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와 부정부패에 맞선 저항 정신 곳곳에

입력 2023.01.26. 17:21
[광주에서 대구까지 미리 달려본 달빛내륙철도]
35.대구역<4>민주화운동 시발점 2·28
2·28기념 중앙공원은 1960년 일어난 2·28학생민주의거를 기념하여 만든 공원 대구시 중구 공평동 도심 한복판에 조성됐다. 2·28학생민주의거는 대한민국 최초의 민주화운동으로 3·15마산의거, 4·19혁명으로 이어져 이승만 정권을 물러나게 만든 기폭제가 됐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광주에서 대구까지 미리 달려본 달빛내륙철도] 35.대구역<4>민주화운동 시발점 2·28

1960년 2월28일. 대구의 어린 사자들이 한국 민주화를 위해 분연히 떨쳐 일어났다. 2·28 대구 의거다. 대구 의거는 대구 고등학생들이 자유당 정권에 날린 마지막 경고였다. 이를 무시한 자유당 정권의 말로는 비참했다. 대구 의거는 마산 3·15 의거와 4·19혁명으로 이어져 마침내 자유당 정권을 몰락시켰다. 대구 고등학생들이 쏘아 올린 민주화에 대한 결연한 행동인 2·28 의거는 대한민국 민주화의 시발점이었다. 그러나 대구가 보수의 텃밭이 되면서 대구 2·28 의거가 잊히는 것은 아닌지 후손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2·28기념 중앙공원은 1960년 일어난 2·28학생민주의거를 기념하여 만든 공원 대구시 중구 공평동 도심 한복판에 조성됐다. 2·28학생민주의거는 대한민국 최초의 민주화운동으로 3·15마산의거, 4·19혁명으로 이어져 이승만 정권을 물러나게 만든 기폭제가 됐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불의와 부정에 맞선 2·28

"토끼 잡으러 오는 일요일 학교로 나오세요."

이 황당한 일요일 등교 파동이 자유당 정권의 몰락을 재촉했다. 1960년 대구 2월27일. 대구에서는 일요일에 고등학생들을 학교로 불러 모으려는 음모가 펼쳐졌다. 당시 자유당 이승만 정권은 야당인 민주당 유세에 고등학생들이 나가지 못하도록 일요일 등교를 지시한 것이다.

그러나 1960년대 당시 고등학생들의 의식은 자유당 정권이 미처 생각지 못할 정도로 선진화돼 있었다. 밀어붙인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일요일 강제등교를 거부한 경북고·경북사대부고·경북여고·대구고·대구농고·대구여고·대구상고 등 어린 학생들이 조직적으로 저항하기 시작했다. 등교령 철회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학생들은 1960년 2월27일 각급학교 대표 8명이 부당함을 정당함으로 바꾸기 위한 행동에 나섰다. 드디어 2월28일 학생들은 거리로 나서 불의에 항거한다.

2·28기념 중앙공원은 1960년 일어난 2·28학생민주의거를 기념하여 만든 공원 대구시 중구 공평동 도심 한복판에 조성됐다. 2·28학생민주의거는 대한민국 최초의 민주화운동으로 3·15마산의거, 4·19혁명으로 이어져 이승만 정권을 물러나게 만든 기폭제가 됐다. 임정옥기자

◆가두로 나선 어린 사자들

1960년 2월28일 낮 12시. 경북고 학생 등 800여명이 결의문을 낭독하고 대구 시내 거리로 나서 자유당 정권에 비수를 꽂았다.

"백만학도여 피가 있거든 우리의 신성한 권리를 위하여 서슴지 말고 일어서라. 정의를 위해 이 모습 다 할 때까지 투쟁하는 것이 우리의 기백이다. 일치단결해 피 끓는 학도로서 최후의 일각까지 부여된 권리를 위하여 싸우자"로 시작된 결의문을 낭독한 학생들은 자유당 정권부패를 백일하에 드러냈다.

대구 의거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최초의 반독재 민주화 운동이었다.

2·28기념 중앙공원은 1960년 일어난 2·28학생민주의거를 기념하여 만든 공원 대구시 중구 공평동 도심 한복판에 조성됐다. 2·28학생민주의거는 대한민국 최초의 민주화운동으로 3·15마산의거, 4·19혁명으로 이어져 이승만 정권을 물러나게 만든 기폭제가 됐다. 임정옥기자

◆대구 의거가 잊힌 보수의 텃밭

토끼몰이식 일요일 등교 파장은 컸다. 대구 시위 현장에서 체포된 학생이 220여명이었고 각급 학교 교사들도 모진 추궁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어린 사자들이 보인 행동은 대구 시민의 민주의식을 깨웠고 3·15 마산 의거와 4·19혁명으로 이어지면서 마침내 독재 정권을 무너뜨린다. 2·28 대구 의거는 불굴의 의지로 일궈낸 시민정신의 승리였다.

2·28기념 중앙공원은 1960년 일어난 2·28학생민주의거를 기념하여 만든 공원 대구시 중구 공평동 도심 한복판에 조성됐다. 2·28학생민주의거는 대한민국 최초의 민주화운동으로 3·15마산의거, 4·19혁명으로 이어져 이승만 정권을 물러나게 만든 기폭제가 됐다. 임정옥기자

학생들의 불의에 대한 항거는 5·18민주화운동에 이르기까지 현대사 전환기마다 학생들이 앞장서는 정신적 토대 노릇을 했다.

그러나 현대 들어 대구가 보수의 텃밭이 되면서 2·28 정신이 조금씩 퇴색한 느낌이다.

2018년 2월28일 대구학생의거는 국가기념일로 지정됐지만 대구 시민들 10명 중 4명이 국가기념일 지정조차 모른다는 조사 결과다.

동성로는 젊은 기운이 살아 숨쉬는 대구의 대표적인 중심번화가 중의 하나로 1990년 5월 첫 막을 올린 동성로축제는 세월을 지내오면서 대한민국대표 축제로 자리잡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대구시도 이런 무관심에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대구 2·28기념중앙공원(대구 중구 동성로 2길 80)을 지난 2003년 12월 조성해 대구 민주의식을 일깨우고 있다.

달서구 두류공원에는 시민성금으로 2·28민주의거기념탑도 세웠다. 이 탑은 대구가 민주화 선진도시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조형물이다.


◆"지역 갈등 끝내야"

대구 2·28 의거 정신계승은 후대의 몫이다. 광주와 대구는 달빛동맹을 맺어 한목소리로 지방에 불어 닥친 위기를 타개하려 하고 있다.

그 중심에 달빛 고속철도가 자리한다. 오는 2030년 달빛 고속철도를 건설해 남부 경제권 1천700만을 하나로 묶는 대장정에 의기를 투합했다.

현재도 대한민국은 중앙중심적 사고를 벗어나지 못해 나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여기에다 정치 세력이 조장한 악의적 지역갈등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구역은 1905년 1월 1일 경부선 개통과 함께 개시됐다. 대구역은 대구의 성장기억을 담은 공간으로 2003년 민자역사 시대를 맞이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이제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어느덧 국가교통망도 남북으로만 이어지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동서간 연결고리는 끊어졌고 국토는 기형적으로 변했다. 저출산 고령화라는 미증유의 사태까지 겹치면서 광주와 대구는 지역소멸이라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런 불균형을 깨고자 하는 달빛 고속철도 건설은 너무나 절실한 과업이다.

이는 단순한 철도건설이 아닌 국가균형발전 패러다임을 바꾸는 대장정이다. 광주와 대구를 1시간 거리로 좁힌다면 일자리와 산업물동량이 늘어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인적·물적 교류 활성화로 초광역 남부 경제권 구상도 가능해진다. 이렇게 되면 수도권 중심의 집중완화에도 도움을 주게 된다.

2·28기념 중앙공원은 1960년 일어난 2·28학생민주의거를 기념하여 만든 공원 대구시 중구 공평동 도심 한복판에 조성됐다. 2·28학생민주의거는 대한민국 최초의 민주화운동으로 3·15마산의거, 4·19혁명으로 이어져 이승만 정권을 물러나게 만든 기폭제가 됐다. 임정옥기자

오늘날 2·28 정신계승은 국가 균형발전에까지 긍정적으로 작용해야 한다. 그러려면 담대한 발상전환이 필요하다.

오늘날 대구 학생들의 결의문은 "백만 학도여 피가 있거든 남북으로만 연결된 혈류를 동서로 연결하라. 수십년 묵은 지역갈등을 끝내고 광주와 대구의 공동 발전과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분연히 떨쳐 일어나라. 이것이 우리의 기백이며, 정의감에 입각한 이성적 호소다"로 바뀌어야 한다. 그렇게 바꾼다 한들 누가 시비 걸 수 있겠는가.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패러다임 전환은 이미 시작됐다.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대세로 굳어진 것이다. 나윤수 객원기자 nys2510857@mdilbo.com


?"달빛철도 국가 발전의 새 패러다임 제시… 반드시 성공해야"?

안중현 대구시청 주무관?

안중현 대구시청 주무관

"영호남이 모처럼 한목소리를 낸 달빛 고속철도사업이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반드시 성공했으면 합니다."

대구시에서 달빛고속철도사업 실무를 담당해온 안중현 주무관의 절실한 바람이다. 안 주무관은 "달빛 고속철도가 국가 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미래 사업이 될 것이다"고 예상했다. 그는 갈수록 영호남 지역민의 삶이 낙후되는 것은 "수도권 집중현상이 심화되기 때문이다"면서 "달빛 고속철도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유통과 소통이 강화되는 기형적 구조에서 벗어나 동서로 사람과 물류가 흐르게 하는 국가적 당위성을 가진 사업이다"고 소회를 밝혔다.

안 주무관은 달빛내륙철도가 한창 뜨거운 이슈로 등장하던 지난 2021년 4월부터 업무를 맡아 영호남 지자체와 시민 단체들의 협조와 소통을 끌어낸 주역 중 한 명이다.

안 주무관은 지난 2021년 6월29일을 달빛 내륙철도의 분기점으로 기억한다. 그날 마침내 제4차 국가 철도망 구축 계획에 포함된 날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달빛 고속철도는 논의 대상에서 국가사업으로 본격적인 추진 동력을 마련할 수 있었다.

실무를 담당한 안 주무관은 "달빛 고속철도는 영호남 지역민들의 공동 숙원사업으로 반드시 이뤄진다는 사명감으로 일했다"고 한다.

특히 "광주시와 대구시가 힘을 합쳐 달빛 고속 철도를 건설하면 1천700만 남부광역경제권 지역민들에게 고루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걸림돌인 경제성에 대해서는 "달빛 고속철도는 국민화합과 지역 균형발전 측면에서 바라봐야 하며 중앙집권적 남북 사고에서 벗어나 동서로 물류와 인적 교류가 이뤄지게 하는 경제 외적인 가치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주무관은 "대구와 광주가 모처럼 손을 맞잡은 소중한 기회와 경험이 결실을 맺었으면 한다"면서 "관련 지지체와 시민, 언론이 모두가 바라는 사업이어서 차질 없이 이뤄질 것이다"고 낙관적 견해를 숨기지 않았다.

나윤수 객원기자 nys2510857@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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