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 3세' AI페퍼스 팬, "젊음 앞세워 목표 이루길"

입력 2023.02.27. 16:46 이재혁 기자
오사카서 광주까지 AI페퍼스 홈경기 참관
“할머니의 한국서 배구 응원 뜻 깊어”
“AI페퍼스 한국 여자배구의 중심 되길”
재일교포 3세 김태평(일본이름 사이토 타이헤이)씨가 여자프로배구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를 응원하고 있다. 독자 제공.

"당장의 성적도 중요하지만 AI페퍼스의 젊은 선수들이 성장해 한국 여자배구의 중심으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여자프로배구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가 창단 2번째 시즌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일본 오사카에서 현해탄을 건너 온 이가 있다. 재일교포 3세 김태평씨(일본이름 사이토 타이헤이)가 그 주인공이다.

오사카에서 부산을 거쳐 광주까지 오는 길은 10시간 이상이 소요될 정도로 멀지만 김씨는 AI페퍼스의 선수들을 응원하겠다는 일념 하에 먼 길을 자처했다. 그는 약 80여년 전 일제 강점기, 할머니 김미옥씨가 제주도에서 일본으로 건너가 정착하며 재일교포가 됐다.

하지만 연어가 자기 고향을 찾아오듯 뿌리를 감출 수 없었던 그는 능숙한 한국어를 구사하며 배구팬이 된 이유를 설명했다.

오사카에서 부동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그는 지난 2015년부터 한국 여자배구의 팬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박정아 선수를 IBK기업은행 시절부터 좋아했다"며 "그가 한국도로공사로 이적하자 따라서 도로공사 팬이 됐다. 그러나 AI페퍼스가 창단한다는 소식을 듣고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AI페퍼스가 다른 팀에서 주전으로 못 뛰던 젊은 선수들을 선발해 새로운 기회를 준다는 취지에 감명을 받았고 그대로 AI페퍼스의 팬이 됐다"고 설명했다.

재일교포 3세 김태평(일본이름 사이토 타이헤이)씨가 여자프로배구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를 응원하고 있다. 독자 제공.

그는 "AI페퍼스 선수들 중에서도 문슬기를 가장 좋아한다"며 웃었다. 이어 "노란 머리색이 첫 인상에 깊게 남았고 당시 맏언니로 선수들을 잘 이끌었다. 또 작은 몸에도 불구하고 몸을 아끼지 않고 던지며 디그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가장 처음 AI페퍼스 경기를 본 것은 2022년 11월 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렸던 GS칼텍스와의 경기"라고 말했다. 또 "그날 일본어가 섞인 한국말로 AI페퍼스를 응원하던 도중 우연히 김형실 전 감독님의 옆에서 경기를 지켜보게 됐다"고 회상했다.

김형실 전 감독은 "김태평씨처럼 한국 배구와 AI페퍼스를 사랑해주는 팬이 있어 배구의 앞날이 밝은 것 같다"며 "오사카에서 광주까지 오는 것이 쉽지 않은데 정말 대단하다"고 엄지를 추켜세우기도 했다.

그의 응원을 받으며 AI페퍼스는 개막 17연패로 잠시 주춤하기도 했으나 2022년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후 경기력을 끌어올리며 어느덧 시즌 전 목표로 내세웠던 5승에 단 1승만을 남겨두고 있다.

김태평씨는 "AI페퍼스가 이기면 매우 좋지만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며 "이들의 성장이 한국 여자 배구의 성장이 될 것으로 믿는다. 또 광주 팬들이 AI페퍼스가 이기든 지든 큰 함성으로 응원하는 모습에 놀랐다. AI페퍼스가 조만간 강팀이 돼서 한국 여자배구리그를 호령할 것을 믿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혁기자 leeporter5125@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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