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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오랜 세월 동안 어린이들에게 교훈을 주는 이야기로 사랑받아온 것이 이솝 우화이다. 이솝 우화는 고대 그리스에 살았던 노예이자 이야기꾼인 '아이소포스'가 지은 우화 모음집을 말한다. 이 우화는 친숙한 동물이 등장하고, 그 속에 교훈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적으로 어린이를 위한 도덕 교육의 인기 교재로 긴 역사를 이어왔다. 한글로 번역된 최초의 이솝 우화는 1895년, 신식 교과서인 '신정심상 소학'에 7편이 실린 바 있다.
이솝 우화 속 동물들의 행동은 실제 생태나 습성과 큰 차이가 있으며, 오히려 정반대인 경우가 많다. 이렇게 사실과 어긋난 프레임은 어린 시절의 기억 속에 깊이 남아 평생 지속되고, 2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전해져 왔다. 예를 들어, '여우와 포도'나 '여우와 두루미'에서 여우는 교활하고 간교하며 속임수를 쓰는 존재로 상징된다. 그러나 실제 여우는 단독 생활을 하며 사냥 시 지능적이고 환경 적응에 뛰어난 동물일 뿐, 인간처럼 '의도적으로 속이려는' 교활함은 없다.
또한, '늑대와 양치기 소년'이나 '양의 탈을 쓴 늑대'에서 늑대는 탐욕스럽고 위협적이며 잔인한 존재로 묘사된다. 그러나 실제 늑대는 매우 협력적이며 강한 유대감을 바탕으로 일부일처제를 유지하고, 수컷이 새끼를 돌보며, 짝을 잃으면 홀로 사는 경우가 많다. 이런 모습은 우화 속 상징과 정반대이다. 마찬가지로, 우화 속 베짱이는 놀기만 하는 게으른 동물로 묘사되지만, 실제 베짱이는 생존과 번식을 위해 매우 부지런히 활동한다. '게으름'이라는 평가는 인간이 만든 가치 판단일 뿐이다.
이솝 우화의 관심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도덕적·철학적 진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데 있었다. 그래서 우화 속 '인간화된 동물'은 모두 인간의 성격, 욕망, 모순을 비추는 거울이자 개념적 은유의 방식으로 작동한다. 즉, 이솝은 생태적 실재보다 인간 중심의 시선을 모사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이솝 우화 속 동물은 생태적 실재가 아니라 언어와 기호가 만든 상징적 존재이다. 욕망하는 인간, 두려워하는 인간, 탐욕스러운 인간이 '동물'이라는 가면을 쓰고 등장하는 것은 문명이 부여한 의미의 산물이다.
우리는 2천 년 동안 이솝 우화를 통해 학습된 동물에 대한 프레임 속에 사고가 갇혀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런 프레임 속에서 머무는 것이 편안할까? 이는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뇌과학적으로 '예측 가능성'과 '인지 에너지 절약'이라는 두 가지 핵심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 인간의 뇌는 흔히 '예측 기계'라 불린다. 우리는 세상을 감각 정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과거 경험과 개념, 이미 형성된 프레임과 비교하여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한다. 이 과정에서 전두엽은 기존 규칙을 불러와 현재 상황을 해석하고, 해마는 과거 경험을 패턴화하여 재사용한다. 그 결과, 뇌는 새로운 틀을 만드는 것보다 익숙한 프레임을 활용하는 편이 훨씬 빠르고 안전하다고 판단한다.
여기에는 심리학적 요인도 작용한다.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D. Kahneman)은 뇌가 처리 속도가 빠르고 에너지 소모가 적은 정보를 '더 진실되고 안전하다'고 느낀다고 설명했다. 이는 뇌의 생리적·심리적 메커니즘이 만들어낸 '안정의 전략'이다. 뇌가 노쇠하거나, 인지 부조화를 경험하는 보수적 사고의 사람일수록 고집을 부리는 이유 또한 이러한 안전 전략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상징적 이솝 우화를 벗어나 생태학적 이솝 우화를 만들기 어려운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기존 정치·사회·문화적 프레임의 '규율 감옥' 속에 갇혀 있다. 그러나 새로운 시대에는 공동체의 올바른 가치로서 생태적이며 주체적인 다양성을 추구하는 아젠다의 프레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낡은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우리 공동체는 혼돈과 갈등의 비극을 피할 수 없다. 세상이 변해도 시야를 바꾸지 않는 자는 변화를 거부한 고집 속에서 고독과 후회를 맞이할 뿐이다.
김용근 학림학당 학장, 창의융합공간 SU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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