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위험지구에 들어선 아파트 '봐주기 행정' 의혹

입력 2024.01.15. 15:47 박민선 기자
무안군, 건설사 측 지질조사서 의존
평가·검증절차 생략하고 허가 내줘
붕괴위험 가등급 부지 일부 포함돼
“건설사 배불리고 입주민 고통받아”
무안군 무안읍 재해위험지구 일부 부지에 세워진 아파트 전경. 왼쪽은 입주를 앞두고 있는 2차 단지.

뒤늦게 '재해위험지구'(붕괴위험지구) 팻말을 설치해 입주민들이 극도로 불안해 하고 있는 무안군 무안읍 한 신축아파트가 단순한 공무원들의 늦장 대처가 아니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건설사의 지질조사서에만 의존한 채 허가를 내준 점이나, 재해위험지구 해제없이 허가를 내준 점, 아파트 재해영향평가 위원 모두가 군청 직원들로 구성돼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불신을 키우고 있다. 이 때문에 입주민들 사이에서 군과 건설사가 결탁한 것 아니냐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14일 무안군에 따르면 지난 2022년부터 입주한 무안읍 A아파트 주위에 지난달 말 '재해위험지구'라는 팻말이 내걸렸다. 이 아파트가 재해위험지구 일부 부지에 세워졌다는 것.

무안군은 5년이나 늦게 팻말을 설치한 것에 대해 '깜빡했다'는 입장이지만, 입주민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몇가지 측면에서 단순한 늑장 행정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무안군은 2018년3월 무안읍 성남리 일대 5만여㎡의 면적을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붕괴위험지구) '가'등급으로 지정했다. '석회암 공동에 의해 지반 함몰 및 침하현상에 의한 군민의 재산 및 인명피해가 예상'이 돼 붕괴위험 유형으로 지정했다. 일명 땅 꺼짐 현상에 따른 안전조치로 지금까지도 위험지구로 유지되고 있다. 군이 위험지구로 지정한지 채 1년 남짓 만인 2019년 5월 재해위험지구 일부가 포함된 부지를 건축 허가해줘 아파트가 들어서 입주를 마쳤다.

우선 A아파트가 붕괴 가능성이 도사리는 재해위험지구 일부부지에 세워질 수 있었던 데는 무안군이 직접 자연재해 위험을 해소하거나 지반공학 전문가의 자문이나 안전진단 등을 진행하지 않고 이 아파트를 건설한 업체의 지질조사서에만 의존했다는 점이다.

또 무안군은 재해위험지구 내 공동주택 허가에서 제일 중요한 재해영향평가의 대한 착공·준공 허가를 내지 않고, 재해위험지구 해제없이 사용승인을 해줬다. 무안군이 재해 영향 평가에 대한 관리감독없이 업체의 자료에만 근거해 아파트 공사에 대한 착·완공 검사만 진행한 것. 재해영향평가 위원 7명도 모두 무안군 내부직원들로 구성했다.

실제 평가 위원들의 평가를 살펴보면, A위원은 지반공동화 현상에 따른 지반침하가 우려됨에따라 지반조사결과에 따른 사전방지대책 수립 시행하라고 평가했다.

무안 재해위험지구 안내도

시공업체는 무안읍 성남리 일원에 석회암 공동에 의한 지반함몰 및 침하현상으로 인해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고시제2018-28호)로지정 고시된 지역이라고 명시했다. 이 업체는 조치계획을 12개 지점에서 석회암공동(지반침하)이 발생하지 않았고 석회암공동 발생시 적절한 대책공법을 수립후 시공하겠다고 공법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안군은 재해영향평가에 대한 관리감독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무안군은 이같은 불만을 의식한 듯 2차 아파트 재해영향평가에는 교수 등 외부 위원을 포함해 구성했다.

이에 입주민들은 "주민의 안전을 지켜줘야 할 무안군은 건설사가 '안전하다'고 하는 지질조사 지반조사보고서에만 의존해 건축허가가 나갔고 가장 중요한 재해영향평가 관리·감독을 한번도 하지 않았다"며 "팻말 설치 이후 붕괴 위험 속에 불안해 하고 있는데, 무안군 공무원들로만 평가위원을 구성한 것은 업체와 '짜고 치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만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입주민들은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땅에 군이 허가를 내주면서 건설사만 배불리고, 주민들만 고통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무안군은 "재해영향평가에 대한 관리·감독을 하지 않은 것은 실수다"며 "재해영향평가에 대한 착·준공을 이제라도 살펴보고 건설사에 대한 행정조치로 과태료를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무안군은 '재해위험지구' 팻말로 인해 불안감을 느끼는 주민들의 옮겨달라는 민원이 발생, 한적한 곳으로 옮기기로 했다.

무안=박민선기자 wlaud22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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