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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병원 귀국길마저 인술로 빛나

입력 2018.09.27. 11:16
전남대병원, 해외의료봉사 귀국길서 환자 구조
기내서 쓰러진 60대 女 구조에 의료진 총출동
26일 타슈켄트 현지시각 9시30분께 타슈켄트발 인천행 비행기 내에서 윤현주 전남대 순환기내과 교수가 급성 장염으로 쓰러진 '청춘합창단' 단원에게 다가가고 있다. 타슈켄트=서충섭 기자 zorba85@naver.com

“기내에 혹시 의사분 있으십니까? 환자가 있습니다.”

26일 오후 9시 30분 타슈켄트발 인천행 우즈베키스탄 항공기.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공항을 이륙한 지 20분도 되지 않아 의사를 찾는 스튜어디스의 외침이 비행기 안에 울렸다.

우즈베키스탄 페르가나주와 나망간 일대서 해외 공연을 마치고 귀국하는 ‘청춘 합창단’ 단원 A(68·여)씨가 구토를 하며 비상구 근처에서 쓰러진 것.

60~80대 어르신들이 모여 구성된 이 합창단은 추석 명절 기간인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우즈베키스탄 페르가나주와 나망간 주 일대에서 고려인들 앞에서 합창 공연을 펼쳤다.

모국을 그리워하는 고려인들에게 감동을 선사했지만 고령인데다 거친 현지에서 누적된 피로 탓인지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A씨는 복통과 두통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의사를 찾는 소리를 듣고 이제 막 자려고 눈을 감았던 윤현주 전남대 순환기내과 교수가 다시 눈을 뜨고 일어났다.

다행히 비행기 안에는 국제로타리클럽 3710지구와 함께 우즈베키스탄 해외의료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전남대병원 의사, 간호사, 약사 등 의료진 30여명도 동승해 있었다.

고관절 수술 권위자인 윤택림 교수와 김윤현 기획실장을 비롯해 전남대병원의 외과, 내과, 안과, 치과, 영상의학과, 피부과에 약국까지 종합병원 부럽지 않은 각 분야 의료진이 기내에는 마련돼 있던 셈이다.

복통과 두통을 호소하며 쓰러진 A씨에게 다가간 순환기내과 윤현주 교수와 이기홍 교수는 A씨의 증상을 살피고 촉진에 나섰다.

촉감으로도 혈압의 급감이 느껴지고 경련을 일으키며 식은땀을 흘리고 의식도 점점 옅어져가는 상황.

급성 장염이었다.

이대로라면 탈수 증상이 쇼크로 의식 불명에 빠질 수 있다고 판단한 윤 교수는 승무원들에게 설탕을 탄 온수를 내오게 해 A씨에게 먹이며 탈수를 막았다.

담요로 몸을 감싸 따뜻하게 하고 손과 배를 지압하며 경련을 완화시켰다.

그때 기내의 유일한 약사였던 전남대병원 박호영씨가 위장약과 진정제를 가져와 건네자 윤 교수가 A씨에게 먹였다.

지금까지 세 차례 전남대병원 해외의료봉사에 참여했던 박호영씨는 비행기를 탈 때마다 비상약이 든 가방을 늘 지니고 탔다.

기내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윤 교수의 조언을 귀담아 들은 것.

가방 두개나 들고 기내에 오르는 게 번거로워 오늘은 수하물로 넣을까 하다 그냥 탔는데 최고의 선택이 됐다.

그렇게 인천까지의 7시간 비행 내내 A씨는 극진한 간호를 받으며 몸을 추스렸고 마침내 의식을 회복하고 인천공항에서 다른 승객들과 함께 내릴 수 있었다.

권대욱 ‘청춘합창단’ 단장은 “우즈벡 현지에서도 함께 감동을 전했는데 돌아오는 길에서도 도움을 받아 너무 감사하다. 덕분에 무사히 해외공연을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국제로타리클럽3710지구와 전남대병원 사랑나눔의료봉사단은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우즈베키스탄 페르가나와 나망간 일대서 의료봉사를 펼쳤다.

추석 명절을 반납한 이들은 2천 500명의 환자를 진료했고 8명을 수술해 새 생명을 줬으며 남은 의약품의 사용법과 함께 현지 병원에 기증했다.

국제로타리클럽3710지구는 1억5천여만원의 후원금과 30여명의 회원들의 봉사활동으로 동참했다.

두 단체의 우즈베키스탄 현지 봉사활동을 본보는 앞으로 연속 보도할 계획이다. 타슈켄트=서충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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