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은 항상 너그럽고, 사랑스럽다. 4월은 대지에 봄의 시작을 알린다. 이 무렵 꼭 인용되는 시가 있으니, 토머스 엘리엇(1888~1965)의 '황무지'다. 1948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도 라일락이 자라고 추억과 정염이 뒤섞여 잠든 뿌리가 봄비로 깨어난다"로 시작하는 바로 그 시(詩)다. 화려한 봄이 혹독한 겨울 날씨로부터 비롯됐음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어느덧 봄이 왔다. 감출 수 없는 사랑·기침처럼, 우리 곁에 스며들었다. 바람은 한층 따뜻해지고 한낮에는 따뜻한 햇살이 내리쬔다. 따사로운 햇살에 생장한다. 파릇파릇한 봄 꽃들은 주변을 형형색색으로 물들인다. 4월은 희망과 설렘의 상징이다. 대지는 생기로 가득 찬다. 봄의 기운이 가득한 이번 주말 가족·친구·연인들과 일상을 잠시 떠나보는 건 어떨까. 탁트인 자연에서 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광주·전남 피크닉 명소들을 소개한다.

도심에서 자연을…하늘마당
광주 사람이라면 한번쯤 가봤을 이곳은 사람들로 항상 붐빈다. 하늘마당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조성된 시민공원이다. 동명동과 충장로 주변이라 접근하기 쉽다. 취향에 맞는 음식들을 포장해오거나 배달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옆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별처럼 조명들로 꾸며진 포토존이 있다. 피크닉에 빠질 수 없는 돗자리를 깜빡했다면 여행자의 집에서 무료로 대여해준다. 이곳은 피크닉 뿐만 아니라 문화생활도 즐길 수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홈페이지에서 전시·공연 일정을 확인하고 관람하면 좋다. 반려동물 동반 입장이 어렵고, 금연 및 금주 공간이다.



서울의 뚝섬처럼…송산근린공원
서울에 뚝섬이 있다면 광주엔 송산근린공원이 있다. 광산구 송산동에 위치한 송산근린공원은 자갈, 모래, 흙이 조금씩 쌓여 만들어진 섬이다. 이곳은 봄 되면 사람들로 가득하다. 돗자리에 누워 귓가를 스치는 바람소리와 파란 하늘을 바라보면 복잡했던 머리속이 어느새 정리된 느낌이 든다. 잔디광장을 중심으로 주변에 산책로와 플라타너스 숲,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놀이시설과 자연관찰 체험장 등이 다양하게 조성됐다. 송산근린공원은 취사는 금지지만 취식은 가능해서 샌드위치 같은 간단한 음식들은 먹을 수 있다. 반려동물도 동반 가능하다.



동화 속 풍경…지리산 치즈랜드
어릴적 자주 읽던 동화처럼 꽃들이 가득하고 양떼가 모인 곳에서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장소다. 전남 구례군 산동면에 위치해 있다. 지리산치즈랜드는 샛노란 수선화가 가득하고 꽃동산 너머 보이는 저수지가 동화 속 풍경으로 들어온 것 같다. 드넓은 초원에서 앉아서 '멍때리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봄 나들이 철이라 오후보다 오전에 가면 자연 풍경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주변에는 양떼가 있어 양풀 먹이기 등 다양한 자연체험이 가능하다. 대인 5천원 소인 3천원이고 체험비는 별도다.


낭만가득 물멍…나진피서지
물멍을 하며 낭만 가득한 피크닉을 할 수 있는 나진피서지는 여수시 화양면 나진리에 있는 작은 해안가다. 잔잔한 바다를 바로 앞에 두고 피크닉, 캠핑, 차박을 즐길 수 있다. 여수 현지인 뿐만 아니라 관광객들도 즐겨 찾는 곳이다. 바다를 보며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란히 앉아 좋아하는 노래와 맛있는 음식까지 즐길 수 있다. 평평한 노지와 화장실, 샤워실, 카페, 매점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매년 많은 캠핑족과 관광객이 이 곳을 찾는 배경이다. 피크닉이나 캠핑을 하려면 홈페이지에서 확인하고 가야한다.
이경원기자 ahk755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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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마지막 주말, 전남에서 이른 봄 만끽하자 산수유꽃 축제가 한창인 전남 구례군 산동면 일원에서 2024년 3월17일 상춘객들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나는 노오란 산수유꽃 아래서 새봄의 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2월의 끝, 봄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아직 찬바람이 남아 있지만 남쪽에서부터 하나둘 꽃망울이 터지는 계절이다. 전남은 남해의 따뜻한 기후 덕분에 매년 전국에서 가장 먼저 봄꽃이 피어나는 곳 중 하나다. 2월 마지막 주말, 한발 앞서 봄을 맞이하고 싶다면 전남의 대표적인 봄꽃 명소를 찾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이른 봄을 만끽할 수 있는 세 곳을 소개한다.◆구례 산수유마을, 노란 물결이 넘실대는 봄의 전령산수유는 봄이 시작됨을 알리는 대표적인 꽃이다. 매화나 벚꽃보다 조금 일찍 꽃을 피우는 산수유는 특유의 노란색이 봄기운을 물씬 풍기며, 다른 꽃들보다 오랜 기간 동안 개화 상태를 유지하는 특징이 있다.구례 산수유마을은 국내 최대의 산수유 군락지로, 마을 전체가 산수유나무로 둘러싸여 있어 마치 노란빛으로 물든 작은 마을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준다. 산수유나무는 100년이 넘는 수령을 가진 것들도 많아 오랜 세월 동안 봄을 맞이해온 곳이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3월이 되면 마을 전체가 산수유 꽃의 노란빛으로 물든다. 특히 마을 입구에서 시작해 현천마을까지 이어지는 산수유길을 따라 걷다 보면 봄이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할 수 있다. 산수유마을에서는 다양한 산책로가 마련돼 있어 천천히 걸으며 꽃을 감상하기 좋다. 노란 산수유꽃과 한적한 전통 돌담길이 어우러져 운치 있는 풍경을 연출한다. 또한 마을 곳곳에 작은 정자가 있어 쉬어 가기에도 좋다.좀 더 색다른 경험을 원한다면 산수유 마을 전망대로 올라가 보자. 이곳에서는 온 마을이 노란색으로 물든 장관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 사진 촬영 명소로도 인기다.산수유마을에서는 매년 '구례 산수유꽃축제'가 열리지만 2월 말에도 일부 개화가 시작되며 조용히 봄을 즐기기에 좋다. 지리산을 배경으로 노랗게 피어난 산수유꽃은 사진 찍기에도 더없이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한다.산수유마을은 단순히 꽃을 감상하는 곳에 그치지 않는다. 매년 3월이면 '구례 산수유꽃축제'가 열린다. 올해 구례산수유꽃축제는 내달 15일부터 23일까지 구례군 산동면 지리산온천 관광지 일원에서 진행된다.전남 강진군 성전면 월하리 국보사찰 무위사 경내의 홍매화. 무등일보DB◆천년고찰 무위사, 홍매화가 수놓은 절집겨울이 끝나기도 전에 피어나는 꽃이 있다. 바로 홍매화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가장 먼저 꽃망울을 터뜨리는 홍매화는 붉은 빛이 더욱 선명해 '봄의 시작을 알리는 꽃'으로 불린다. 그중에서도 전남 강진의 무위사는 고즈넉한 사찰과 어우러진 홍매화 명소로 손꼽힌다.강진 무위사(無爲寺)는 조선 초기에 창건된 사찰로 국보 제13호인 극락보전이 자리한 천년고찰이다. 절 입구를 지나 마당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바로 붉은 홍매화다. 무위사의 홍매화는 오래된 사찰과 함께 오랜 세월을 견뎌내며 매년 봄이면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특히 절 마당에 우뚝 선 홍매화는 국보급 고건축과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 같은 풍경을 만들어낸다. 전각의 기와 지붕 아래 흐드러지게 핀 홍매화는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마치 조선 시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준다.무위사의 홍매화는 2월 말에서 3월 초 사이 절정을 맞는다. 이맘때 방문하면 절 마당 곳곳에서 분홍빛 홍매화를 감상할 수 있다. 고즈넉한 절집과 매화 향기가 어우러진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바쁜 일상 속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고요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홍매화를 보는 김에 강진청자 축제도 즐겨볼 수 있다. 강진 청자축제는 22일부터 내달 3일까지 대구면 고려청자박물관 일원에서 열린다. 축제 기간 봄나물 캐기 체험, 불멍캠프, 화목가마 장작패기, 소망등 달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참여할 수 있다. 특히 에어돔 내부에 마련한 물레 성형체험을 통해 날씨와 관계없이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장흥 천관산 동백숲 전경. 무등일보DB◆장흥 천관산 동백숲을 거닐다"동백은 지지 않는다. 그대로 떨어질 뿐이다."붉은 꽃잎을 한 장씩 떨구는 다른 꽃들과 달리 동백꽃은 한 송이 그대로 땅으로 떨어진다. 겨울의 끝자락과 봄의 시작이 만나는 길목에서 전남 장흥 천관산(天冠山)의 동백숲은 그 붉은 색으로 계절의 변화를 알린다.장흥 천관산(723m)은 '하늘의 면류관'이라는 뜻을 가진 명산이다. 가을에는 은빛 억새로 유명하지만, 겨울이 끝나갈 무렵이면 산자락을 따라 붉은 동백꽃이 피어나며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천관산 동백숲은 남쪽 해안과 가까운 따뜻한 기후 덕분에 2월 말부터 3월 초까지 만개한다. 붉은 동백꽃이 초록빛 숲을 배경으로 활짝 피어나고, 떨어진 꽃들이 바닥에 카펫처럼 깔리면서 몽환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이곳의 동백나무들은 오랜 세월 자생해온 자연림으로, 인공적으로 조성된 동백 정원과는 다른 원시적인 느낌을 준다. 숲이 깊고 조용해 산책하며 사색하기에도 제격이다.천관산 동백숲을 즐기려면 천관산 자락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를 걸어보자.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동백꽃뿐만 아니라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천관산의 수려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산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것과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다.동백꽃을 감상한 후에는 장흥의 자연과 문화를 함께 즐겨보자. 특히 장흥은 한우와 키조개 요리로 유명하다. 꽃놀이 후 장흥식 한우구이나 키조개 삼합을 맛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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