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비전의 시대이다. 새 정부는 "AI 세계 3대 강국"을 국가 비전으로 내세웠고, 이에 따라 각 부처는 AI 인재 100만 명 양성, 초거대 AI 모델 개발, AI 고속도로 구축 등의 세부 목표를 발표하였다.
지자체들도 'AI 비전'을 선포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광주시는 2019년에 가장 먼저 'AI 중심도시'를 선포하고 모빌리티와 문화 인프라 기반으로 하는 AI 집적단지 구축 및 '국가AI컴퓨팅센터'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울산시는 국가 AI데이터센터와 자율주행·스마트팩토리 AI 실증단지를 유치하고, 자동차·조선 산업과 에너지 최적화 등 산업형 AI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그밖에 대전시는 카이스트를 중심으로 한 '국가 AI 허브 도시'를, 세종시는 공공데이터 기반의 'AI 행정도시' 모델을 내세우는 등 전국적으로 AI를 전면에 내건 경쟁이 치열하다.
문제는 '남 따라하기 식' 비전이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2001년 광주시는 '광주 문화도시'의 비전의 일환으로 '광주국제영화제'를 추진하며 부산국제영화제를 추격했지만, 영화 콘텐츠의 생산과 전문인력 부족, 지역 산업과의 연계 미흡 등으로 인해 결국 15년 만에 막을 내렸다.
또한, 2010년 전라남도가 홍콩·싱가포르의 대규모 경기장을 벤치마킹하며 야심차게 준비한 영암 'F1 경기장' 프로젝트 역시 4년 만에 중단되었으며, 현재 수천억 원의 혈세가 낭비되었다. 이처럼 겉모습만 좇는 전략은 지역의 고유한 맥락과 정체성이 빠졌을 때 지속 가능성을 잃기 마련이다.
대학가 역시 AI 비전 열풍이다. 전남대는 전국 최초의 AI융합대학을 설립하고 지역산업과 연계한 모빌리티·문화콘텐츠 등의 'AI-X 융합 전략'을 추진 중이다. 부산대는 해양·의료·로봇 중심의 AI융합대학원을 설립을 통해 AI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연구를 동시에 육성하고 있으며, 서울대는 'AI연구원'을 설립하여 인문·공학·의학을 아우르는 'AI 캠퍼스 이니셔티브'를 강화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전국 40여 개 대학이 "AI 없이는 대학의 미래가 없다"며 경쟁적으로 AI 학과나 연구소를 신설하고 있다.
올해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AI는 단순한 테마가 아니라 모든 산업을 관통하는 트렌드"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각 주체들의 목적과 역할은 분명히 다르다. 지자체의 목적이 AI데이터센터 등의 시설과 기업을 유치한다면, 기업의 목적은 고소득 이윤 창출이다. 반면, 대학의 목적은 인간을 중심에 둔 학문적 탐구와 창의적인 인재 양성에 있다.
기업의 주된 역할이 반도체, 서버, LLM, 기계 자동화 설비 등 대형 자본과 인프라가 필요한 '하드웨어형 AI' 분야라면, 대학의 역할은 다양한 분야의 융합과 도전이 가능한 AI 어플리케이션, 에이전트와 같은 '소프트웨어형 AI' 분야가 되어야 한다. 대학은 소규모 알고리즘, 데이터 처리, AI 윤리, 응용 시스템 등 '두뇌 자본'이 중심이고, 이를 구성하는 교수와 연구실 인력의 아이디어가 곧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학은 기술보다 사람을, 효율성보다 창의성을, 속도보다 올바른 방향을 중시해야 한다.
지자체와 기업의 구조가 '리더 중심의 탑다운(top-down)' 방식이라면, 대학의 구조는 '교수·연구자 중심의 바텀업(bottom-up)' 방식의 생태계이다. AI는 위에서 내려오는 명령이 아닌, 아래에서 솟아나는 창의성의 흐름 속에서 발전하기 때문이다.
결국 AI의 승자는 '규모'보다 '방향'이 결정할 것이다. 따라서 AI의 중심에는 '사람웨어(Humanware)'가 놓여야 한다. 지역만의 AI, 대학만의 AI, 나만의 AI를 창조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글로컬 시대의 생존 전략이다.
김경수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미디어콘텐츠·컬처테크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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