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대출도 폭증하는 등 발길
광주전남 문인들도 축하 메시지
작가지망생 '용기' 얻었다 밝혀

한강 작가의 2024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그의 작품 매진 행렬이 전국 서점에서 이어지고 도서관에서도 대출 문의가 잇따르는 등 연일 뜨거운 관심 속에 있다. 이와 함께 광주 시민들은 물론이고 광주·전남권 주류 문단 역시 한 작가의 수상을 축하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전 찾은 광주 서구에 위치한 한 대형 서점은 '2024 노벨문학상 한강' 포스터를 붙여둔 한 작가의 작품 매대가 텅 비어있었다. 한 작가의 도서를 구매하기 위해 서점에 방문한 한 시민이 "한강 섹션이 있을 것 같은데"라고 친구에게 말하자 지나가던 다른 시민이 "저기 있는데, 이미 다 매진이래요"라며 한 작가의 작품이 일찌감치 품절된 상황을 알려주기도 했다. 한 작가의 매대 앞을 서성이던 시민이 직원으로부터 매진 소식을 전해 듣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한 작가의 책을 구매하기 위해 서점을 찾은 광주 시민 김미진 씨는 "주말 아침이 되자마자 책을 사러 서점에 왔는데 모든 책이 다 팔렸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며 "한 작가의 책이 완판되고 있다는 상황은 들었는데, 자주 오는 이 서점에서도 그런 품절 대란이 벌어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서점 관계자는 "노벨상 수상 소식 이후 한강 작가 전용 코너를 만들었는데, 어느 한 작품 꼽을 것 없이 모든 도서가 진작 완판됐다"고 설명했다.
도서관 역시 한 작가의 작품에 대한 대출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는 반응이다. 광주중앙도서관 관계자는 "한 작가의 수상 이후 관련 도서 대출 문의가 늘어나고, 대출량 역시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전했다.

한 작가의 수상을 기뻐하는 것은 광주 시민뿐만 아니라 광주·전남 문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정양주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장은 "한 작가의 수상은 한국문학사에서 어마어마한 쾌거고 아주 기뻐할 일"이라며 "특히 5·18 정신을 잘 구현한 '소년이 온다'와 제주 4·3사건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 등 역사적 상처에 대한 인간의 내면을 포착하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애쓴 한 작가의 노고가 수상으로 이어진 것으로 본다. 한 작가의 수상을 축하하기 위해 전날 회원들끼리 모여 함께 축하하는 자리를 가지기도 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전남 목포 출신으로 '바람의 노래', '만두 빚는 여자' 등을 펴낸 은미희 소설가는 특히 아시아 여성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기록과 한 작가의 작품 속 드러난 '평화의 메시지'에 주목했다. 은 작가는 "한글 특유의 의태어, 의성어를 비롯해 섬세한 감성과 뉘앙스에 대해 제대로 번역을 할 수가 없어서 노벨상은 어렵지 않을까 싶었는데, 매우 놀랐고 엄청난 쾌거를 이뤄서 기쁘다"며 "지금은 그야말로 '폭력의 시대'인데, 국가의 거대 폭력을 주목한 작가가 수상한 것이 그 자체로 평화적인 메시지이며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광주대 문창과에 재학 중인 작가 지망생 김유주 씨는 한 작가의 수상이 작가 지망생들에게 큰 용기를 주는 계기가 됐다는 소회를 밝혔다. 김 씨는 "한 작가의 수상 이후 과 동기들끼리 가장 놀랐던 부분이 번역안으로도 감동과 울림을 해외에 줬다는 점이었다"며 "한 작가와 마찬가지로 광주에서 태어나고, 또 작가를 꿈꾸는 학생으로서 앞으로 작가로 활동하고 싶은 미래에 대한 길잡이가 돼준 것 같다"고 전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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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땅의 선생님들에게 건네는 위로와 연대
384'교사'는 사회적으로 존경 받고 선망의 대상이었던 직업이었다.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교사의 권위는 추락했고 명예퇴직 등으로 교단을 떠나거나 거세진 노동 강도, 학부모 등과 갈등 혹은 스트레스 등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도 급증하는 등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교사는 아이들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자해의 상처를 가리기 위해 온몸에 문신을 한 학생과도, 술과 도박에 빠진 학생과도, 학교 폭력을 저지른 가해자 학생과도 선생님은 마주 앉아야 하고 손을 내밀어줘야 한다. 그를 피의자나 가해자가 아니라 성장해 가야 할 학생으로 바라봐야 한다. 비록 직업 교사일지라도 아이들은 '선생님'이라 부르며 따르기 때문이다.최근 나온 무등일보 신춘문예 출신 장정희 작가의 에세이 '존경 따위 넣어둬- 365일 퇴직을 생각하는 선생님들께'(꿈의 지도刊)는 입시공화국 대한민국에서 무사히 40여 년을 버텨낸 어느 국어교사이자 소설가의 생존기다.자신의 실수와 시행착오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제자들과 동료들에게 바치는 고해성사이고, 오늘도 교실과 복도를 오가며 고군분투하는 선생님들께 건네는 연대의 손길이기도 하다. 장정희 작가는 '내 글이 혹한의 시간을 건너갈 누군가의 마음을 덥히는 작은 촛불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촛불 한 자루의 힘을 믿는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단호히 한마디를 덧붙인다. '존경 따위 넣어둬'라고!해녀는 극한 노동을 온몸으로 버텨내다 마침내 물 밖으로 나와 오래 참았던 '숨비소리'를 내지른다. 생명을 건 처절한 전쟁터인 바닷속에서 몸이 파랗게 얼어붙을 때까지 참고 참았던 숨. 숨비소리가 필요한 건 해녀만이 아니다. 바닷속에서 숨을 참고 잠수하듯 모두가 현실 깊숙이 잠수한 채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들 모두에게 잠시라도 숨구멍이 필요하다.저자는, 교사로서 오래 버티기 위해서는 꼭 '자기만의 숨구멍' 테왁을 찾으라고 조언한다. 자신에게는 그 숨구멍이 글쓰기였다고. 글쓰기에 집중하고 싶어서 늘 사표를 품고 다녔지만 사실은 교직에 있었기 때문에 글을 쓸 수 있었고, 글쓰기의 힘으로 간신히 교사로서의 삶도 버틸 수 있었다.장정희 작가는 특히 서이초 교사 사건처럼 저연차 선생님들의 비극을 사회면에서 접할 때면 누구라도 나서서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 마음이 아프다.물론 현실에서는 정말 이상한 교사도 많다. 어떤 사람은 학교가 지옥 같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교사에 대해 나쁜 기억만 가진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선생님들께 어느 정도는 빚지고 있다. 언젠가는 학생이었고, 학생을 맡기는 학부모이기도 하며, 교사가 될 수도 있고, 교사를 가족으로 둘 수도 있어서다.장정희 작가는 "이 글은 오늘도 교실과 복도를 오가며 고군분투하는 선생님들께는 연대의 손길"이라며 "내 글이 혹한의 시간을 건너갈 누군가의 마음을 덥히는 작은 촛불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그는 영광에서 태어나 전남대 국문과를 나와 고교 국어교사로 40년을 일했다. 지난 1995년 무등일보 신춘문예 당선, 2004년 '문학과 경계' 신인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홈, 스위트 홈', 느림에 관한 여행 에세이 '슬로시티를 가다', 청소년 소설 '빡치GO 박차GO', '사춘기 문예반', 역사소설 '옥봉' 등이 있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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