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미디어콘텐츠·컬처테크전공 교수

2025 경주 APEC에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인물 중 하나는 젠슨 황이다. 그는 부대행사에서 이재용 삼성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 포옹하며 친밀감을 과시하고, 이른바 '깐부 회동'에서는 시민들에게 직접 다가가 치킨을 나누며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여태 미국 대기업 회장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생경한 행보다.
1963년 대만에서 태어난 젠슨 황은 5세 때 태국, 9세 때 미국으로 이주했다. 이민자로서의 차별 속에서 10대 어린 시절을 보냈고, 20대에 서빙 알바를 하며 오리건 주립대와 스탠퍼드대에서 전기공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3년 30세의 나이에 엔비디아를 공동 창립하고, 1999년 세계 최초의 GPU 지포스(GeForce 256)를 출시했다.
초창기 성공률이 0%라던 엔비디아 GPU의 병렬 컴퓨팅 기술은 알렉스넷에서 챗GPT로 이어지는 딥러닝 혁명의 핵심 동력이 되어 현재 전 세계 AI 반도체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게 되었다. 이에 2024년 세계 시가총액 1위, 세계 최초 시가총액 3조 달러 돌파 등의 신기록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빌 게이츠가 컴퓨터 시대를, 스티브 잡스가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다면, 젠슨 황은 AI 시대의 리더로 평가받고 있다.
그의 리더십은 기술적 성과만큼이나 독창적이다. 탐사 보도 전문기자인 스티븐 위트가 3년간 밀착 취재를 통해 집필한 '엔비디아 젠슨 황, 생각하는 기계'에 따르면, 그는 인연을 중시한다. 핵심 경영진은 수십 년간 거의 바뀌지 않았다. 전통적인 상명하복식 명령 체계를 거부하고, 무려 55명의 '직속 보고자(Direct Reports)'로부터 직접 의견을 듣는 파격적인 소통 체계를 구축하였다. 그의 경영철학은 "내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보다 내가 아직 듣지 못한 것이 더 중요하다. 질문이 리더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엔비디아 본사에는 CEO 전용 사무실이 없다. 그는 "회의실보다 현장이 진짜 데이터 센터"라며 직원과 직접 소통한다. 그의 대표적인 질문인 "우리가 지금 해결하려는 문제는 진짜 문제인가?" "이 프로젝트가 고객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 "데이터가 말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등은 AI 시대를 통찰하는 위대한 질문으로 알려져 있다.
생성형 AI의 결과는 프롬프트(Prompt) 능력자, 즉 질문을 잘하는 사람이 살아남는 시대이다. 좋은 답을 찾기 위해서 좋은 질문이 선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좋은 질문은 평소 질문의 창의성이 축적되었을 때 가능하다. 창의력은 '왜?'라는 끊임없는 질문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젠슨 황의 경영철학은 '현장에서 답을 찾는 것'으로 요약된다.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더 나은 질문을 만드는 체계의 선순환이다. 이것은 각 분야에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을 찾고, 그들을 말을 존중하는 '경청의 리더십'이다.
역사적으로 실패한 리더들은 대부분 '독단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듣는 것보다 말하는 것이 몸에 배어있고, 전문가의 의견보다 자신의 판단을 앞세운다. 실리보다 체면을, 책임보다 권위를 중시한다. 결국 변화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해 명예를 잃고 사람까지 잃는다.
AI 시대에는 '사라질 직업'보다 '살아남을 직업'에 주목해야 한다. 그것은 '인간적인 직업'이다. 예컨대 인간적인 의사, 인간적인 교사, 인간적인 공무원처럼 인간적 가치를 제공하는 직업이 살아남을 것이다. 그 밖의 직업들은 AI로 대체될 것이다. 미래의 AI는 '인간이 만든 인간'에 가까워지겠지만, 결코 인간이 될 수는 없다.
질문과 대화의 주도적인 역할은 AI가 아닌, 인간의 몫이다. AI가 '최적의 답변자'라면, 인간은 '위대한 질문자'여야 한다. 최적의 답을 얻기 위해서는 '위대한 질문'이 필요하고, 위대한 질문은 리더의 '경청의 리더십'에서 시작될 것이다.
김경수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미디어콘텐츠·컬처테크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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