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애니메이션 '케데헌(K-Pop Demon Hunters)'에 삽인된 K-팝 음악이 미국과 유럽 시장의 주요 음원 차트를 석권하면서 문화산업계에 큰 반항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애니메이션 배경에 담겨있는 한국의 상징물과 서울 도시 풍경은 파급효과가 한국 문화관광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케데헌 제작진과 함께 아리랑TV에 출연해 "케데헌은 한국의 미래 먹거리이자, 청년들이 도전할 수 있는 열린 무대"라고 강조했다.
몇 해 전 세계를 강타한 애니메이션 '아기상어(Baby Shark Dance)' 역시 이와 같은 흐름을 잘 보여준다. 단순한 캐릭터와 반복적이며 중독성 있는 노래와 춤, 그리고 유아라는 명확한 타깃팅을 통해 2022년 1월 유튜브 최초로 100억 뷰를 돌파하며 '역대 최다 조회수 영상', '유튜브 역사상 가장 많이 본 영상'으로 기록됐다.
이들의 공통점은 청년 창작자의 창의력과 상상력, 그리고 '영상과 음악 기술의 융합'이 만들어낸 문화콘텐츠로 글로벌 성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조선, 반도체 산업의 막대한 설비 투자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화콘텐츠 산업을 '굴뚝 없는 산업'이라고 한다.
이러한 잠재력은 우리 지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두다다쿵', '우당탕탕 아이쿠', '브레드 이발소', '뒤죽박죽섬의 빅풋패밀리', '파이어로보', '쥬라기캅스', '또봇 V' 등 수십 편의 캐릭터 애니메이션이 KBS, MBC, EBS에서 방영되거나, 시청률 1위를 달성하였고, 해외 40여 개국에 수출되었으며, OTT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그 성과의 배경에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GICON)의 청년 지원사업이 있다. 특히 2004년부터 시작된 '웹애니메이션 페스티벌(WAF)' 공모전은 지역 청년 창작자를 발굴하고, 그들의 작품을 글로벌 시장과 연결하는 교두보가 됐다. 이는 지역 창작 지원이 곧 글로벌 문화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입증하는 사례이다.
그러나 대학의 현실은 다르다. 최근 국내 대학에서 K-컬처, K-엔터테인먼트 관련 학과가 잇따라 신설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융합을 구현하는 교육·연구나 성과는 여전히 미비하다.
왜 융합이 어려운가? 우리나라의 교육이 평생 '경쟁 교육'에 길들여져 있고, 협력보다 개별 성취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연구자는 특정 학문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내면화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은 예술계도 유사하다. 국립대 음악학과의 경우 대다수가 클래식이나 정통 국악 중심이다. 예컨대 성악 전공자는 입시 3년과 대학 4년 내내 성악에 집중하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 타 예술 장르와 협업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실용음악 전공자를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이다. 가장 창의적이어야 할 예술이 가장 비창의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융합 학문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대학이 선도적으로 학제 간 융합 모델을 성공적으로 제시한다면, 그 성과는 곧 확산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융합적 학과 개편과 입학 전형 도입, 융합 전공자 선발 및 커리큘럼 개편 등 융합 교육의 혁신 모델이 필요하다.
어느 학자는 "경쟁 교육은 야만"이라고 주장한다. 오늘날 대학이 여전히 '경쟁 교육'보다 '협력 교육' 중심의 융합 생태계를 구축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오직 '융합교육'의 본질에 대한 성찰과 교육 혁신의 실천에 달려 있다.
김경수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미디어콘텐츠·컬처테크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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