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두 시간 늦게 간 모임에서 박수받은 사연

@신경구 광주국제교류센터 소장 입력 2025.04.06. 13:39
■신경구의 포용도시

2010년, 전남대학교의 자매대학인 탄자니아 소코인 대학을 방문한 일이 있었다. 예정된 회의는 오전 11시였고, 나는 수도 다르에스살람의 숙소에서 새벽 5시에 출발했다. 소코인 대학까지는 보통 3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지만, 마침 다르에스살람에서 세계경제포럼이 열리고 있어 교통 통제가 심했다. 안내자는 이를 고려해 시골길로 돌아가는 경로를 선택하며 새벽 5시에 출발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5시간을 달려도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했다. 초조해서 운전사에게 남은 거리를 물으면 늘 "10분이면 도착한다"고 대답했다. 결국 열 번 이상 같은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은 끝에 겨우 도착했을 때는 이미 오후 1시가 넘은 때였다.

대학 강의실에는 50명이 넘는 관계자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두 시간 넘게 기다린 탓에 그들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총장은 길게 환영사를 했고, 나는 답사를 할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상황에서 배고픈 청중에게 어떻게 사과해야 할지 고민이 깊었다. 그러다가 나는 사과를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여러분은 내가 늦었기 때문에 사과를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사과할 뜻이 없다. 왜냐하면 나는 단지 10분 늦었기 때문이다." 청중이 의아해하는 표정을 짓는 가운데, 나는 운전사와의 대화를 덧붙였다. "11시가 되어도 소코인 대학이 보이지 않아서 운전수에게 물었다. '언제 도착하냐'고. 운전수는 지난 두 시간 넘게 계속해서 '10분이면 도착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10분 늦은 것도 사과할 생각이 없다. 우리가 10분 늦은 것은 여러분들의 초대 대통령 니에레레 선생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니에레레의 소수 종족 우대 정책 덕분에 탄자니아는 종족 갈등이 없는 나라가 되었고, 오늘날 테러 걱정 없이 세계경제포럼을 개최할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 그래서 다르에스살람의 교통 체증이 생겼고, 또 그래서 우리가 10분 늦게 도착하게 된 것이다. 그러니 니에레레 대통령에게서 사과를 받으시라." 이 말에 회의실은 웃음과 박수로 가득 찼고, 불만스러운 표정도 즉시 사라졌다. 이어서 나는 "여러분들을 2시간 이상 기다리게 해서 매우 죄송하다"라고 덧붙였다.

줄리어스 니에레레는 탄자니아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는 경제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스스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났지만, 지속 가능한 문화와 정치적 유산을 남겼다. 일찍이 독립 전쟁 당시부터 스와힐리어를 사용하며 국가 통합을 추진했고, 독립 후에는 식민지 언어였던 영어 대신 스와힐리어를 공용어로 채택하고, 포용 교육을 실시하면서, 120개가 넘는 다 종족 국가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에 성공했다.

니에레레는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면서 소수 종족 출신을 대통령으로 뽑도록 권고했다. 다수 종족이 권력을 장악하면서 소수 종족들을 차별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탄자니아에서는 독립 이후 모든 대통령은 소수 종족 출신이었다. 최대 종족인 수쿠마(16%)와 두 번째 종족인 니얌웨이(6%)는 대통령을 만드는 데에 성공한 적이 없다.

현재 대통령인 사미아 하산은 인구의 1%에 불과한 자라모 종족 출신이다. 니에레레의 유산 덕분에 기독교인이 63%로이고 무슬림이 34%인 국가에서 아프리카 첫 이슬람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는 기적이 이뤄졌다. 하산 대통령은 늘 히잡을 쓰고 공무를 수행하는데, 기독교 지도자들이 합리적인 하산 대통령의 정책을 적극 지지하는 것도 기적이다.

탄자니아 사람들은 지금도 니에레레를 '선생님(Mwalimu)'으로 존경한다. 그는 종교와 종족 간 포용을 강조하며 진실한 믿음과 실천으로 국민의 존경을 받았다. 그의 유산은 지금도 탄자니아가 평화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오늘날 정적을 악마화하고 자기 지지층을 극단으로 몰아가는 극우 정치인들, 법을 지키지 않는 법 기술자들, 신앙과 거리가 먼 종교 선동가들은 니에레레에게서 배워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이들을 각 분야에서 퇴출시키는 운동을 벌여야 할 때이다. 포용이 없는 사회는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신경구 광주국제교류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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