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100만 달러로 국제적 논문 한편 못 쓰는 나라

@신경구 광주국제교류센터 소장 입력 2025.03.09. 15:40
■신경구의 포용도시

지난 토요일인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 5.18민주광장에서는 시민사회단체들이 주도하여 수천 명의 시민들이 모여 이 날을 기념하고,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필자는 여성과 관련해 특별한 경험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했다. 2012년 4월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리야드국제교육박람회에 참석했을 때였다. 사우디 주재 한국대사관이 주최한 만찬에 초대 받았다. 넓은 실내에는 양탄자가 깔려 있었고, 가운데에는 음식이 놓여 있었다. 참석자 모두가 책상다리를 하고 음식 주변에 둘러 앉았는데 내 옆에는 사우디 고등교육과학부 장관이 앉아 있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대학교육과 연구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이 때 사우디 장관의 질문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사우디에서는 연구비로 100만 달러를 투자해도 SCI(과학인용목록) 논문이 한 편 나오기가 어렵다. 한국은 3-4편이 나오는데, 그 비결이 무엇인가?" 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한국에는 여성 연구자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지난 2012년 4월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리야드국제교육박람회에 참석했을 때의 모습. 맨 오른쪽이 필자로 그 옆은 사우디 고등교육과학부 장관.

사우디는 2018년이 되어서야 여성들에게 운전 면허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세계 여성의 날은 1917년 러시아 페트로그라드(현재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여성 노동자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이며 '빵과 평화'를 외쳤던 것에서 시작되었다. 이 사건은 러시아 혁명의 기폭제가 되었다. 이후 소련이 3월 8일을 공식 기념일로 지정하면서 전 세계로 확산되었고, 1977년 UN이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International Women's Day)'로 공식 지정하면서 여성 인권과 성평등을 기념하는 날로 자리 잡았다.

한국에서는 2001년 김대중 정부에서 여성부를 시작했고, 2005년 노무현 정부 대에 여성가족부로 확대되면서, 여성 참여와 여성 인권 보호의 지렛대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 사회에서도 여성의 공공 영역 참여는 여전히 부족하다. 국회의원 중 여성의 비율은 20.3%에 불과하다. 지방 의회의 여성 의원 비율도 20%에 미치지 못한다. 다행히 광주시의회는 43%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여성 비율을 보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경우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결과, 17명의 광역자치단체장 중 여성 당선자는 한 명도 없었다. 기초자치단체장 중 여성은 7명으로 전체의 3.1%에 불과했다.

다만 공공 영역인 교사와 공무원 중 여성의 비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3년에는 여성 공무원이 50%를 넘어섰고, 초중등 여성교사는 70%에, 고등학교 여성교사는 57.1%에 이른다. 아직도 관리직에서의 여성 분포가 낮기는 하지만, 앞으로 여성 관리직 비율이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에서의 여성 차별은 여전히 두드러진다. 2023년 국내 기업의 여성 직원 비율은 28.5%로 2021년(26.5%)에 비해 증가했으나 여전히 전체 직원 중 3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고위직으로의 여성 승진 기회는 더욱 제한적이다. 2024년 기준, 500대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7.3%로 2019년의 3.9%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증가했지만,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이다. 특히 여성 임원 중 상당수가 사외이사로 집중되어 있으며, 여성 사내이사의 비율은 미미하다.

이처럼 여전히 성별 격차가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나온 여성가족부를 폐지하자는 공약이 나왔다. 이 공약은 남녀를 갈라치고 남성 표를 얻기 위한 정치적 선동에 불과한데, 이런 선동이 통한 것이 현재 우리가 당면한 정치적 경제적 위기의 시작이었다. 객관적인 통계가 남녀가 평등을 보여 준다면 여성가족부는 자연스럽게 가족부로 바뀔 것이다.

필자가 소장으로 있는 광주국제교류센터에는 인턴 4명을 포함해 24명이 일하고 있다. 그중 21명이 여성이다. 국제 교류 관련 기관과 단체에서는 절대 다수의 여성들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번 내란 사태에서도 여성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도 여성이었다. 한국 사회가 더욱 공정하고 역동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참여가 더 활발해야 할 것이다.

신경구 광주국제교류센터 소장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1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