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만든 날을 국경일로 축하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또 한국인들은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은 가장 존경한다. 한글 덕분에 한국은 높은 문자 해독 능력을 갖게 되었고, 그 결과로 경제발전은 물론 높은 수준의 민주화도 달성했다.
한글이라는 표음문자 체계는 인력 양성, IT 산업과 디지털 경제 발전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 또 한글은 한국어 문학, 대중문화, 미디어, 예술 전반에 걸쳐 독창적이고 풍부한 표현을 가능하게 했다. 특히 K-pop, 드라마, 웹툰 등 한류 문화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데도 한글이 중요한 문화적 기반이 되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한글은 민주화, 경제성장, 문화발전 등 모든 분야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편리한 한글이 없었다면, 현재의 한국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쉬운 문자를 가진 한국이 매우 체계적이지 못한 한글 로마자 표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 시작은 1939년 영어 사용자 입장에서 한글을 로마자로 표기하기 시작한 데서 비롯됐다. 1990년대 중반부터 인터넷이 대중화 되기 시작하면서, 한글 ㄱ을 k로 표기하는 데 대한 반발과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 2000년에 국립국어연구원의 주도로 새로운 로마자 표기법을 만들었는데, 이 역시 한국인의 언어의식을 반영하지 않았다.
즉 초성 자음 표기에는 한국어 사용자 입장을 반영했지만, 종성 자음 표기에는 한국어 사용자의 입장을 반영하지 않고, 한글 자음 일부를 초성과 종성에서 다르게 표기했다. 즉, ㄱ을 초성에서는 g로 표기하지만, 종성에서는 k로 표기한다. 이는 음성학적으로는 가능한 분석이지만 한국어 화자의 언어 감각을 무시한 분석이다. 문자는 모국어 화자의 언어 감각을 반영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영어 'bag number'과 'back number'의 경우 bag과 back의 종성은 모두 무성음으로 발음된다. 독일어에서 Bund와 Bunt는 발음은 같지만 다른 단어이다.
2000년의 개정안은 정부표기법 기준 ㄱ은 g/k, ㄷ은 d/t, ㅂ은 b/p로 표기해야하는데 각각 g, d, b로 개정하고 끝 자음은 개방되지 않는 다는 발음 법칙을 세워야 한다.
한국어의 '입'과 '잎'은 과 으로 다르게 표기하면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초성과 종성 모두 을 사용하는 것이 한국어 화자의 감각을 반영한다.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둘째, 한글과 로마자를 순환 변환할 수 있다. 문광부 표기법 대신 '입'을 으로 표기하면 '입에'→→'입에'로 순환이 가능하다. 그러나 '입'을 으로 표기하면 '입에'→→'잎에'로 순환이 불가능하다.
자국어 화자의 언어 감각을 존중해 로마자 표기법을 만든 사례는 무수히 많다. 중국의 한어병음자모가 대표적인 예이다. 중국은 와 다른 파찰음을 표기하기 위해 를 활용한다. 즉 한어병음 는 가 아니라, 로 읽어야 한다. 글자는 부호일 뿐이다. 글자에 본래 소리가 있다는 편견을 버리고 한국인의 언어 감각을 바탕으로 한글과 로마자의 1:1 변환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다른 나라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한어병음자모에서는 모음이 겹칠 때 혼란을 막기 위해 모음 앞에 외따옴표 '를 표시하는데, 이 역시 좋은 모델이다. 한글 로마자 표기법에도 이 방법을 도입하면, 는 로 발음하고, 는 발음하게 된다.
정부의 로마자표기법이 표준안을 따르지 않아도 되는 예외를 인정한 것은 '국어 로마자 표기법'의 효과를 크게 떨어뜨렸다. 중국은 1958년 한어병음자모 표준안으로 발표하면서 모든 지역 이름은 물론이고 국부인 '모택동' 이름의 표기도 'Mao Tse-tung'에서 'Mao Zedong'으로 바꿔 사용하였다. 그러나 한국은 예외를 인정해 왔다. 예를 들어 '이재명'을 'Lee Jae-myung'으로 표기하고 있지만, 표준안에 따르면 'Lee Jaemyeong'이어야 한다.
한국의 정치, 경제, 문화의 국제적 영향력이 빠르게 커지는 지금, 디지털 정보화 시대에 한글과 로마자 순환이 가능하려면 1:1 대응이 가능한 한국어 로마자표기법으로 개정되어야 한다. 대중이 사용하기 편리한 표기법이 포용적이기도 하지만, 외국인이 한국어를 쉽게 이해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신경구 광주국제교류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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