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부지런함과 게으름 사이, 침묵의 간극

@김용근 학림학당 학장 입력 2025.07.27. 15:48
■김용근의 잡학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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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은 하늘 위의 노동자다. 시속 20~30km의 바람을 가르며, 하루 10시간 넘게 날갯짓으로 세상을 일구고, 단 한 티스푼의 달콤한 꿀을 위해 지구 두 바퀴를 돌 만큼 부지런하다. 그래서 꿀벌은 부지런함이란 이름의 대명사로 부여받는 존재다. 이 외에도 늑대, 지빠귀새, 사막개미 등은 대표적인 부지런한 동물로 꼽힌다.

이러한 동물들의 행동은 인간처럼 명확한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생존과 번식이라는 본능에 기반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들의 행동을 보며 자기 역할에 충실하고 쉼 없이 일하는 모습에서 근면성과 성신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부여한다.

그렇다면 꿀벌이나 개미처럼 집단 사회를 이루는 동물들 중 모든 개체가 똑같이 부지런할까? 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실제로는 전체 구성원 중 일부가 훨씬 많은 일을 수행하며, 이는 '20/80 법칙'으로 알려진 파레토 법칙으로 설명될 수 있다. 이는 전체 결과의 80%가 20%의 원인에서 비롯된다는 경험적 법칙으로, 개미와 꿀벌의 사회에서도 전체 일의 성과 대부분이 일부 개체로부터 나온다는 것이다. 외견상 모두가 부지런해 보일 수 있으나, 실상은 편중된 노동이 존재하며, 다수는 비활성화 상태에서 우왕좌왕 움직이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대규모 분업 사회보다 소규모 집단에서 오히려 노동 강도와 시간이 더욱 많이 요구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꿀벌이나 개미보다 더 부지런한 동물로 '호박벌'을 들 수 있다. 호박벌은 개체 수가 수십에서 수백 마리에 불과한 작은 군체를 이루며, 통통한 몸집과 풍성한 털을 가진 채 북반구의 온대, 고산지대, 심지어 한대 기후까지 다양한 열악한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간다. 큰 몸집 탓에 비행 시 날갯짓 횟수는 초당 약 230회에 이르며, 이는 어떤 동물도 따라가기 어려운 고강도 움직임이다. 또한 호박벌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가장 긴 시간 동안 활동하며, 낮고 추운 온도에서도 꿋꿋이 일한다. 꿀벌이 놓친 다양한 식물의 수분을 도우며 생태계 보전에도 큰 역할을 수행한다.

이처럼 호박벌은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묵묵히 자기 역할을 다하는 존재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성실히 일하는 자연의 일꾼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인간 사회에 깊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역사적으로 인류는 부지런함을 자기실현과 도덕적 행위를 위한 의무감, 자율성의 실천, 최대 행복을 위한 수단으로 간주해왔다. 종교적으로도 부지런함은 신앙의 덕목으로 여겨졌으며, 게으름은 영적 선에 대한 혐오와 영혼의 나태함으로 해석되었다. 동양의 유교에서는 부지런함을 '천명'에 순응하는 인간의 도리로 보았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규율 사회에서 성과 사회로 이행하면서, 부지런함은 자기 착취로 이어지는 강박적 내면화의 수단이 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부지런함과 게으름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이는 단순한 성격 차원이 아니라 뇌의 작용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전 전두엽의 활성화 수준이 높을수록 목표 설정, 의사결정, 시간 관리 등 실행 기능이 우수하며, 계획을 수행하는 작업 기억과 인지적 유연성이 잘 작동한다. 반대로 전 전두엽 활성도가 낮으면 즉흥적 행동이 증가하고 장기적 목표를 회피하며 자기 통제력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또한 변연계와 도파민 시스템도 부지런함과 관련된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국가나 사회의 지도자에게 있어서도 근면함과 게으름은 공동체의 흥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현재 한국의 정치 현실을 보면, 현직 대통령은 소통, 추진력, 실행력, 속도감 등에서 성실하게 국정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근면함'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반면, 과거의 일부 정권은 감정적 즉흥성, 무책임, 무계획성으로 인한 게으름과 안이함이 정권의 붕괴를 초래한 바 있다.

부지런함은 작은 일이라도 손에 쥐고 실천하게 하여, 어둠의 동굴을 파헤치고 햇살을 들이게 만든다. 반면 게으름은 시간을 갉아먹는 침묵의 동굴과도 같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흘러가는 시간을 방관하는 지도자의 게으름은 공동체 전체를 무기력으로 잠식시킨다. 그러므로 부지런함은 어둠의 시간을 빛으로 전환하는 우주의 항성과 같다.

많은 이들이 부지런함을 단지 '바쁜 삶'으로 오해하곤 한다. 그러나 진정한 부지런함이란 의미 있는 움직임이다. 이는 성과주의적 자기 착취가 아닌, 작지만 지속적인 실천이며, 성실한 일상과 타인을 위한 배려에서 비롯된다. 부지런함의 고독과 게으름의 안락은 쉼 없는 자의 빛과 쉼에 젖은 자의 그림자 행동이다.

결국 부지런함은 자신을 밝히고, 주변을 환히 비추는 등대와 같은 존재이다.

김용근 학림학당 학장, 창의융합공간 SU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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