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타려는데 쓰레기는 어디에 버려야 할까요?"

입력 2023.06.02. 10:24 강승희 기자
시내버스 내 테이크아웃잔 등 반입 금지
자치구들, 환경 미화 등 이유 쓰레기통 줄여
정류장 인근 쓰레기통 부재…쓰레기 쌓여
시내버스 내 테이크아웃잔과 음식물 등 반입이 금지된 가운데 시민이 버린 테이크아웃잔이 도로에 방치돼 있다.

올여름 폭염이 예상되는 가운데 본격적인 초여름 날씨가 지속되면서 음료컵을 들고 다니는 시민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문제는 음료가 담긴 일회용컵을 들고 시내버스를 탈 수 없게 된데다, 거리에 쓰레기통이 사라지면서 버스정류장이 거대 쓰레기통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민들은 쓰레기통이 없는데다 승차거부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남아있던 음료컵을 무단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호소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무더운 여름이 지속되면 악취 등 생활 민원 또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광주시와 자치구의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광주 시내버스에 부착된 '음식물 등 차내 반입 금지' 안내물.

2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개정된 광주시 시내버스 운송사업 약관을 근거로 시내버스 탑승 시 테이크아웃잔과 음식물, 20kg 이상 물품 반입을 금지하고 있으며 동물 탑승 시 운반상자에 넣어야 한다.

이에 광주시는 지난해 9월께 해당 지침을 담은 안내물을 스티커로 제작, 시내버스에 부착하도록 했다. 현재 시내버스에는 탑승 문 옆과 요금 결제 단말기 아래 등에 안내 스티커가 부착됐다.

이에 따라 승객의 대다수가 버스 탑승을 위해 일회용컵에 마시던 음료를 버스정류장에 무단투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길거리 무단 투기 방지 차원에서 자치구별로 쓰레기통을 줄여나가면서 과거 버스정류장에 하나씩 설치했던 쓰레기통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시내버스 내 반입이 불가한 테이크아웃잔과 각종 쓰레기들이 정류장 인근에 쌓여있다.

실제 각 자치구는 쓰레기 투기 방지 등 길거리 미화와 쓰레기 감량 유도를 위해 길거리 쓰레기통을 점차 줄이고 있는 추세다.

최근 3년(2021~2023년)간 광주지역 쓰레기통 현황을 살펴보면 2021년 511개, 2022년 486개, 2023년 452개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특히 남구는 2021년 50개이던 쓰레기통이 현재 16개 남아있어 5개 자치구 중 현저히 적었다.

대학생 김모(24)씨는 "잠깐이라도 더위를 피하고자 시원한 커피나 음료를 자주 마시게 되는데 절반 이상 남았어도 버스를 타려면 어쩔 수 없이 주변에 버리고 타야 해 곤란하다"며 "최소한 정류장 주변에는 쓰레기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버스기사들을 비롯한 운수업계 관계자들은 승객이 들고 탄 음료와 음식물이 다른 승객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 쓰레기통이 없더라도 버리고 타는 것을 권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버스기사 정모(53)씨는 "탑승 거부까진 아니지만 뚜껑이 없는 음료는 마시던지 버리고 타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안내 과정에서 일부 기사들과 승객들의 다툼이 생겨 민원이 들어오기도 한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마시지 않겠다고 말해도 음료나 음식물을 들고 타면 흘려서 다른 승객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쓰레기를 두고 내리는 경우도 있다"며 "정류장에 쓰레기통이 없더라도 밖에 두고 타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광주시는 쓰레기통을 늘리는 것보다 개인 텀블러 사용 등 시민 의식 향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단순히 쓰레기통을 늘리기 보다 개인 텀블러를 사용하고 본인이 만든 쓰레기는 책임감을 갖고 처리하는 시민의식도 동반될 필요가 있겠다"며 "시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다회용컵 사용을 장려하는 등 노력을 펼치고 있으니 이에 관심 갖고 동참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강승희기자 wlog@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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