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인도네시아 인권부 차관이 광주를 찾은 까닭

@신경구 광주국제교류센터 소장 입력 2025.09.04. 13:56
■신경구의 포용도시


지난 8월 20일, 인도네시아 인권부의 무기얀토 차관 일행이 광주를 방문했다. 무기얀토 차관은 1998년 인도네시아 민주화운동, 즉 개혁운동(Reformasi)을 주도한 대표적 학생 인권 운동가이다. 당시 그는 수하르토 독재 정권에 맞서 민주주의 회복과 다당제 도입을 요구하는 시위를 이끌었으며, 군 정보기관에 의해 납치와 고문을 겪은 후 석방되면서 인권운동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석방 이후에도 무기얀토 차관은 민주화운동을 멈추지 않았다. 동료 운동가인 무니르의 암살 이후에는 실종자가족협회 대표로 활동하며, UN 등 국제무대에서 인도네시아의 실종자 문제 등 인권 실태를 알리는 데 앞장섰다. 인도네시아의 대표적 NGO 네트워크인 INFID의 선임 프로그램 책임자로도 활약하며, 광주세계인권도시포럼에 인도네시아 도시 방문단을 이끌고 여러 차례 참석했다. 전 정부에서는 대통령실 수석보좌관을 맡았고, 2024년 새 정부 출범 이후에는 신설된 인권부의 차관에 임명되어 인권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

무기얀토 차관은 오랜 기간 5·18민주화운동이 민주주의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미친 영향에 깊은 관심을 보여 왔다. 이번 방문에서는 반독재 투쟁의 기념사업과 피해자 보상 문제에 주목하며, 이를 위해 국회와 국가인권위원회를 찾았다. 국회에서는 피해자 보상 및 기념사업 관련 전문가와 만나 입법과 시행 과정에서 부딪히는 문제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무기얀토 차관은 인도네시아 새 정부의 8대 정책 과제 중 첫 번째가 "민주주의와 인권 신장"임을 소개하고, 두 나라 간 인권교류 활성화를 제안했다. 한국에서는 진정된 인권침해 사례의 90%가 조정 또는 해결된다는 말을 듣고, 인도네시아는 10%만 답을 얻는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광주를 찾은 무기얀토 차관에게 필자는 여러 가지를 설명했다. 광주항쟁 기간 경찰이 없었음에도 약탈이 없고, 공동체 정신이 유지된 점. 계엄군의 경고에도 항복하지 않고 마지막 날까지 170명이 넘는 시민들이 도청을 지켰던 점 등 수많은 전설이 이후 민주화운동에 깊은 영감을 주었다. 현재의 대통령 역시 광주항쟁에서 영감을 받아 시민운동과 정치에 참여했다. 광주항쟁 이후 전국적으로 젊은 학생들이 목숨을 걸고 투쟁했다. 광주 시민사회가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피해보상, 명예회복, 기념사업' 등 5대 원칙을 내세웠고, 그 결과 5·18기록관, 전일빌딩, 국립5·18민주묘지 같은 기념사업이 이뤄졌다. 이는 시민운동이 5·18특별법 제정을 이끌었고, 정부가 진상조사, 처벌, 보상, 기념사업을 추진하도록 한 성과이다.

나는 무기얀토 차관에게 광주항쟁과 1980년대 민주화운동에서 영감받은 세대가 문화적 영향력을 가진 콘텐츠를 만들어 한류의 시작이 되었음을 덧붙였다. 1993년에는 호남지역 전통음악을 토대로 한 영화 '서편제'가 1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첫 한류영화가 되었고, 1995년에는 1980년대 학생운동을 다룬 드라마 '모래시계'가 국민 66%를 시청자로 끌어들인 첫 한류드라마가 되었음을 설명했다.

나아가, 한국 민주화운동과 1980년 5·18민주화운동이 현대사에 갖는 의미를 강조했다. "1980년 5월 광주가 보여준 민주·인권·평화의 정신은 오늘날 한국 민주주의의 뿌리이자 문화·경제 발전의 중요한 기반이다. 5·18의 경험은 인권도시 광주의 토대가 되었고, 국가적으로 최근 계엄으로 촉발된 위기 극복의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무기얀토 차관은 "광주의 민주화 경험은 인도네시아의 민주주의 발전과 인권 증진을 위해 소중한 자료가 된다"며, 2026년 세계인권도시포럼에 인도네시아 지방정부 대표단과 함께 참석하겠다고 약속했다.

신경구 광주국제교류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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