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트 인 타임' 미래 수소연료전지차까지
르포-도요타자동차 '심장' 모토마치 공장
누에고치 집산지 '고로모'서 도시명 개칭
'적시생산'·'자동화'·'현지현물' 운영 고집
볼트 조이는 정비공 악력까지 자로 잰 듯
미래車 '미라이'·렉서스 GS 등도 이곳서
지난달 14일 오전 일본 아이치현에 위치한 도요타시 내 도요타자동차 모토마치(元町) 공장 내부. 마이크를 손에 쥔 유리카가 '따라 말하기'를 유도한다. '저스트 인 타임(just in time·JIT)'. 세계 각국 투어 참가자들이 한 목소리로 따라 외친다. "이게 바로 도요타의 정신이다. 'JIT'만 기억한다면 도요타자동차의 절반은 이해한 것이다." 유리카의 설명처럼 도요타자동차의 적시생산시스템은 생산라인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작업 실수 방지 시스템인 '포카요케'가 대표적이다. 작은 볼트를 조이는 정비공의 악력까지 가늠한다. 덕분에 생산 라인은 일사분란하면서도 자로 잰 듯 정확하다.
◆'57년의 역사' 모토마치를 가다#그림1오른쪽#
이른 아침 아이치현의 현청소재지인 나고야의 중심 철도역 '나고야역'을 출발해 '메이테츠 철도'를 타고 도요타시로 향했다. 지상철을 타고 달리기를 50여분 남짓 '도요타시역'에서 '신도요타역'으로, 다시 '미카와도요타역'을 거치고 나서야 열차에서 내렸다. 도요타자동차 모토마치 공장 투어 전 집합지인 '도요타 카이칸 뮤지엄'을 향해 발길을 재촉했다. 역에서 걷기를 또 15분, 오늘의 목적지 '도요타 전시회장'에 도착했다.
평일 하루 60명, 오전 11시부터 2시간여 동안 토요타자동차 측이 운영하는 공장투어를 기다리는 이들로 전시회장 로비가 붐빈다. 도요타의 미래 수소연료전지차 ‘미라이(일본어로 미래라는 뜻)’와 도요타의 대표 세단 크라운, 렉서스 GS, 마크X 등 50여대의 도요타 차량이 한 자리에 전시되어 있다.
이탈리아, 캐나다, 인도네시아 등 각국에서 모여든 30여명과 함께 버스에 올라탔다. 해설자 유리카와 함께 차로 15분을 더 달려 도요타자동차 본사이자 기술제일의 산실로 불리는 모토마치 공장에 도착했다.
1959년에 세워진 이곳 공장 부지는 161만㎡로 야구장의 35배다. 연간 생산규모는 10만대 수준. 최신 공장들과 비교하면 큰 규모는 아니지만 세계 26개국 51개 공장에 파견하는 고급 인력을 키우는 토요타의 핵심 공장이다.
공장 내부 곳곳에는 '저스트 인 타임(Just-in-Time)'이라 쓰여져 있다.
'필요한 것을 필요한 때에 필요한 양만큼 만들어 낸다'는 토요타자동차의 대표 경영 방식이다. 재고를 최대한으로 줄이고 비용을 낮추는 이 방식은 지난 반세기 동안 세계 수많은 기업들에 영향을 미쳤다.
저스트인타임 방식은 공장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포카요케'와 '히모스위치'가 그 것이다.
정비공들은 생산 중에 문제가 발생하면 '히모스위치'를 잡아당긴다. 조장에게 '상황'을 알리는 것이다. 리더는 즉시 달려와 문제를 해결한다. 리더 역시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전 생산라인을 일시 중단한다.#그림2왼쪽#
'품질은 각 공정에서 만들어 낸다. 불량품은 후공정으로 보내지 않는다.' 공장 곳곳에 붙은 도요타자동차의 '자동화' 철칙을 다시 한번 엿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림3오른쪽#
히모스위치 옆에는 숫자 전광판도 있다. 정비공이 상황을 알리지 않더라도 수시로 작업시간을 확인, 예정보다 길어지면 경고를 알리는 일종의 이중 점검장치다.
엔진 조립라인에서도 도요타만의 생산 방식 ‘포카요케’를 볼 수 있다.
작업 실수 방지 시스템인 포카요케는 신호등처럼 녹색-노랑-적색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비공의 작업 과정을 센서로 확인, 정도를 색으로 알리는 장치다.
도요타자동차 생산라인 정비공들의 색다른 작업 모습은 이것 뿐만이 아니다.
아무리 작은 부품이라도 사용시마다 기록을 남긴다. 하루 업무에 맞게 보급받은 부품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모토마치 공장 가이드 유리카씨는 "볼트 하나를 조이는 힘도 정해져 있다. 모자르거나 과하게 조이는 것까지 가늠한다. 작업자도, 조장도 이를 통해 작업의 완성도를 수시로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자동차의 전체 품질은 정비공 한 사람, 한 사람에서 비롯된다는 도요타자동차의 경영 철학이 묻어났다.
"도요타자동차의 최고의 장점은 잔고장이 없다"고 평가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자가 공장을 찾은 이날은 운이 좋게도 프로덕션 생산라인이 가동됐다. 경찰차가 생산중이었는데 이곳에서 생산되는 모든 차가 그러하지만 경찰차는 특히나 마지막 검사단계에 신경을 쓴다고 공장 관계자는 설명했다.
미래차, '미라이'는 실제 볼 수 없었다. 일반 차량과 다른 라인에서 별도로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자동화 공정이 도입되지 않아 사실상 수작업으로 생산된다.
덕분에(?) 하루 생산량은 3대에 그치고 있다.
유리카씨는 "수소차라는 특수성 때문에 아직 자동화가 완비되어 있지 못하다. 보급 역시 초기단계여서 수요가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일반차량처럼 자동화로 제작 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도요타'가 된 '고모도'의 변신
도요타시는 지난 1950년대까지 고로모라는 도시명칭을 사용했다. 노에고치 집산지였던 이곳은 전통적으로 양잠업이 활발했다. 실크생산지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그러던 지난 1938년 도시 남쪽에 도요타자동차 모토마치 공장이 문을 열면서 도시 산업은 급속도로 바뀌었다.
1995년 시장으로 취임한 나카무라는 당시 미래 신산업을 '자동차' 등 산업화로 정하고 도요타자동차 본사 유치를 위해 지역명을 아예 도요타로 바꾸는 작업을 추진했다. 지역 주민 투표에서도 68%가 찬성해 고모도시는 됴요타시로 재탄생됐다.
기업의 명칭이 지역의 명칭으로 바뀐 곳은 전 세계에서 도요타시 뿐이다.
도요타자동차 역시 도시명을 기업 브랜드로 바꾼 도요타시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시는 기업에 보조금 지원을 기업은 시에 활력을 불어 넣으며 도시 인구는 급속도로 증가했다.
1963년 5만3천명이던 도시인구는 10년만에 4배 넘게 늘어나 23만명을 육박했다. 산업, 주택용지도 크게 늘어 도시 전체가 활력을 얻었다.
도요타자동차 본사를 비롯해 하청업체, 협력업체 직원들과 가족들이 대거 유입된 계기가 됐다.
도요타시는 자동차 브랜드를 도시명으로 개칭한 후 세계적인 기업도시로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냈다.
현재 전체 인구 40만명 중 80% 정도인 30만명 이상이 도요타자동차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분야에 종사하고 있을 정도다. 실업률 역시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니 가히 세계적인 기업도시답다. 일본 도요타=주현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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