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등 기초학문의 역할 더욱 커질 듯

4차 산업혁명시대, 교실이 변하고 있다. 가상체험(VR)을 통해 프랑스 에펠탑과 두바이 초고층 건물 부르즈 칼리파로 여행을 떠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홀로그램으로 인체의 신비를 생생하게 체험하고, 수천 ㎞ 떨어진 미국과 아프리카 아이들이 가상공간에서 만나 회의를 하고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도 생생한 현실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미래 기술이 접목되며 교실에 변화의 물결이 거세다. 이제 아이들은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한계와 틀을 벗어나 보다 다양하고 많은 가능성을 품고 또다른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
◆첨단 기기 교실 속으로
4차 산업혁명시대, 가장 급속한 변화에 놓인 분야 중 하나가 교육이다.
교과서의 디지털화, 사물인터넷, 머신러닝, 3D프린팅,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생동감 넘치는 학습이 이미 세계 각국의 학교 교실 속에서 이뤄지고 있다.
평가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학생 개인별로 차등화된 목표를 세우고 개별적인 평가와 맞춤형 서비스를 받게 된다.
'교육'(Education)과 '기술'(Technology)을 합성한 에듀테크(EduTech)란 신조어도 생겨났다. 교육에 기술적 요소를 결합해 새로운 형태의 학습경험을 선사함으로 교육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개념이다.
대표적인 에듀테크 분야인 AI형 R(Robot)-러닝, G(Gamification-게임화) 러닝 VR및 AR 등 첨단기술을 접목한 교육 콘텐츠들이 광범위하게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첨단기술은 전문적인 고등교육에도 활용되고 있다. 미국 털리도 대학에서는 VR콘텐츠로 해부학을 공부하고 캐나다 알베르타 대학의 경우 의료와 재활을 전공하는 학생 교육에 VR이 활용된다.
또 텔레프레즌스(Tele+Presence·참가자들이 실제로 같은 방에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는 가상 화상회의 시스템) 증강현실 기반 홀로그래픽 통화솔루션 시스템을 통해 학생들이 가상의 공간에 모여 프로젝트형 과제도 함께 진행한다.
비약적인 기술의 발전은 하드웨어나 비용에 대한 부담도 크게 줄여 태블릿PC나 VR을 넘어 이제는 홀로그램을 활용한 수업도 속속 도입되고 있다.
특히 첨단 기술의 발전은 대도시와 도서지역 아이들의 교육환경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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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도 교수도 없다
첨단 기기들의 비약적으로 발전과 함께 교사들의 역할에도 점차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과거 지식을 주입식으로 전달하는 방식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는 수천년 동안 유지돼 온 교육시스템을 탈피하며 결실을 거두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잘 알려진 프랑스 '에꼴42'대학이다. 지난 2013년 프랑스 파리에 설립된 정보통신전문기술학교로 이곳에는 3가지가 없다. 바로 교수, 교과서, 학비다.
거의 모든 수업이 학생 주도로 이뤄진다. 학생들이 팀을 구성해 관심 주제를 함께 연구하고 협업하며 세미나 형태로 발표수업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주체적이고 협업능력이 뛰어난 IT인재를 양성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설립된 '미네르바 스쿨'은 캠퍼스가 없는 대신 세계 곳곳에 기숙사가 포진돼 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영국 런던, 독일 베를린, 인도 하이데라바드, 대만 타이베이 등을 1학기 동안씩 체류하며 온라인 학습관리시스템에 접속해 결과물을 발표하고 토론한다.
세계 석학들로 구성된 교수진은 학생들이 학습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첨단 기기의 비약적인 발전과 달리 교육현장에서의 역할에는 이견이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첨단 기기들이 교육혁명을 주도하는 역할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아이들의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것. 보다 많은 정보를 짧은 시간에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보조장치 역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이들 창의적 해결능력 키우기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교육 패러다임의 대개혁과 함께 지식을 암기하는 능력보다 4C(소통, 창의성, 비판적 사고, 협력)가 미래 인재의 주요 요건으로 제시되고 있다. 학습자 스스로 동기부여가 돼 사고력을 기르고 혼자가 아닌 여럿과 함께 토론하고 협업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교육체계가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시스템은 이미 현장에 접목되고 있다.
광주의 한 초등학교 교실. 태블릿PC를 앞에 두고 아이들이 무언가 연신 만들고 있다. 이날의 주제는 '진동로봇'.
동영상으로 만드는 과정을 미리 봤지만 아이들의 제작 과정은 방법도, 내용도 제각각이다. 지지대가 될 아이스크림 막대 갯수부터 모터를 종이컵에 붙이는 방법과 재료까지 모두 자기만의 방식대로 로봇을 완성해간다.
지도교사인 최만(유안초) 교사는 "왜 거기 고무가 있을까요?" "짧아도 잘 연결했네요" "양면 테이프는 얇은 것과 두꺼운 것 중 어떤 걸 사용해야 할까요?" "건전지를 왜 AA로 했을까? 그건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에요."라며 질문으로만 거들뿐 아이들이 만드는 과정에 개입하지 않는다.
교사의 역할은 그저 지켜보며 실수를 줄이도록 도울뿐이다. 아이들에게 절대 기존의 매뉴얼이나 자신이 알고 있는 방법을 강요하지 않는다.
최 교사도 사실 '진동로봇' 만들기에는 실패했다. 이 날 아이들도 아이스크림 막대가 적어 균형을 잡지 못하고 넘어지거나 모터를 종이컵 안으로 넣으려다 결국 실패하기도 했지만 이론만으로는 습득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쌓았다.
최만 교사는 "교육의 얼개나 학교의 공간은 크게 바뀌지 않겠지만 중고교에서는 첨단기술이 학생들의 개인비서처럼 필요한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해주는 보조장치 역할을 할 것"이라며 "앞으로는 특히 초등학생들의 경우 사고력, 인문학, 예체능 같은 분야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윤주기자 storyboar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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