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신시내티' 도시명은 로마 '독재관' 이름

@김용근 학림학당 학장 입력 2025.04.06. 14:16
■김용근의 잡학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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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돌은 처음엔 날카로운 모서리를 드러내지만, 흐르는 강물과 같은 자연과 상호작용에 의해 닳아가며 둥글어지듯, 사람도 세상을 살아가며 자신의 거침과 모난 왜곡과 모순을 스스로 돌아보는 성찰로 다듬어 동감과 교감으로 산다. 거칠고 모난 채로 남으려는 질서의 유지는 물리학의 열역학법칙과 같이, 거센 물살을 막을만한 많은 에너지인 부대비용이 필요하다. 결국 강력한 질서의 유지는 자연의 흐름에 반하는 일이 된다. 시간이 흐르며 바위가 둥글어지듯, 인간 사회에서도 거침과 독재는 사라지고 조화로운 변화가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인류의 역사는 날카로운 거친 독재를 다듬어 온 여정이며, 거친 독재의 파도가 잦아들 때 비로소 인권의 강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런 제거의 진화는 생물학적 적응, 사회적 진화, 인간 본성에 기인한다. 생존에 불리한 특성을 가진 개체는 도태되고, 협력적이고 유연한 개체가 생존에 유리하게 진화해 왔다. 자유와 인권을 위한 거친 우두머리의 배척의 여정이 인류 역사이다. 즉, 인류 역사가 진보하면서 인간은 거친 폭력적 권력보다 이성과 규범을 통해 발전했으며, 공격적인 거침과 독재는 자연스럽게 배제되었다.

인류 역사에서 정치적·사회적 권력을 한 개인이나 특정 집단이 독점하여 행사하는 독재가 사라지 않았다. 독재가 전체주의로 발전하면 개인의 자유와 인권은 철저히 말살당한다.

그러나 일부 사상가는 제한적으로 공동체의 질서 유지와 효율성을 이유로 독재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한다. 고대 로마에서는 긴급한 전쟁과 내란의 비상 상황이 발생할 때, 강력하게 독재하는 독재관(dictator)을 임명하여 무제한의 정권으로 신속하고 효과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독재관은 상황이 끝나면 권력을 잡거나 내려놓았다. 즉시 권력을 내려놓은 훌륭한 독재관으로 신시나투스, 퀸크티우스, 루키우스 등이 있다. 반면에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로마 공화정 말기에 군사적 성공을 바탕으로 독재관이 되었다. 그러나 지나치게 강한 권력의 집착으로 스스로 종신 독재관이 되었고, 결국 공동체를 훼손하고 암살당했다.

기원전 458년에 로마의 적인 아이퀴족의 침입으로 로마는 위기에 빠졌다. 원로원은 농부로 은퇴한 신시나투스(킨킨나투스, Cincinnatus)를 독재관으로 임명했다. 그는 단기간에 군대를 조직하여 큰 활약으로 승리하고, 국난을 평정하였다. 그래서 로마 시민의 영웅이 되었다. 그는 권력과 시민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휘하의 막강한 군대를 해산하고, 독재관의 자리를 즉시 내려놓고 시골 농장으로 되돌아갔다. 그는 권력의 정점에서 빛났으나, 그 빛에 자신이 머물지 않고 국가의 어둠을 밝힌 뒤 한 줄기 바람처럼 사라졌다.

이러한 신시나투스의 정신을 본받아 오늘날 '신시내티(Cincinnati)'라는 고유명사가 되었다. '신시내티'는 이탈리아 라치오 지방의 한 도시 이름, 뉴욕시의 한 타운 이름, 협회 명, 운동경기 팀명, 대학명, 회사명, 요리명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미국 오하이오주의'신시내티'도시의 이름이다.

조지 워싱턴은 로마의 독재관 신시나투스를 존경하는 인물이었다. 조지 워싱턴은 독립전쟁에서 승리한 후 물러나 있다가, 다시 대통령 자리에 오른 후 장기 권력의 유혹을 거부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였다. 그는 권력자의 덕목으로 로마 독재관'신시나투스'의 정신을 늘 받아들이고 실천하였다. 이후 미국의 독립전쟁 중의 관료와 장군들은 '신시내티 협회'를 결성하고 조지 워싱턴을 협회의 상징적 본보기로 삼았다. 이들이 이후 1790년, 오하이오 강변에 모여 살면서 이 지역을 '신시내티'라 명하고 계속 커지면서 도시가 되었다. 이 도시의 이름은 조지 워싱턴이 말했던 로마의 독재관 '신시나투스'에서 연관하여 유래한 것이다.

신시나투스와 조지 워싱턴은 국가의 어둠의 위기 속에서 다시 불려 나와 빛을 밝히고 권력의 칼을 쥐었지만, 그것을 사익을 위해 휘두르지 않고 스스로 칼집에 거두어 넣은 지도자의 지도자 표상이 되었다.

공동체가 불안정한 때는 '신시나투스'나 '신시내티'의 깃발 아래 공동체를 한마음으로 이끌어 줄 등대와 같은 지도자가 필요하다.

김용근 학림학당 학장, 창의융합공간 SU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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