⑥정주 인구 넘어 생활인구 확보 나선다
월1회·하루 3시간 이상 머물면, 안살아도 우리 주민
출근·통학 등 체류, 거주 인구보다 더 많은 생활 인구
소비로 지역경제에 큰 도움…인구 감소 억제 대안
여행·농산물 할인 '디지털주민증·전남 서포터즈 인기

인구감소로 지방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자치단체가 생활인구 끌어들이기에 나섰다. 출산을 늘리기 위한 출생·육아 지원부터, 일자리를 만들어 대도시도 떠났던 청년들을 돌아오게 하는 직접적인 대책이 있다. 반면 직장이나 관광, 공부, 휴양 등 하루 3시간 이상 월 1회 이상 지역에 머무는 생활인구를 늘리는 것은, 주민등록상 정주 인구가 늘어나지는 않지만 이에 상응하는 효과로 이어진다. 주소를 둔 사람 못지않게 자주 왕래하는 인구도 소비를 하고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지자체들은 다양한 방법으로도 정주인구는 늘지 않는 상황에서 관광산업을 통해 생활인구를 늘려 지역 인구 증가에 상응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 관광을 통해 관계·생활인구 늘리기에 힘쓰고 있다. 생활인구 늘리기는 주로 관광분야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데, 전남도 역시 전남애 서포터즈를 모집해 생활인구를 늘리고 다양한 체류형 관광 프로그램를 만들어 추진하고 있다. 관광도시 뿐아니라 전시와 공연, 회의가 많은 도시들은 생활인구가 기여하는 몫이 매우 크다. 이들 덕분에 식당과 숙박업소가 먹고 살고, 기념품가게도 돈벌이를 한다.
◆지역 살릴 '생활인구' 도입 추진
생활인구는 기존의 주민등록 인구를 비롯해 하루 3시간 이상 월 1회 이상 머무르는 내국인과 출입국관리법 제31조에 따라 등록한 외국인 등을 포함한다. 5일은 대도시에서, 이틀은 전원생활을 한다는 '5도2촌', 출근하거나 학교에 다니는 경우, 관광·휴양지에 체류하는 경우 등도 생활인구로 규정한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지리적 장벽을 넘어 왕래하는 생활인구가 많아져, 생활인구가 정주인구가 되면서 지방소멸 위험을 억제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7월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에 생활인구 개념을 도입했고, 전국 7개 시·군의 생활인구 시범 산정해 그 결과를 발표했다.
생활인구는 관광유형과 군인유형, 통근유형, 외국인유형, 통학유형으로 구분했으며, 통근 유형인 영암군은 주민등록인구보다 왕래하는 인구가 훨씬 많은 곳이다.
2023년 6월 기준 영암군 인구는 6만명이지만 체류 인구는 15만8천700여명으로, 생활인구는 정주인구의 2.6배인 21만8천700여명이나 됐다.
생활인구는 지역 소멸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매우 유력한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주민등록 인구를 부양하려면 많은 복지비용이 들어가지만, 생활인구는 이런 부담이 거의 없고 오히려 숙박료나 입장료, 식사비 등 돈을 뿌리고 간다. 외국의 유명한 관광휴양도시 주민들의 소득이 높고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것이 좋은 예다.
이런 사례를 바탕으로 정부는 생활인구 개념을 널리 활용할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해 7개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벌였으며, 올해는 89개 인구감소지역 전체의 생활인구를 산정해, 이를 토대로 행재정적 특례를 부여하고 재정지원에도 반영하는 한편, 지역 실정에 맞는 활성화 정책을 펼치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 '뭉쳐야 산다'…지자체들 생활인구 확보에 합심
기초단체들도 생활인구 확보를 통해 지역 소멸에 직접 대응하고 있다. 강진군과 해남군, 영암군은 지역간 연계한 관광을 통해 생활인구를 유입시키기 위한 '강해영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3개 군은 관광 분야 광역 벨트화를 통한 참여지역 신 성장 동력 발굴 및 확보를 위해 단일 관광권역 경쟁력 극대화 및 부족한 부분에 대한 상호 보완을 추진하고 지역 연계를 통한 권역 체류시간 증대를 모색한다. 생활인구의 관광 수요 변화 대응을 위해서는 대중적 단일 목적지 중심이 아닌 인접 지역 연계 방문을 지향하고자 한다.
여기에 광역교통망 확충에 대한 선제적 대응도 눈에 띈다. 광주광역시와 영암, 강진, 해남을 잇는 고속도로 개통에 맞춰 상생 프로그램을 본격 가동한다.
강해영 프로젝트는 ▲지역을 연계한 융·복합 관광콘텐츠 개발 및 운영 ▲강해영 1박2일 시티투어 ▲강해영 전세열차 ▲특별이벤트 '강해영을 찾습니다' 진행 ▲지역주민 및 지역관광 사업체 역량강화 ▲강해영 프로젝트 활성화를 위한 관·학포럼 및 세미나 등의 홍보마케팅 사업과 직접 관광객 유치 사업 등을 추진한다.
강해영 프로젝는 올해부터 오는 2026년까지 3년동안 진행된다. 올해는 거버넌스 체계 구축 및 브랜딩과 프로그램 개발 운영, 내년에는 강해영 프로젝트 관광 콘텐츠 활성화 및 역량강화에 역점을 두며 2026년에는 강해영 방문의 해를 추진함으로써 상생협력의 선례를 남길 계획이다.
3개 군 자치단체장들은 "이번 강해영 동행 선포식 개최를 통해 그 시작을 대외적으로 널리 알리고, 전국적으로 주목받는 남도여행 권역으로 관광객 유치에 앞장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지역협력사업의 한계를 극복해 지속적인 지역 연계방안을 활발히 논의해 나가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어 "지역에서 느끼는 지방소멸은 절박하다"면서 "3개 군이 온 힘을 합쳐 관광을 통한 생활인구 유입 등 인구소멸 대응의 모범 선례를 남기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전남만의 데이터 마련해 추진해야"
이와 관련 전남연구원은 지난해 실효성 있는 전남 인구정책 추진을 위해서는 지역에 방문하는 인구를 증가시키는 생활인구 확대 정책으로 전환하고, 전남 방문인구의 실증적인 데이터 구축과 분석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전남 주민등록인구는 감소세를 보인 반면, 전남에 방문한 외지인 수는 2022년 기준 1억 2천700만 명을 돌파해 연평균 2.44%p 증가세를 띄는 것으로 분석됐다.
담양·구례·장성·화순·곡성은 주민등록인구와 생활인구 격차가 켰으며, 신안·진도·장성·고흥·해남은 생활인구 증가율이 높았다.
또 전남의 방문자와 유출객 수를 총합해 진·출입자 수를 분석한 결과, 전남과 관계 밀접성이 높은 광역지역은 광주·전북을 제외하고, 수도권 25.3%, 부산·울산·경남권 10.3%, 충청권 6.8%, 대구·경북권 3.4% 순으로 조사됐다.
이에 정주인구와 체류인구의 도시서비스 수준을 제고하기 위해 '도시기반시설 우선설치 시·군'으로 위의 지역들을 지정하고, 지방재정 투·융자 심사시 기존에 비해 완화된 기준을 적용해 도시기반시설 용량을 증가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남연구원은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 초광역 연계사업을 추진할 경우, 전남과의 관계 밀접성이 높은 수도권과 부울경권, 충청권을 대상으로 경제·비즈니스, 해양, 문화·관광, 행정분야의 지원정책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디지털주민증, 관광·농산품 할인 혜택
생활인구를 늘리는 방편으로 디지털관광주민증 제도도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추진하는 디지털관광주민증 사업은 인구감소지역을 선정해 디지털 관광주민증을 발행하고, 이를 지닌 사람들이 제휴를 맺은 관광지에서 할인받을 수 있도록 했다. 2022년 10월 강원 평창과 충북 옥천을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한 후 대상 지자체를 늘려 올해는 전국 34개 지역이 사업에 참여 중이다. 디지털관광주민증을 발급받으면 해당 지역 관광지에서 최대 50%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지난해 전남에서는 처음으로 신안군에서 시행된 디지털관광주민증사업은 전남도가 생활인구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모티브가 됐다. 인구 3만9천여명인 신안군은 지난해 5만여명이 디지털관광주민증을 발급받았다. 신안군 인구 대비 약 130%다. 올해는 신안군을 포함해 장흥군과 영광군, 해남군도 이 사업에 참여한다.
전남도는 관광공사의 디지털관광주민증과 비슷한 사업인 '전남 사랑애(愛) 서포터즈'를 자체 운영하고 있다. '전남 사랑애 서포터즈'는 인구 유출 등으로 지역의 어려움이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지역의 미래를 함께 그려나갈 대규모 후원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전남도가 지난 2022년부터 추진하는 사업이다.
전남 외에 거주하면서 전남도를 사랑하는 누구나 서포터즈에 가입할 수 있으며, 현재 48만명이 가입해 있다. 서포터즈에게는 전남사랑도민증(150여 할인가맹점)을 자동 발급해준다. 도민증을 통해 도내 농수축산물 할인 구매를 비롯한 주요 숙박·레저·관광지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농촌 살아보기·워케이션 등 다양한 사업도
'생활인구'라는 개념이 정착되기 전에도 전남도와 22개 시군은 생활인구 확보를 위해 노력을 하고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남에서 살아보기'와 농촌유학 같은 프로그램이다.
'전남에서 살아보기' 중 전국적인 히트를 친 프로그램이 강진의 '푸소(FU-SO·Feeling-UP, Stress-Off)'다. 농가에서 2~3일에서 일주일까지 숙박하며 텃밭 가꾸기, 음식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활동을 할 수 있는 '푸소'는 2015년 '학생 푸소'를 시작으로 공무원푸소, 일반인푸소, 일주일살기 푸소, 시티투어 푸소로 확대하며 10년째 운영, 매년 5만 명의 이상의 방문객이 다녀가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행정안전부가 생활인구 확대 사업의 대표 사례로 강진 푸소를 선정하기도 했다.
워케이션도 주목받는 생활인구 확보 사업의 하나다.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인 워케이션은, 직장인이 원하는 곳(휴가지)에서 동시에 업무를 보고 휴가도 즐기는 것을 말한다.
전남도 1호 워케이션 지역으로 여수시가 선정됐다. 여수시 엑스포컨벤션센터에 위치한 블루워케이션센터는 약 175㎡(53평) 규모로 한꺼번에 2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다. 사무 공간(공유오피스·소회의실)과 휴게공간(1인 폰부스·차 준비실)을 갖추고, 탁 트인 바다 전망이 돋보이도록 구성했다.
오는 12월까지 운영될 워케이션 프로그램은 참가자가 평일 3박4일 동안 여수지역 호텔에 숙박하면서, 공유오피스를 사용하고, 여수지역 주요 관광지를 체험하도록 꾸몄다.
심우정 전남도 관광과장은 "앞으로 블루워케이션 사업 대상을 확대하고 다양한 지역 특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한편, 다각적인 홍보마케팅 등을 체계적으로 준비하겠다"며 "이를 통해 전남 생활인구 유입을 증대, 지방소멸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선정태기자 wordfl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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