남구 노대동) 씨는 "주말을 이용하여 광주 근교인 이곳 죽화경에 와보니 사방에 꽃이 만발입니다. 가족이나 친구들이 함께 정원을 찾아오면 힐링도 할 수 있고, 새 소리, 맑은 바람 소리도 나고 참 좋습니다. 추천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정원은 더 많은 시민이 꽃과 나무를 즐길 수 있도록 축제 기간이 아닌 평상시에는 주말에 문을 열고 월요일에만 문을 닫는다. 봄 데이지 장미 축제, 여름 유럽 수국 축제 등 축제 기간에는 휴식 없이 매일 문을 연다. 정원을 구경할 수 있는 시간은 아침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취사는 금지되어 있으며, 반려견을 동반하는 경우 목줄과 배설물 봉투를 함께 준비해야 한다. 가을이 깊어가는 계절, 죽화경은 붉고 노란 단풍과 함께 여러 종류의 국화꽃으로 아름다워진다. 아무리 바빠도 주말에 일부러 시간을 내어서라도 광주 근교 정원에서 휴식을 취하면 건강하고 멋진 가을을 보내게 될 것이다. 무등일보 시민기자 정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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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마지막 주말, 전남에서 이른 봄 만끽하자 산수유꽃 축제가 한창인 전남 구례군 산동면 일원에서 2024년 3월17일 상춘객들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나는 노오란 산수유꽃 아래서 새봄의 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2월의 끝, 봄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아직 찬바람이 남아 있지만 남쪽에서부터 하나둘 꽃망울이 터지는 계절이다. 전남은 남해의 따뜻한 기후 덕분에 매년 전국에서 가장 먼저 봄꽃이 피어나는 곳 중 하나다. 2월 마지막 주말, 한발 앞서 봄을 맞이하고 싶다면 전남의 대표적인 봄꽃 명소를 찾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이른 봄을 만끽할 수 있는 세 곳을 소개한다.◆구례 산수유마을, 노란 물결이 넘실대는 봄의 전령산수유는 봄이 시작됨을 알리는 대표적인 꽃이다. 매화나 벚꽃보다 조금 일찍 꽃을 피우는 산수유는 특유의 노란색이 봄기운을 물씬 풍기며, 다른 꽃들보다 오랜 기간 동안 개화 상태를 유지하는 특징이 있다.구례 산수유마을은 국내 최대의 산수유 군락지로, 마을 전체가 산수유나무로 둘러싸여 있어 마치 노란빛으로 물든 작은 마을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준다. 산수유나무는 100년이 넘는 수령을 가진 것들도 많아 오랜 세월 동안 봄을 맞이해온 곳이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3월이 되면 마을 전체가 산수유 꽃의 노란빛으로 물든다. 특히 마을 입구에서 시작해 현천마을까지 이어지는 산수유길을 따라 걷다 보면 봄이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할 수 있다. 산수유마을에서는 다양한 산책로가 마련돼 있어 천천히 걸으며 꽃을 감상하기 좋다. 노란 산수유꽃과 한적한 전통 돌담길이 어우러져 운치 있는 풍경을 연출한다. 또한 마을 곳곳에 작은 정자가 있어 쉬어 가기에도 좋다.좀 더 색다른 경험을 원한다면 산수유 마을 전망대로 올라가 보자. 이곳에서는 온 마을이 노란색으로 물든 장관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 사진 촬영 명소로도 인기다.산수유마을에서는 매년 '구례 산수유꽃축제'가 열리지만 2월 말에도 일부 개화가 시작되며 조용히 봄을 즐기기에 좋다. 지리산을 배경으로 노랗게 피어난 산수유꽃은 사진 찍기에도 더없이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한다.산수유마을은 단순히 꽃을 감상하는 곳에 그치지 않는다. 매년 3월이면 '구례 산수유꽃축제'가 열린다. 올해 구례산수유꽃축제는 내달 15일부터 23일까지 구례군 산동면 지리산온천 관광지 일원에서 진행된다.전남 강진군 성전면 월하리 국보사찰 무위사 경내의 홍매화. 무등일보DB◆천년고찰 무위사, 홍매화가 수놓은 절집겨울이 끝나기도 전에 피어나는 꽃이 있다. 바로 홍매화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가장 먼저 꽃망울을 터뜨리는 홍매화는 붉은 빛이 더욱 선명해 '봄의 시작을 알리는 꽃'으로 불린다. 그중에서도 전남 강진의 무위사는 고즈넉한 사찰과 어우러진 홍매화 명소로 손꼽힌다.강진 무위사(無爲寺)는 조선 초기에 창건된 사찰로 국보 제13호인 극락보전이 자리한 천년고찰이다. 절 입구를 지나 마당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바로 붉은 홍매화다. 무위사의 홍매화는 오래된 사찰과 함께 오랜 세월을 견뎌내며 매년 봄이면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특히 절 마당에 우뚝 선 홍매화는 국보급 고건축과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 같은 풍경을 만들어낸다. 전각의 기와 지붕 아래 흐드러지게 핀 홍매화는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마치 조선 시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준다.무위사의 홍매화는 2월 말에서 3월 초 사이 절정을 맞는다. 이맘때 방문하면 절 마당 곳곳에서 분홍빛 홍매화를 감상할 수 있다. 고즈넉한 절집과 매화 향기가 어우러진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바쁜 일상 속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고요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홍매화를 보는 김에 강진청자 축제도 즐겨볼 수 있다. 강진 청자축제는 22일부터 내달 3일까지 대구면 고려청자박물관 일원에서 열린다. 축제 기간 봄나물 캐기 체험, 불멍캠프, 화목가마 장작패기, 소망등 달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참여할 수 있다. 특히 에어돔 내부에 마련한 물레 성형체험을 통해 날씨와 관계없이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장흥 천관산 동백숲 전경. 무등일보DB◆장흥 천관산 동백숲을 거닐다"동백은 지지 않는다. 그대로 떨어질 뿐이다."붉은 꽃잎을 한 장씩 떨구는 다른 꽃들과 달리 동백꽃은 한 송이 그대로 땅으로 떨어진다. 겨울의 끝자락과 봄의 시작이 만나는 길목에서 전남 장흥 천관산(天冠山)의 동백숲은 그 붉은 색으로 계절의 변화를 알린다.장흥 천관산(723m)은 '하늘의 면류관'이라는 뜻을 가진 명산이다. 가을에는 은빛 억새로 유명하지만, 겨울이 끝나갈 무렵이면 산자락을 따라 붉은 동백꽃이 피어나며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천관산 동백숲은 남쪽 해안과 가까운 따뜻한 기후 덕분에 2월 말부터 3월 초까지 만개한다. 붉은 동백꽃이 초록빛 숲을 배경으로 활짝 피어나고, 떨어진 꽃들이 바닥에 카펫처럼 깔리면서 몽환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이곳의 동백나무들은 오랜 세월 자생해온 자연림으로, 인공적으로 조성된 동백 정원과는 다른 원시적인 느낌을 준다. 숲이 깊고 조용해 산책하며 사색하기에도 제격이다.천관산 동백숲을 즐기려면 천관산 자락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를 걸어보자.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동백꽃뿐만 아니라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천관산의 수려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산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것과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다.동백꽃을 감상한 후에는 장흥의 자연과 문화를 함께 즐겨보자. 특히 장흥은 한우와 키조개 요리로 유명하다. 꽃놀이 후 장흥식 한우구이나 키조개 삼합을 맛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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