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든이 친모 무기징역서 징역 35년 감형, 시민단체 분개

입력 2026.08.25. 15:57 임창균 기자
계획성·잔혹성 따져 무기징역 과해
친부 항소 기각 ,징역 4년6개월 유지
프리해든스 “정인이 사건서 제자리”
25일 오후 시민모임 프리해든스가 광주법원 앞에서 해든이 친부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생후 4개월 된 아들을 학대해 숨지게 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친모가 항소심에서 징역 35년으로 감형됐다.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해 온 시민단체는 “정인이 사건 때와 달라진 게 없다”고 비판했다.

광주고법 제2형사부(재판장 황진희 부장판사)는 25일 아동학대살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친모 A씨(34)에게 원심의 무기징역보다 낮은 징역 35년을, 친부 B씨(36)에게는 원심과 같은 징역 4년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두 사람에게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 10년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A씨의 범행이 잔혹하고 중대하지만,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한 살해로 보기 어렵고 범행 후 후회하는 모습을 보인 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장기간 수용 생활을 통해 잘못을 깨닫고 개선할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무기징역을 선고할 만큼 교화나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B씨에 대해서는 “아내의 학대를 알고도 상당 기간 방임했고, 피해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은 책임이 무겁지만, 1심이 선고한 징역 4년6개월이 너무 무겁거나 가볍다고 볼 수 없다”며 B씨와 검찰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선고에 앞서 재판장은 로마 황제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과 이를 재해석한 책 ‘죽을 때까지 나를 다스린다는 것’의 구절을 인용해 해당 사건에 대한 개인적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잘못을 범한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이 인간의 특성” 이라며 “선은 아름답고 악은 추악하다는 것을 본질적으로 알지만, 무지한 탓에 잘못을 저지르고 그도 나와 같이 부족한 인간임을 헤아려야 한다”며 “형벌은 책임을 지고 사회로 돌아오기 위한 갱생의 기간이며, 안전한 공동체를 위해 필요한 것은 고독이 아닌 연결과 협력”이라고 설명했다.

재판장의 주문이 낭독되자 법정의 분위기는 상반됐다. 해든이의 부모인 A씨와 B씨는 조용히 고개를 숙인 반면, 방청석에서는 외마디 탄식을 내뱉고 눈물을 훔치는 이들도 볼 수 있었다.

이날 법원 앞에서 추모집회와 피켓 시위를 벌인 시민모임 ‘프리해든스’는 선고 직후 기자회견에서 항소심 결과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대구에서 온 신채은(32·여)씨는 “판사님도 두 아이의 어머님이라 하셨지만 왜 이런 판단을 하셨는지, 인용한 문구에 대해서도 전혀 공감할 수 없다”며 “35년 동안 반성하면 이미 죽은 아이가 살아 돌아오는 것인가. 시민사회가 꾸준히 엄벌을 촉구했음에도 재판부에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아, 충격을 받은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송하정(41) 프리해든스 방장은 “아동학대살해죄는 서울에서 학대로 숨진 정인이가 남긴 마지막 빛이다. 하지만 그 때와 마찬가지로 1심 무기징역에서 2심 징역 35년으로 감형돼 씁쓸하고 안타깝다”며 “말 못하는 아이일수록 형량이 적다. 그렇기에 어른인 우리가 목소리를 내 우리사회가 연약한 존재를 보호하도록 해야 한다. 몇 년이 걸리더라도 끝까지 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혔다.

한편 A씨는 지난해 10월22일 여수시 자택에서 생후 4개월 된 아들을 여러차례 폭행한 뒤 물이 흐르는 아기 욕조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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