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보수 청년도 등 돌린 '국민의힘'

입력 2024.12.11. 17:45 강주비 기자
박근우 전 국힘 대학생위원장
SNS에 "호남 우파 희망 없다"
호남 국힘 지지율 전월비 7.4%p↓
"트라우마 커…신뢰 회복 어려워"
박근우 전 국민의힘 광주시당 대학생위원장 SNS 캡처.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이후 광주·전남 내 국민의힘에 대한 실망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일부 '보수 청년'들조차도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면서, 국민의힘이 다시 호남에서 지지율을 확장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0일 보수 성향의 광주 청년 박근우(23)씨는 최근 자신의 SNS에 "이제 호남에서 우파의 희망은 없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박씨는 지난 2021년 국민의힘에 입당해 광주시당 대학생위원장을 맡고 약 1년 반 동안 지역 정치권에서 '보수 청년'을 대표해 목소리를 내왔다.

박씨는 게시글을 통해 "헌정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긴 분을 지금의 자리에 앉히는 데 일조했다는 생각에 매일 부끄럽고 괴로울 뿐이다"며 "지금 이 순간조차도 '내란동조세력'이나 '정권의 부역자' 같은 비난에 고통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박씨는 "국민 여러분께 양의 탈을 씌운 개고기를 파는 데 거들었다는 이야기, 솔직히 부정을 못 하겠다"며 "'공정과 상식'을 입에 올린 게 부끄럽지 않은가. 당신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그 추운 겨울에 열정 쏟아가며 험지에서 목숨 내놓고 활동한 우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기대도 안 할 테니, 지금이라도 제발 그 집에서 나와달라"고 윤 대통령을 향해 직언했다.

해당 게시글에는 36개의 공감과 '힘드신 거 이해한다. 저도 착잡하다', '탈당 또는 다른 당으로 이동해도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으로서 모든 것은 자유롭게 선택하면 된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이처럼 윤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로 인한 탄핵 정국 속에서 '보수의 볼모지'라고 불린 호남에서도 꿋꿋이 국민의힘에 신뢰와 지지를 보내던 지역 청년들도 여당에 등을 돌리는 모양새다.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의 득표율은 광주 12.72%, 전남 11.44%로 역대 대선 보수정당 최다 득표율을 기록했다. 기성세대와 달리 특정 정당에 대한 맹목적 지지보다는 정책과 인물로 평가하는 성향이 두드러지는 2030세대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계엄 선포·해제 이후 국민의힘 지지율은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이는 2030세대 지지층의 이탈이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여론조사 전문회사 리얼미터가 계엄 선포 이틀 뒤인 지난 5~6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12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광주·전라 지역 국민의힘 지지율은 15.5%에 불과했다. 11월 1주차 조사에서는 22.9%로 집계됐는데, 한 달여 만에 7.4%p가 감소한 것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같은 기간 57.5%(11월 1주차)에서 60.6%로 상승세를 보였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이들 가운데 20~30대의 지지율이 52.3%에서 46.5%로 6%p 줄었다. 전체 평균 감소율(4.5%p)보다 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정치평론가들은 앞으로 호남에서의 국민의힘 입지가 더욱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명진 더연정치연구소 대표는 "국민의힘이 호남에서 지지받지 못했던 이유는 5·18 군사 반란의 후예 정당이라는 인식 때문이었다 "며 "2030세대들이 이번 계엄 사태를 겪으면서 받은 충격과 실망, 트라우마는 향후 50여 년은 지속될 것이다. 국민의힘 지지율 하락은 일시 현상이 아닌 정치 구조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 탄핵 표결 때 불참하며 국민의힘은 신뢰 회복의 기회를 한번 놓쳤다. 오는 14일 때 결단을 내리지 못하면 국민의힘은 다시 민심을 얻기 어렵고, 소멸 가능성까지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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