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친한계 회동으로 세력화 시동···"믿고 따라달라"

입력 2024.10.07. 17:05 강병운 기자
참석자들 “이대로 가면 당 공멸” 인식 공유-한동훈 “물러나지 않겠다…믿고 따라달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후 친한계 회동으로 세력화에 시동을 걸었다. 윤석열 대통령 등 당정관계가 원만치 못한 상황에서 한 대표의 세력화 시동이 향후 여권내 역학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친한계인사 20여명이 참여한 이날 회동에서 참석자들은 이대로 가면 당이 공멸한다는 인식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22대 국회 국정감사 등을 앞두고, 원외 대표로서의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7일 여권에 따르면 한 대표는 전날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식당에서 친한계 의원 및 당직자 20여 명과 만찬을 진행했다. 한 대표는 각종 정국 현안을 놓고 "물러나지 않겠다"며 "믿고 따라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석자들은 만찬에서 여당이 처한 어려움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한편, 국민 눈높이에 맞게 당이 대응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한다.

만찬에 참석한 박정훈 의원은 이날 '김현정의 뉴스쇼' 라디오에서 "그동안 친한계가 모이는 게 없었고 구심점이 없기 때문에 결속력이 없었다"며 "친윤(친윤석열)계에서도 '한동훈계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나'라는 기류가 조금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짚었다.

이어 "20명이 넘는 분들의 의견을 한 명도 빠짐없이 들어봤다. 이대로 가면 당이 진짜 공멸한다는 의식은 다 갖고 계시더라"라고 강조했다. 다만 "일부 의원들은 대통령과 한 대표가 대립하는 모양새이기 때문에,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액션은 당 전체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이날 만찬에서 친한계 의원들을 적어도 50명 이상 만들자는 제안이 나온 것에는 "제안이 있었는데 그렇게 하자고 된 건 아니다"라며 "한 대표를 위한 모임이 아니라, 당이 변화해야 한다는 대의 때문에 모였다는 취지의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다른 친한계 의원은 세력화 전망과 관련, "참석자 중 한 분이 '여기 계신 분들이 한 분씩만 더 함께 오면 자연스럽게 우리가 더 커지지 않겠나'라는 말씀이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건희 여사 리스크에 대한 당 차원의 우려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이와 관련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하자"고 답했다고 한다.

만찬에 참석한 한 의원은 "국정감사 때 김 여사 의혹이 더 추가될까 봐 걱정이라는 말씀이 있었다"며 "야당에서 많이 벼르고 있다는 여러 정보가 나오고 있지 않나. 이걸 언제까지 막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들이 나왔다"고 밝혔다.

반면 친윤계에서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갈등을 빚고 있는 한 대표의 행보에 "대통령을 협박하려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당내에서는 상대적으로 말을 아끼는 분위기지만, 일부 친한계 회동에 불편해하는 기색도 읽힌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한 대표를 겨냥해 "계파 수장이 국회의원을 졸개로 부리는 건 헌법에 위배되는 짓"이라며 "패거리 정치 문화는 일본 정치계를 흉내 낸 잘못된 정치 풍토"라고 비난했다.

이어 "대선 후보 경선 때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를 선택하면 될 것을, (국민의힘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정치 초년생 밑에서 미리부터 무얼 하겠다고 무리 지어 다니나"라며 "몇 명을 무기로 대통령을 협박하려는 건지, 묘한 시기에 묘한 모임"이라고 비판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김태현의 정치쇼' 라디오에서 "한 대표가 굳이 (대통령이 출국한) 시기에 만찬을 해서 여러 가지 과거와 다른 상황을 의도적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의 이른바 '한동훈 공격 사주' 감찰을 직접 지시한 것 역시 당 장악력을 확대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날 윤리위원회 구성을 마치고 '김대남 녹취록' 논란과 관련한 첫 회의를 열었다.

다만 이같은 행보를 두고 여권 내에 비판도 제기된다. 나경원 의원은 지난 4일 라디오 방송에서 "진상조사를 할 수 있겠지만 대표와 측근들이 나서서 이렇게 이슈를 키우는 의도를 잘 모르겠다"며 "이렇게 시끄럽게 하는 것 자체가 해당 행위다. 용산이나 친윤을 겨냥한 거냐는 생각까지 들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강병운기자 bwjj238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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