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3년 연속 최하위 ‘만년꼴찌’ 이미지 굳혀
선수단 집중력 부족 및 프런트 아마추어 행보

여자프로배구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의 3년차 시즌이 막을 내렸다.
창단 이후 줄곧 여자부 최하위를 해왔던 AI페퍼스는 이번 2023-2024시즌에도 어김없이 꼴찌 자리를 꿰찼다.
시즌 중 여자부 최다 연패인 23연패의 늪에 빠지기도 했던 AI페퍼스는 5승31패 승점 17점을 기록했다. 아이러니 한 것은 이것이 창단 3년간 거둔 최고 성적이라는 점이다. AI페퍼스는 지난 해 5승 31패 승점 14점을 기록한 바 있다.
성적 외에도 크고 작은 문제가 AI페퍼스를 덮쳤다. 최고참 오지영이 후배 괴롭힘 문제로 선수단에서 제명을 당했고 조 트린지 감독은 시즌 도중 경질을 당했다.
프런트도 선수단 관리 및 각종 행정절차에서 아마추어도 하지 않을 실수를 반복했다. 창단 3년이 지났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구단 운영에 미흡함을 내비치고 있다. AI페퍼스의 2023-2024시즌 실패에 대해 되돌아본다.
◆시즌 전
AI페퍼스는 창단 3년차를 맞은 2023-2024시즌 야심차게 출발했다.
FA시장에서 박정아, 채선아를 영입하고 내부 자원인 이한비, 오지영을 눌러앉혔다. 이때 사용한 금액이 46억8천만원으로 거의 50억에 육박했다. 외국인 선수 영입에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아시아 쿼터 드래프트에서 필리핀 출신 미들 블로커 MJ 필립스를 지명했고,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미국 출신 아포짓 스파이커 야스민 베다르트를 뽑았다. 특히 야스민은 그동안 현대건설에서 주포로 확실한 실적을 냈기에 많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프런트의 '초보적인'실수가 나왔다. 한국도로공사에 박정아 영입에 대한 보상선수를 내주는 과정에서 전 시즌 FA로 영입한 주전세터 이고은을 보호명단에서 빼버린 것이다. 자연히 한국도로공사는 이고은을 지명했다. 구단 관계자는 "도로공사 구단에서 이고은을 픽할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했다"며 "전략적으로 필요한 선수를 보호했는데 결론이 이렇게 됐다"고 궁색한 변명을 했다.
그리고 다시 이고은을 데려오기 위해 최가은과 1R 지명권을 내주는 불필요한 손실을 입어야했다. 그리고 한국도로공사가 AI페퍼스의 지명권으로 뽑은 선수가 올 시즌 신인왕이 유력한 김세빈이다.
또 2022-2023 시즌 도중 영입했던 아헨 킴 감독이 돌연 고국으로 귀국해 사령탑이 공백을 빚는 일도 있었다. 당시 AI페퍼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조 트린지 감독에게 새로 지휘봉을 맡기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시즌 후 되돌아보니 이 부분이 3년 연속 최하위에 가장 큰 이유가 됐다. 아헨 킴 감독을 영입하기 전 확실한 개인 조사를 했거나 공백을 빚었을 때 차라리 여유를 갖고 후임 감독을 물색해야 했다. 말도 안되는 실수를 시즌 전부터 남발한 AI페퍼스 프론트였다.
◆정규 시즌
정규 시즌에 돌입한 AI페퍼스는 초반 기세를 높였다. 시즌 개막 2경기 만에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세트스코어 3-2(25-22, 20-25, 19-25, 25-17, 15-13)로 창단 후 가장 빠른 시일에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GS칼텍스에 3-2(17-25, 26-24, 24-26, 25-21, 15-10)로 승리하며 2승째를 거머쥐는 등 과감한 투자에 성적이 뒤따라 오는 듯했다. 허나 거기까지였다.
11월 10일 GS전 이후 AI페퍼스는 이듬해 2월 23일 한국도로공사와 경기서 승리를 거두기 전까지 무려 105일간 승리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다. 여자부 최다 연패인 23연패 기록을 수립한 것이다.
프런트의 아마추어 행정은 여기서도 나왔다. 연패 탈출 직후 조 트린지 감독을 경질하고 나선 것이다. 통상 연패 도중 혹은 시즌 말미임을 감안해 시즌 종료시까지 지휘봉을 맡기는 것이 일반적인데 AI페퍼스는 그러지 못했다.
연패기간 감독의 지휘능력 부족에 대한 지적은 꾸준히 있었다. 감독이 선수단을 파악하지 못해 이해할 수 없는 작전을 지시하고 경기를 잘 풀어가다 막판 집중력 부족으로 패하는 등 같은 양상의 패전이 계속됐다. 때문에 교체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그 시기에서 초보적인 실수를 했다.
AI페퍼스는 선수단 관리에도 실패했다. 2년전 혼신의 힘을 기울여 선택한 염어르헝이 시즌 초반부터 고질적인 무릎부상 재발로 수술을 받았다. 제2의 김연경이 될 것이라던 최고 유망주가 부상으로 재활에만 시간을 허비하는 중이다.
또 시즌 막판에는 최고참 오지영의 후배괴롭힘 논란도 터졌다. 2차상벌위개최 끝에 KOVO에서는 오지영에 1년 선수자격 정지처분을 내렸고 AI페퍼스 구단은 오지영과 계약을 파기했다.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오지영은 추후 법정에서 논란의 시시비비를 가릴 전망이다. 사태가 이지경까지 이른 점은 AI페퍼스 프런트의 명백한 선수단 관리 실패다.
또 AI페퍼스가 당장 직면한 문제는 비시즌 선수단 훈련을 지휘할 새 감독 선임이다. 창단 4년차에도 최하위를 피해야하는 만큼 신중을 기울여야한다.
AI페퍼스는 시즌 마지막경기가 끝난 후 팬 퍼스트 이벤트를 열며 팬들에 대한 감사를 전했다. 성적을 내지 못했음에도 사랑을 전해준 팬들에 대한 감사를 전한 것이다.
이범호 KIA타이거즈 신임감독은 취임식에서 "승리보다 더 좋은 팬서비스는 없다"고 말했다. 그의 말마따나 종목을 막론하고 프로 스포츠의 존재 이유는 성적이다. 창단 4년차를 맞을 다음 시즌에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팬들에 대한 감사를 표현할 필요가 있는 AI페퍼스다.
이재혁기자 leeporter5125@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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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 최다승·최고승점' AI페퍼스, 순위는 아쉬워 여자프로배구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 KOVO 제공. 여자프로배구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가 승점 자판기에서 탈출했다.AI페퍼스는 2024-2025시즌 11승(25패 승점 35점)으로 창단 이후 최다 승을 기록했다. 2021-2022년 창단 이후 3승, 5승, 5승에 그쳤지만 이번에는 두자리 승수를 거두며 언니 구단들에게 치명적인 고춧가루를 뿌렸다.그러나 아쉬운 부분도 분명하다. 시즌 중반까지 봄배구를 향한 희망을 잇기도 했으나 뒷심이 부족했다. 시즌 최종전까지 GS칼텍스를 승점 1점 차로 추격했으나 거기까지. AI페퍼스는 최종전에서 패해 다시 한 번 7위에 그치고 말았다.◆ 국내 감독 선임·팀 리빌딩그동안 외국인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겨왔던 AI페퍼스는 올해 다른 선택을 했다. 장소연 해설위원에게 사령탑 자리를 안기며 큰 언니 리더십을 기대하고 나선 것.그리고 AI페퍼스는 외국인 드래프트에서 바르바라 자비치와 아시아 쿼터 장위를 영입해 트윈 타워를 건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높이에서 타 팀을 압도하겠다는 계산이었다. 또 FA시장에서 리베로 한다혜를 영입해 수비에 깊이를 더하기도 했다.8월에는 일본 가와사키로 전지훈련을 떠나 선수들의 기량향상을 꾀했다. 철저한 준비로 시즌을 맞이한 AI페퍼스는 창단 4번째 시즌 목표를 10승으로 내결었다.◆최다승·최다 연승…가능성 봤다비시즌 구슬땀을 흘린 AI페퍼스는 달랐다. 개막전부터 한국 도로공사에 세트스코어 3-0 셧아웃 승리를 거두며 기분 좋은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나 기쁨은 잠시. AI페퍼스는 개막 승리 이후 7연패를 당했다.그래도 다행이었던 점은 예년처럼 두자리 연패까지 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AI페퍼스는 2라운드에서 한국도로공사를 만나 연패 사슬을 7에서 끊었다.그리고 시즌 전의 기대와 달리 부상에 신음했던 바르바라 자비치를 테일러 프리카노로 교체해 외인 공백을 메웠다. 장위와 함께 트윈타워를 구축해줄 것으로 생각됐던 자비치는 외국인 1순위라는 타이틀에도 조기 교체되며 아쉬움을 샀다.AI페퍼스는 연패 이후 반등했다. 그동안 천적으로 군림했던 정관장에게 승리하며 포비아에서 탈출했고 4라운드에서는 IBK기업은행에 승리하며 창단 이후 최다승(6승)을 기록했다. 이어 현대건설까지 잡으며 AI페퍼스는 3연승으로 창단 이후 최다 연승에 성공했다.이후로도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던 AI페퍼스는 5라운드에서 정관장에게 3-0 셧아웃 승리를 거둬 창단 첫 두자리 승수의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AI페퍼스는 3월 11일 흥국생명과 홈경기에서 0-2로 뒤진 경기를 3-2로 역전승하며 시즌의 마지막 승리를 거뒀다. 11승째였다.◆ '졌잘싸'…순위는 아쉬워AI페퍼스가 올 시즌 의미있는 시간을 보낸 것은 분명하다. 각종 기록을 새로 썼고 순위 상승에 대한 희망도 엿봤다. 그러나 순위가 변하지 않은 부분은 아쉽다.아시아쿼터 1순위 장위는 제 몫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외국인 바르바라 자비치와 테일러의 활약은 타 팀 선수들과 비교해 아쉽다. AI페퍼스에 실바(GS칼텍스), 빅토리아(IBK기업은행) 같은 외국인 선수가 있었다면 순위는 달라졌을 것이다.FA 리베로 한다혜의 영입은 신의 한수였다. 한다혜 덕분에 구멍으로 평가 받던 AI페퍼스의 수비가 예년과 달라진 모습으로 언니 구단들을 위협할 수 있었다.시즌을 마친 장소연 AI페퍼스 감독은 "외국인의 역할이 올해 아쉬웠던 것이 사실이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박)은서, (박)사랑 등 어린 선수들의 성장 가능성을 봤다. 내년에도 꾸준히 성장해서 팀의 주축으로 자리 잡아야한다"며 "한다혜는 36경기 개근을 했다. 훈련도 시간보다 일찍 나와 본인의 부족한 부분을 연습했다. 그것이 팀의 문화로 자리잡았다"고 칭찬했다.장 감독은 "올 시즌 의미있는 기록이 많다. 목표를 정하고 선수들과 달려왔는데 선수들, 코칭스태프들이 한 마음이 돼서 좋은 시즌을 보냈다. 내년엔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이재혁기자 leeporter5125@mdilbo.com
- · "이제는 단장의 시간...알찬 비시즌 보낼 것"
- · "뜻깊지만 아쉬운 시즌...내년엔 다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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