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풀이 후 심정지로 발견된 신입생에 대학가 '술렁'···"폭음문화 사라져야"

입력 2024.09.05. 18:07 차솔빈 기자
음주 후 혼자 남은 여대생 의식불명
권주, 압박으로 인한 폭음 여전해
20대, 폭음 위험성 미처 알지 못해
수칙, 교육으로 바른 문화 만들어야

광주 한 대학 캠퍼스 내에서 폭음한 여대생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대학가에 충격을 주고 있다. 신학기 신입생 환영회나 동아리 활동 등 대학생들의 잘못된 음주문화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만큼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더욱이 해당 여대생을 이송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까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5일 광주 동부소방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32분께 광주 동구 서석동 조선대학교 체육대학 앞 벤치에서 신입생 A(19·여)씨가 쓰러진 채 발견됐다.

119구급대는 심정지 상태인 A씨를 응급처치하며 이송병원을 섭외했지만, 조선대병원 응급실 측에서 "의료진 여력이 부족해 수용할 수 없다"며 타 병원으로 이송을 권유했다.

이후 전남대병원 응급실로 옮겨진 A씨는 현재 의식불명 상태로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다.

대학 동아리 농촌 봉사활동을 다녀온 A씨는 전날 오후부터 뒤풀이에 참석해 캠퍼스 주변 술집을 비롯해 학내 체육대학 인근 벤치에서 술을 마셨고 일행이 모두 떠난 뒤 홀로 벤치에 남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대 측은 "A씨를 비롯해 5명의 동아리 일원들이 함께 뒤풀이를 했으나 다른 인원들이 취해 모두 집으로 돌아가면서 A씨가 혼자 남겨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대학생들의 잘못된 음주문화로 인한 사건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광주 소재 모 대학교 MT에서 신입생 1명이 지병이 있음에도 억지로 술을 마시다 과호흡 증세를 호소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앞서 2017년에는 강원 고성의 한 콘도에서 OT에 참석한 신입생이 만취 상태로 사라져 기계실에서 손가락 3개가 절단된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질병관리청의 '우리나라 대학생의 음주행태 조사'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대학생의 월간 음주율은 85.4%였고, 한 달간 한 번에 10잔 이상 마신 '폭음' 빈도도 평균 26%로, 성인 평균 17.9%에 비해 높았다. 학생들이 억지로 술을 마시는 경우로 '신입생 환영회'가 29.2%로 가장 높았고, 'MT' 22.6%, '선배와의 모임' 21.2%, '개강·종강파티' 7%가 뒤를 이었다.

이같은 대학생들의 폭음문화와 관련 심각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크다.

조선대 재학생 박모(24)씨는 "이번 심정지 사건이 남 일 같지 않다. 신입생은 여러 행사에서 다 함께 잔을 들어 건배사를 하는 등 술을 권하는 분위기가 있어 마실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술을 마시다 기절하는 학생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음주폐해예방팀 박경아 팀장은 "20대 대학생의 경우 폭음의 위험성을 미처 깨닫지 못해 음주량이 과도한 경우가 많고, 특히 학내 인간관계 때문에 강요되는 경우도 있다"며 "절주 수칙을 지키고, 강요하지 않는 올바른 음주 문화가 조성되고 주변인의 이상 증상을 제때 파악하는 등 적절한 교육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솔빈기자 ehdltjstod@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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