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에서 내리는 순간 바닷바람 사이로 보랏빛 수국이 눈에 들어온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숲이 나타나고, 숲길 끝에서는 다시 꽃이 이어진다. 그리고 그 너머에는 다도해의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초여름 신안 도초도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풍경이다. 오는 19일부터 28일까지 열리는 ‘2026 섬 수국축제’는 꽃과 숲, 바다와 예술이 함께하는 대한민국 대표 여름축제로 관광객들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매년 수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도초 수국축제는 이제 단순한 지역 행사를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름꽃 축제로 자리 잡았다. 수국정원과 환상의정원, 팜파스그라스원, 낙우송길, 바다와 숲이 어우러진 풍경은 관광객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하며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도초 수국축제가 특별한 이유는 규모에서부터 시작된다. 수국정원에 식재된 수국 50만 본과 환상의정원에 조성된 수국 40만 본, 낙우송길과 주변 정원에 조성된 수국까지 합하면 100만 송이에 가까운 수국이 관광객을 맞이한다. 보랏빛과 분홍빛, 하늘빛, 흰색이 어우러진 수국의 향연은 마치 거대한 꽃의 바다를 연상케 한다.


축제장을 찾는 순간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곳은 수국정원이다. 전통정원과 향나무길, 잔디광장, 수국센터(H-Museum), 팜파스그라스원 등이 조화를 이루며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수국이 가득한 산책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일상의 피로를 잊게 된다.
특히 향나무길은 도초 수국정원의 대표 명소다. 수십 년 세월을 품은 향나무들이 터널을 이루고 있으며, 그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과 바람은 방문객들에게 깊은 여유를 선사한다. 길을 따라 정상부에 오르면 푸른 바다와 형형색색의 수국이 한눈에 펼쳐지며 감탄을 자아낸다.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수국 풍경은 육지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도초만의 매력이다.
수국정원 정상부 잔디광장은 많은 관광객들이 가장 오래 머무는 공간이다. 넓게 펼쳐진 잔디와 수국, 다도해 풍경이 어우러져 어디에서 사진을 찍어도 작품 같은 장면이 완성된다. 사진작가와 여행객들이 해마다 이곳을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에는 SNS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젊은 세대들의 방문도 크게 늘고 있다.
수국정원과 함께 반드시 둘러봐야 할 곳은 환상의정원이다. 길이 3.4km에 이르는 팽나무 숲길은 전국에서도 보기 드문 규모를 자랑한다. 700여 그루가 넘는 팽나무가 초록빛 터널을 이루고 있으며 그 아래로 수국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천천히 걸으며 숲과 꽃, 바람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이 길은 도초 여행의 백미로 꼽힌다.


환상의정원은 단순한 산책로가 아니다. 전남 도시숲 평가 대상과 산림청 모범도시숲 인증을 받은 전국적인 명소다.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꽃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숲이 주는 치유와 휴식을 경험한다.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공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배에서 내려 도초도로 들어서는 순간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다. 사진으로만 보던 풍경과 실제 눈앞에 펼쳐지는 수국의 바다는 전혀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언덕을 뒤덮은 수국과 숲길을 따라 이어지는 꽃길, 그리고 바다와 어우러진 풍경은 쉽게 잊히지 않는 장면으로 남는다.
축제를 찾았다면 꼭 둘러봐야 할 다섯 곳도 있다. 향나무길과 환상의정원, 수국센터(H-Museum), 팜파스그라스원, 낙우송길이다. 특히 환상의정원 팽나무 숲길은 많은 관광객들이 가장 인상 깊은 장소로 꼽는다. 초록빛 숲길 아래 피어난 수국은 마치 동화 속 세상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준다.
사진을 좋아하는 관광객이라면 이른 아침이나 해질 무렵 방문을 추천한다. 햇살이 수국 위로 비치는 시간에는 꽃의 색감이 더욱 선명하게 살아나고, 노을이 질 무렵에는 수국과 바다가 함께 붉게 물들며 환상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최근에는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공간도 주목받고 있다. 정원 곳곳에는 다양한 조형물과 예술작품이 설치돼 있어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꽃과 숲, 예술이 함께하는 풍경은 도초 수국축제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수국센터(H-Museum)도 꼭 들러야 할 명소다. 수국을 주제로 한 전시와 문화공간이 마련돼 있으며, 1004카페에서는 향긋한 커피 한 잔과 함께 정원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여행객들은 이곳에서 잠시 쉬어가며 수국정원의 아름다움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팜파스그라스원 역시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인기 장소다. 3만 본의 팜파스그라스가 조성돼 있어 마치 외국의 초원을 거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낙우송길도 빼놓을 수 없다. 773주의 낙우송이 만들어낸 숲길은 한여름에도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며 걷기 좋은 힐링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도초 수국정원의 가장 큰 매력은 꽃만 있는 공간이 아니라는 점이다. 수국정원과 환상의정원, 팜파스그라스원, 낙우송길, 수국센터(H-Museum)가 하나의 관광벨트를 이루며 하루가 모자랄 만큼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축제장을 찾은 관광객들은 꽃과 숲, 바다와 예술이 함께하는 특별한 여행을 경험할 수 있다.
실제로 도초 수국축제는 해마다 성장하고 있다. 2019년 제1회 축제 당시 1만2천 명이 찾았던 축제는 지난해까지 누적 관람객 16만8천248명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매년 3만 명 이상이 찾는 전국적인 여름축제로 성장하며 신안을 대표하는 관광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이번 축제에서는 수국 사진전과 그림 전시, 수국 화분 만들기 체험, 셀카 사진 인화 이벤트, 주민 한마당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여행은 물론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 친구들과의 여행, 사진작가들의 출사지로도 손색이 없다.
먹거리 역시 풍성하다. 향토음식점과 푸드트럭, 농수특산물 판매장이 운영돼 신안의 맛과 멋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신안 천일염과 지역 특산품은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도초도를 찾는 방법도 생각보다 편리하다. 목포를 비롯한 주요 선착장에서 여객선을 이용할 수 있으며 축제 기간에는 여객선 증편과 셔틀버스가 운영될 예정이다. 신안군은 교통과 주차, 안전관리 대책을 강화해 관광객들이 보다 편안하게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특히 이번 축제는 새롭게 출범할 민선 9기를 앞두고 신안군이 세심하게 준비하는 여름축제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수국정원과 환상의정원을 중심으로 한 정원관광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꽃은 매년 피지만 올해의 수국은 올해만 볼 수 있다. 100만 송이 수국이 절정을 이루는 열흘간의 시간은 길지 않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매년 이맘때면 도초도를 찾는다. 가족과 함께 걷고, 연인과 사진을 찍고, 친구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곳. 꽃과 숲, 바다와 예술이 함께하는 특별한 여행을 꿈꾼다면 올여름 답은 하나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초여름이 기다리는 곳, 신안 도초 수국축제다.
신안=박민선기자 wlaud22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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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앞두고 시로 바라본 경계와 기억
김정훈 시집 ‘해협 사이에 서서’(도서출판 작가).
8·15 광복절을 앞두고 한국과 일본의 역사와 기억을 ‘경계’의 시선으로 바라본 작품들이 잇따라 발표돼 눈길을 끈다.김정훈 전남과학대 교수가 최근 두 번째 창작시집 ‘해협 사이에 서서’(도서출판 작가)를 출간한 데 이어 일본 시 전문지 ‘시와 사상’ 8월호에 신작 ‘연록의 소망’을 발표하며 한일 양국 사이의 역사와 기억을 시로 풀어냈다.시집 ‘해협 사이에 서서’는 한국과 일본, 과거와 현재, 상처와 치유 사이에 놓인 ‘경계’를 주요한 화두로 삼는다. 표제작 ‘해협 사이에 서서’에서 해협은 서로 다른 언어와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 마주 서서 상대를 바라보고 자신의 기억을 되돌아보는 시적 공간으로 그려진다.‘너의 눈은/ 육지에서 섬을 비추는 불빛/ 구석구석 살피고/ 이쪽저쪽 들여다본다’(시 ‘해협 사이에 서서’ 중)시인은 바다 건너편을 바라보면서도 과거의 역사를 직시하고, 그 너머에 놓인 공존과 함께 바라볼 미래를 묻는다.시집은 1부 ‘말과 침묵 사이’, 2부 ‘국경 너머로’, 3부 ‘사이에 선 풍경’, 4부 ‘일상의 위로’ 등 4부로 구성됐다.일본 시 전문지 ‘시와 사상’ 8월 호.숙명여대 김응교 교수(시인·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사이’라는 시공간에 있기에 시인이 말하는 세계는 전혀 다른 담론을 확보한다”며 “제목 자체가 이 시집이 말하려는 바를 모두 드러낸다”고 평가했다.이명한 한국문학평화포럼 회장은 추천사에서 “김 시인은 한일 문학의 상호 교류와 번역 활동 등을 통해 느낀 소회를 바탕으로, 해협을 정시하는 소통의 메시지를 새기고 있다”며 “우리는 이 시집을 통해 아픔으로 다가오는 ‘경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곱씹으며 우리가 마주한 모순의 크기와 진정한 화해의 의미를 체감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일본 ‘시와 사상’ 8월호에 실린 ‘연록의 소망’은 광주 월드컵경기장 인근 시문학공원의 풍경에서 출발한다. 비둘기와 풀꽃, 따뜻한 봄바람 등 평범한 일상의 풍경을 통해 광주의 5월을 상징하는 평화의 바람이 해협 너머까지 닿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김정훈 시인.시인은 광주의 5월과 한일 양국 사이의 해협을 연결하며 과거의 상처가 머문 공간을 평화와 상생의 공간으로 바꾸려는 시인의 지향을 보여준다.일본에서 출간되는 ‘2026 시와 사상 시인집’에도 김 시인의 작품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수록된다. 수록작 ‘K-POP의 거리, 쓰루하시’는 오사카 코리아타운 쓰루하시를 배경으로 1세대 재일코리안의 이주 기억과 3세대 아이들의 현재를 연결한다. K-POP을 비롯한 일상의 풍경을 통해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재일코리안 공동체의 삶과 정체성을 담아냈다.1962년 무안에서 태어난 김 시인은 조선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일본 간세이가쿠인대학교에서 일본 근대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일본문학 연구와 함께 한국 저항시를 일본에 소개하는 번역 작업을 이어왔다. 마쓰다 도키코의 ‘조선 처녀의 춤’을 비롯해 한국의 저항시와 5월문학을 일본에 소개했으며, 그가 편저한 ‘조선의 저항시인-동아시아에서 바라본다’는 2023년 일본 도쿄대생이 고른 책에 선정되기도 했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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