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11일 오후 5시쯤 광주 북구 두암동의 한 횡단보도에서 시내버스가 아홉 살 초등학생을 충격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횡단보도를 건너려던 초등학생을 우회전하던 시내버스가 충격한 것이다. 시내버스가 횡단보도 앞에서 일단 멈춤을 하기만 했어도 예방할 수 있는 사고였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8~2020년 우회전 차량 교통사고로 인한 보행 사망자는 212명, 부상자는 1만3,150명에 이른다. 횡단보도내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2022년부터 교통법규가 '보행자 중심'으로 바뀌었다. 법규가 바뀌기 전에는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보행자가 있을 때만 차량이 멈추면 됐지만, 법규가 바뀐 후에는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대기 중인 보행자만 있어도 멈춰야 한다.
횡단보도에서 우회전할 때 보행자가 있으면 우선 정지하도록 제도를 개선, 단속을 강화한다는 취지의 법규 개정이다. 법규뿐만 아니라 교통신호 시설도 바뀌고 있다.
횡단보도에서 주위 교통을 살피지 않고 스마트폰만 보다가 길을 건너다 발생하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바닥 신호등'이 설치되고 있다. '바닥 신호등'은 시선이 바닥으로 향한 상태에서도 신호를 확인할 수 있도록 횡단보도 바닥에 설치한 제2의 신호등이다. 일부 지역에는 바닥 신호등과 함께 '자동음성 안내 장치'가 설치되어 있기도 하다.
자동음성 안내 장치는 보행자가 적색 신호에서 횡단보도로 진입할 때 "위험하오니 뒤로 물러나 주십시오"라는 음성 안내 방송을 내보낸다. 어린이보호구역에 특별히 설치된 시설도 있다. 횡단보도 앞에 밝은 노란색으로 설치된 '옐로카펫'은 교통사고로부터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되어 있다. 밝은 노란색은 멀리서도 잘 보이기 때문에 운전자가 어린이 위치를 미리 확인하고 대처할 수 있다. 또한 엘로카펫은 아이들이 위험한 횡단보도내로 진입하지 않고 엘로카펫 안에 모이도록 하는 효과도 지니고 있다. 옐로카펫은 야간에도 효과적이다. 옐로카펫 상단에 부착된 태양광 램프가 보행자를 비춰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법규와 교통시설이 바뀌어도 안심할 수는 없다. 어린 초등학생들이 횡단보도를 많이 건너야 하는 등굣길 보호를 위해 선생님과 시민이 나서고 있다.
광주 남구 효우로에 살면서 진남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매일 아침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등굣길 교통안전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시민이 있다. 학부모였기도 한 김 씨는 어느 날 학교 앞을 지나다가 자동차들이 너무 빨리 달리는 모습과 초등학생이 위험한 상황을 목격하고 교통안전 봉사에 나섰다.
김 씨는 "우리 아이들이 5초 6초 정도를 남겨두고 뛰는 거예요. '어, 이것은 정말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는 제가 횡단보도 가운데로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가운데로 나가서 우리 아이들이 3초, 4초를 남겨뒀을 때 절대로 오지 못 하게끔 이렇게 막아주고요. 그리고 그다음에 5초, 6초를 남겨뒀을 때, 이때는 아이들을 데리고 같이 손을 잡고 걷기도 하고 이렇게 했죠." 김경희 씨의 이러한 봉사에 진남초등학생은 고마운 마음을 전하면서 "안녕하세요?" 하고 먼저 인사를 건넨다. 학부모 역시 고마워한다.
진남초등학교 학부모회장인 김유리 씨는 "저희 아이가 지금 6학년 다니고 있는데, 아침마다 이렇게 봉사해 주시니, 안전하게 다닐 수 있어서 참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리고 이제 지금 학부모님들께서 봉사를 많이 안 하는 상황인데, 이렇게 나오셔서 해주시니까 정말 감사하죠." 진남초등학교 김수강 교장 선생님도 "날씨가 좋은 날에는 기분 좋아서 할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을 때는 하기가 어렵거든요. 그런데도 빠지지 않고 늘 나와주시는 것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라며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교통봉사자 김경희 씨는 오히려 자신이 더 고맙고 행복하다면서 "주민들도 저를 보면서 눈을 마주치고요. 우리 학부모님들은 미소를 짓고요. 우리 아이들은 오히려 저한테 '선생님 안녕하세요? '이렇게 인사를 하고 가기도 해요. 그때마다 정말 뿌듯하고 '아! 내가 이 일을 하기를 진짜 잘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 정말 너무 행복하죠?"라고 기뻐한다.
우리 미래를 이끌어 갈 어린이가 안전한 세상이 진정 안전한 사회다. 운전자를 포함해 모든 시민이 교통안전을 위해 노력하고, 특별히 어린 학생 보호에 관심을 갖고 실천해야 한다. 정규석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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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태어났는데···" 추방 위기 놓인 미등록 이주 아동들 광주외국인주민지원센터에서 이주민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아이라 본인은 '한국인'이라고 생각해요. 말도 통하지 않는 필리핀으로 돌아가면 잘 적응하지 못할 거예요."지난 2014년 한국인과 결혼하며 이곳으로 온 마리아(가명·35)씨는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결혼생활 3년을 채우지 못하고 이혼해 결혼이민비자(F-6)를 잃게 되면서 불법 체류자 신세가 됐다. 이혼 후 낳은 이지영(가명·6)양 역시 '미등록 이주아동'으로 분류된다.마리아씨는 "지영이 친부와의 문제로 한국에선 출생신고조차 하지 못했다. 지난해 겨우 필리핀에 출생신고를 했다"며 "지영이 국적은 필리핀이지만, 필리핀어도 할 줄 모른다. 여느 한국 아이들과 같다"이라고 말했다.그동안 지영양은 미등록 신분으로 각종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유아학비 지원을 받지 못해 매달 비싼 수업료를 내고 어린이집에 다녀야 했고, 건강보험이 없어 고열이 나거나 알러지가 올라올 때도 입원은커녕 제대로 된 치료 없이 비상약으로 버텨야 할 때가 많았다.마리아씨는 "경제적 여건이 어려워 매달 어린이집 비용과 병원비 등이 큰 부담이다. 부모로서 지영이에게 미안한 상항이 많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지영양은 내년에 학교 입학을 준비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비자'다. 법무부는 미등록 이주아동의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이들에게 체류자격을 부과하는 제도를 시행 중이지만, 오는 3월 말 종료를 앞두고 있다.법무부는 지난 2021년 '국내 출생 불법체류 아동 조건부 구제대책'를 내놨다. 국내에서 태어나거나 영·유아기에 입국해 6년 이상 체류한 아동은 학업을 위한 체류비자(D-4)을 부여하는 제도다. 체류허가를 신청한 아동의 부모가 범칙금 납부가 어려운 상황일 때에는 일부 감면 조치를 적용하고, 양육을 위해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국내 체류를 허용했다.한국에서 태어난 지영양은 내년에 학교에 입학하면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내달 제도가 종료되면서, 강제 출국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의료·복지 서비스 접근 제한의 어려움도 계속 겪어야 한다.마리아씨는 "딸 학교 입학을 위해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봤지만 마땅한 도리가 없다"며 "수천만원의 범칙금을 감당할 여력도 안 되고, 그렇다고 어린 딸을 두고 혼자 필리핀으로 갈 수도 없어 막막하다. 범칙금을 감면해 주고 자녀에게 학업 비자를 주는 정부의 구제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이같은 처지에 놓인 지영양뿐만이 아니다. 법무부는 추산하는 국내 미등록 이주 아동은 3천여명에 달한다.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미취학 아동 등을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이미 해당 제도의 혜택을 받으며 학교에 다니던 미등록 이주 아동들도 다시 법 테두리 바깥으로 내몰리게 됐다.이주민 지원 기관 및 단체들은 이주아동이 영구적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광주외국인주민지원센터 관계자는 "한국말을 하고 한국 문화에 익숙한 미등록 이주아동들은 사실상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체류자격이 없어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인 이들이 많다"며 "임시 체류 자격을 연장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한국에 뿌리내렸음에도 부모의 신분으로 인해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한편, 법무부 관계자는 "제도 연장이나 상시화 여부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지만,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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