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에 여야도 휴전···협치 가능성은 '글쎄'

입력 2024.12.30. 16:27 강주비 기자
정치권, 사고 수습 최우선 기조 전환
민주, 최 권한대행 압박 수위 낮췄지만
31일 쌍특검 거부 시 갈등 재점화할 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종합스포츠파크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조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정치권이 전환점을 맞았다. '12·3 내란사태' 이후 치열한 공방을 벌이던 여야는 일단 사고 수습을 우선하며 충돌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헌법재판관 임명이나 쌍특검법(내란·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뇌관은 여전해 언제든 다시 '정쟁 모드'로 돌아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0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수습과 유가족 지원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한목소리로 밝혔다. 대규모 참사가 발생한 만큼 당분간 정쟁을 멈추고 참사 수습에 당력을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여야 지도부는 이날 일제히 참사 현장을 찾았고, 각각 당 차원의 대책위도 꾸렸다. 이날 예정돼 있던 국회 상임위 현안질의 일정도 순연키로 했다. 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내년 1월4일까지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한 만큼 본회의 등 의사일정 조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적 공방도 당분간은 소강상태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최 대행을 향한 압박 수위를 낮췄다. 당초 헌법재판관 임명과 쌍특검법 공포를 수용하지 않으면 '줄탄핵'을 예고했지만, 참사 이후 태도를 누그러뜨리며 속도조절에 들어간 모양새다.

김윤덕 민주당 사무총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파면을 위한 헌법적 절차에 조금의 차질이 없도록 해야될 것"이라면서도 "(헌법재판관 임명 및 특검법 수용 시기에 대한) 마지노선을 설정한 바는 없다. 너무나도 당연히 최 대행이 요구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 대행의 쌍특검법 거부 시 탄핵 추진에 대해서도 "좀 기다려야 하지 않겠나. 좀 신중하게, 인내심 있게 기다리면서 설득과 대화도 하고 국민과 함께 소통하는 여러 가지 과정을 통해 진행할 생각"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이는 국정 콘트럴타워 부재에 대한 화살이 당을 향할 수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정치 공세를 펴면 민심의 역풍이 불 거라는 우려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여야가 협치로 선회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핵심쟁점에서는 여전히 입장차가 크기 때문이다. 최 대행이 쌍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헌법재판관 임명을 미룰 경우 다시 대치 국면으로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최 대행의 쌍특검 공포 또는 거부권 행사 결정 시한은 내달 1일까지지만, 공휴일인 탓에 31일 정례 국무회의에서 관련 법안이 상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은 '최 대행이 두 법안의 위헌성을 인지하고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할 거로 내다보고 있다. 헌법재판관 임명도 권한대행의 권한이 아니라며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 핵심 의원이 '줄탄핵' 행보가 국정 공백을 초래했다며 민주당을 직격하기도 했다. 언제든 갈등이 재점화될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자신의 SNS에 글을 게재해 "지금 정부에는 국무총리도 행안부장관도 없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국정이 망해도 관심 없는 자가 아니라면 줄탄핵 같은 건 생각조차 하지 않는 법"이라며 "민주당의 무책임한 줄탄핵으로 생긴 국정 공백이 정말 걱정이다. 안타까운 재난의 와중에도 민주당이 예고한 줄탄핵을 실행에 옮길 것인지 묻고 싶다"고 날을 세웠다.

이에 대해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라디오에 출연해 "국정 마비를 초래한 사람은 윤석열"이라며 "내란이 해소되지 않고 내란이 진압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국정의 혼란과 국정의 마비는 계속 지속될 수밖에 없는 거기 때문에 내란 진압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반격했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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