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무상급식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그러나 처음 무상급식은 매우 심각한 정치적 논쟁거리였다. 2010년 당시 한나라당 소속 서울시장은 저소득층 50% 이하에게만 무상급식을 해야 한다고 하면서, 100% 무상급식을 인기몰이 대중 선동으로 몰아갔다. 신문에 실린 여론조사가 실제 여론을 반영했는지는 의문이지만, 대부분 언론은 무상급식을 지지했다.
당시 전체 무상급식이 성공한 것은 시의회를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었고, 교육감이 진보교육감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그때 전체 무상급식이 성공하지 못했다면, 무상급식은 지속적으로 학생들 사이에 갈등의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비슷한 논란이 코로나19 민생지원금 때에도 있었다. 보편지원금은 반대에 부딪혀 상위 10%가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이때 10%를 제외하는 행정 절차가 분명하지 않았고, 행정력이 낭비된다는 비판도 있었다. 또 방문자 등 외국인 거주자에 대한 무상 치료가 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이런 조치 덕분에 코로나19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었다.
최근에 일어난 민생회복 소비쿠폰 논란은 차등 지급이 불러올 수 있는 문제를 잘 보여준 사례다. 지역에 따라 방법은 다르지만, 지급 금액을 표시하거나 색깔을 구분했다. 그 결과, 소득 수준이 카드 디자인과 금액을 통해 그대로 노출되었고, 사생활 침해와 차별 논란이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대통령조차 이를 "공급자 중심의 행정 편의주의"이자 "인권감수성이 부족한 조치"라고 질타했다. 하지만, 중앙정부가 차등 지급을 결정했고 미리 지급 방법에 대한 지침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논란의 원인을 제공한 셈이다.
광주시는 이 사건을 계기로 7월 24일부터 1주일간 행정 전 부문에 걸쳐 실태조사를 실시해 5개 유형 42건의 인권침해 사례를 밝혀냈다. 불필요한 자격요건 적용(5건), 개인정보·사생활 침해(2건), 공공시설 접근권 침해(18건), 차별적 행정용어 사용(4건), 그리고 기후위기·디지털 격차 등 새로운 인권 이슈(6건)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시는 이러한 결과를 중앙정부와 공유하면서 전국적인 확산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건은 국민지원금 지급 원칙이 보편 지급이어야 하는 이유를 명확히 보여준다.
첫째, 보편 지급은 형평성을 담보한다. 모두에게 같은 금액을 지급하면 차별과 불공정 인식을 줄이고 사회 통합에 기여한다.
둘째, 인권 침해를 예방한다. 차등 지급을 하는 경우, 일상생활에서 나타날 수 있는 계층 노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없다.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 지급받은 금액을 물어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셋째, 행정 효율성을 높인다. 복잡한 소득 심사 절차가 필요 없으므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고 신속한 집행이 가능하다. 소득 상위계층에게는 세금으로 환수하는 것이 대안이다. 중요한 점은 설계 단계부터 차별과 낙인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넷째, 정책 신뢰성을 강화한다. 동일한 금액과 형식으로 지원하면 제도가 명확하고 투명해진다.
아울러 국민지원금을 주민지원금으로 확대해야 한다. 즉 국내 거주자로 소득세를 내는 모든 주민들에게 지원금을 지급해서 사회 통합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이미 이주민 숫자가 전 인구의 5%를 넘어서는데, 이들에게도 지원금을 지급하는 경우 우리 사회가 포용 사회로 가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행정에서 실수는 생기게 마련이다. 광주시가 이번 논란에 대한 조치로 5개 유형 42건의 인권침해 사례를 제시하고 이를 지역뿐 아니라 전국적인 과제로 제시한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모든 공무원들에게 해마다 일정 시간 인권교육을 필수로 이수하도록 하는 등, 행정 담당자뿐 아니라 교사, 학생, 시민 모두가 인권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인권 교육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모든 행정 절차가 사회적 약자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아울러 인권감수성을 높이는 교육과 제도 개선이 병행될 때, 국민 모두가 차별 없는 지원 속에서 존중받을 수 있다. 이것이 공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포용 공동체로 가는 길이다.
신경구 광주국제교류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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