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례 있으나 마나"...광주 공공기관 1회용컵 사용 여전

입력 2024.08.28. 08:16 박승환 기자
사용 제한하는 조례 만들었지만
회의·행사 때만 사용·제공 금지
환경단체 “공직사회부터 노력해야”
광주시청 1층 로비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직원들이 1회용컵을 사용하고 있는 모습.

광주시가 1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조례까지 만들었지만 정작 내부에서부터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1회용품 사용 시 페널티를 부과하거나 반입을 아예 금지하는 등 공직사회부터 철저히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27일 정오께 찾은 광주시청. 점심시간이 한창인 청사 1층 로비 곳곳은 음료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에 구내식당을 이용한 시청 직원들이 1층 카페에서 음료를 구매한 뒤 삼삼오오 테이블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그러나 대부분 직원이 텀블러 등 다회용컵 대신 1회용컵을 사용했다.

청사 내 입주한 카페 매장 안에서는 1회용컵 사용이 금지됐지만 지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시청 1층 로비 일부를 칸막이로 막아 공간을 구분해 놓은 카페 특성상 몇 걸음만 옮기면 카페를 벗어나는 꼴이 되면서 1회용컵 사용이 합당해지기 때문이다.

일부 직원들은 아예 1회용컵을 직접 챙겨와 무인 캡슐카페를 이용하기도 했다.

이곳에서 만난 시청 공무원 A씨는 "종이로 된 1회용컵은 사용해도 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간 광주 서구청의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바깥보다 비교적 선선한 청사 1층 카페 주변에 마련된 테이블은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음료를 마시는 직원들로 붐볐다.

테이블 위에 '1회용컵 사용을 금지한다'는 작은 푯말이 세워져 있어서인지 대부분 다회용컵에 담긴 음료를 마시고 있었지만 일부 직원들은 종이컵을 함께 사용했다.

서구청 공무원 B씨는 "아침에도 커피 한 잔을 마셨다 보니 동료들과 한 잔으로 나눠 마시려고 작은 종이컵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광주 서구청 직원들이 1회용컵을 들고 청사 내에 들어오거나 청사 1층 카페 주변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1회용컵을 사용하는 모습.

또 청사 외부 카페에서 1회용컵에 음료를 주문한 뒤 그대로 들고 청사에 들어오는 직원들도 꽤 많았다. 정문 출입구에 '일회용품 제로 서구 만들기', '청사 내 1회용컵 반입금지' 등이 적힌 입간판이 무색했다.

이처럼 공공기관에서 1회용품 사용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시와 광주 5개 자치구 모두 '1회용품 사용 줄이기', '1회용품 사용제한 조례'가 시행 중이지만 회의나 행사 때만 1회용품 사용이나 제공을 금지하고 있다 보니 1회용품이 공공연하게 사용되는 것이다.

실제 환경운동연합이 지난달 24일 점심시간(오후 12시~1시) 광주시청 내 카페에서 제공되는 음료를 확인한 결과 총 253건 주문 중 184건(72.7%)이 1회용컵으로 제공됐다. 다회용컵을 이용한 건수는 64건(25.2%), 개인 텀블러를 이용한 건수는 5건(1.9%)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는 1회용컵은 환경 파괴의 주범이라며 공공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플라스틱이나 종이나 1회용품은 생산하는 과정과 사용 후 폐기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와 환경오염 물질이 발생하기 때문에 환경에 큰 영향을 끼친다"며 "환경 보존을 위해 청사 안에서는 1회용품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등 공직사회부터 선제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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