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 만세운동 발상지 등 역사현장 탐방
14일까지 기림의날 맞아 다양한 행사 진행

“피해자들이 원한 것은 돈이 아니라 진정한 사과와 다시는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입니다.”
12일 오후 시민들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남구 양림동에서 한낮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골목길을 천천히 걸었다. 참가자들은 부채로 연신 더위를 식히면서도 문화해설사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일제강점기 수탈의 흔적부터 독립운동과 여성인권운동, 5·18민주화운동까지 양림동 골목마다 켜켜이 쌓인 역사가 하나씩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남구는 오는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앞두고 ‘통일올레 시민 평화걷기’를 진행했다. 시민과 어린이들은 일제강점기 방공호인 뒹굴동굴을 출발해 오월어머니집과 평화의 소녀상, 광주 3·1만세운동 발상지, 오웬기념각, 소심당 조아라기념관을 거쳐 양림동 공예거리까지 약 2㎞를 걸었다. ‘통일올레’는 골목을 뜻하는 제주어 ‘올레’에 시민과 함께 통일의 길을 걷는다는 의미를 더한 말이다.
첫 장소인 뒹굴동굴은 자연동굴이 아니라 일제가 한국인의 노동력을 동원해 만든 인공 방공호다. 양쪽에서 굴착해 중앙에서 연결하려 했지만 해방을 맞으면서 완성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참가자들이 동굴 안으로 들어서자 바깥의 무더위와 달리 서늘한 공기가 몸을 감쌌다.
19년째 문화해설 봉사를 이어온 김동원 근대문화역사 해설사는 “아픈 역사의 현장이지만 지금은 시민들이 그 역사를 기억하는 공간이 됐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은 이어 오월어머니집을 찾았다. 이곳은 1980년 5월 국가폭력으로 가족을 잃은 어머니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오월의 아픔을 사회적 기억으로 남기기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5·18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해 온 어머니들의 삶과 활동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과거와 현재가 마주했다. 주민들의 성금으로 건립된 남구 평화의 소녀상은 고 이옥선 할머니의 16세 소녀 시절과 92세 생전 모습을 나란히 형상화한 작품이다. 두 모습 사이에 놓인 빈 의자는 시민들이 피해자의 아픔을 함께 기억하고 연대하는 자리를 뜻한다. 소녀상은 미디어아티스트 이이남 작가가 제작했다.
김 해설사는 “피해자들이 요구한 것은 진정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라며 “과거를 잊지 않고 우리 스스로 평화를 지킬 힘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걸음은 1919년 3월10일 광주 최초의 만세운동이 시작된 광주 3·1만세운동 발상지로 이어졌다. 당시 숭일학교와 수피아여학교 교사·학생, 교인들이 만세운동의 중심에 섰다. 학생들은 저고리 천으로 태극기를 만들고 일장기에 파란색과 괘를 더해 태극기로 고쳐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곳에서는 수피아여학교 학생이던 독립운동가 윤형숙 열사의 삶도 소개됐다. 윤 열사는 만세운동 도중 일본 헌병의 칼에 한쪽 팔을 잃고도 태극기를 다시 들어 독립을 외친 인물이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오웬기념각에서는 100여년 전 양림동에 뿌리내린 근대 교육·의료의 역사를 만났다. 의료선교사 클레멘트 오웬을 기리기 위해 세운 근대건축물로, 위아래로 긴 창문과 비스듬히 배치된 무대, 남녀의 출입을 구분했던 문 등에 당시 건축양식과 사회상이 남아 있다.
마지막으로 찾은 소심당 조아라기념관은 ‘광주의 어머니’로 불린 조아라 선생의 삶과 활동을 기리는 공간이다. 1912년 나주에서 태어난 조 선생은 수피아여학교 재학 중 YWCA와 인연을 맺은 뒤 여성인권과 민주화, 사회복지운동에 평생을 바쳤다. 5·18 이후에는 진실을 알리고 피해자들을 보듬는 데 앞장섰다.
걷기 행사가 끝난 뒤 양림동 평화의 소녀상과 공예거리 야외광장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 제9회 남구인권평화문화제’ 기념식이 열렸다. 김병내 남구청장과 은봉희 남구의회 의장, 시·구의원, 5·18 관련 단체와 일제강제동원 관련 단체, 장애인단체 관계자, 주민 등이 참석했다.

8월14일은 고 김학순 할머니가 1991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국내에서 처음 공개 증언한 날을 기념해 제정됐다. 김 할머니의 증언은 침묵을 강요받던 피해자들이 잇따라 목소리를 내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국제사회에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2018년 시작돼 올해 9년째를 맞은 남구인권평화문화제는 피해자들의 아픔을 잊지 않는 ‘기억’, 훼손된 존엄과 명예를 되찾는 ‘회복’, 인권·평화의 가치를 시민과 공유하는 ‘나눔’을 핵심 가치로 이어왔다. 행정기관 주도의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지역 시민사회와 주민들의 참여·연대로 만들어졌다는 점도 특징이다.
남구는 코로나19 확산 시기에도 문화제를 이어갔으며, 2021년과 2022년에는 학교와 청소년 참여를 확대했다. 이후 양림동 항일역사 현장을 걷는 행사와 역사대회, 영화 상영회 등을 마련하며 세대 간 역사 기억을 잇는 행사로 넓혀왔다.
이날 기념식은 평화의 소녀상 참배를 시작으로 경과보고와 기념사, 인사말, 주제공연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종이 피켓을 들어 보이며 “잊지 않겠습니다”, “함께하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문화제에서는 ‘용기 있는 증언에서 평화의 발걸음으로’를 주제로 한 시 낭송 퍼포먼스를 비롯해 기림의 날 영상 상영, 문화예술 공연과 시민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행사장 주변에서는 역사와 인권, 평화를 주제로 한 체험·전시 부스도 운영됐다.

남구는 12일부터 14일까지 사흘간을 피해자 기림 주간으로 운영한다. 13일과 14일에도 양림동 평화의 소녀상과 야외광장 일원에서 시민들이 추모 메시지를 남기고 참배할 수 있는 ‘기억공간’과 관련 전시 등 다양한 행사가 이어진다.
김 구청장은 “현재 생존해 계신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다섯 분뿐이고 대부분 100세에 가까운 고령”이라며 “피해자들이 살아계실 때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더 크고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늘에 계신 피해자들을 애도하고 생존 피해자들의 안부를 살피는 한편, 여전히 사과하지 않는 일본을 향해 시민들과 함께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겠다”고 강조했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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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이공대 국제교류원, 일본·대만 대학생 초청 하계 단기연수 환영식 개최
조선이공대 국제교류원이 지난달 31일 일본·대만 대학생 초청 하계 단기연수 환영식을 개최했다. 조선이공대 제공
조선이공대학교 국제교류원은 최근 일본 이바라키공업고등전문학교와 대만 쿤산과학기술대학교 학생 및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2026학년도 하계 일본·대만 단기연수’ 환영식을 개최했다고 7일 밝혔다.이번 단기연수는 국제교류원이 주관하여 마련한 프로그램으로, 일본과 대만 학생들이 한국의 교육과 문화를 직접 경험하고 조선이공대 학생들과 교류하며 상호 이해를 넓힐 수 있도록 기획됐다. 참가 학생들은 2주간 한국어 교육과 대학 생활 체험, 산업·문화 체험, 지역 문화 탐방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이응재 조선이공대 총장은 환영사를 통해 “이번 연수를 통해 서로의 문화와 생각을 나누고 좋은 우정을 쌓아가길 바란다”며 “이번 만남을 계기로 조선이공대학교와 일본 이바라키공업고등전문학교, 대만 쿤산과학기술대학교의 교류가 더욱 깊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일본 이바라키공업고등전문학교 관계자는 2009년부터 이어온 양교의 학생 교류를 언급하며 “세 대학 학생들이 서로 다른 국적과 배경, 전공을 넘어 새로운 경험과 발견을 할 수 있는 뜻깊은 연수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대만 쿤산과학기술대학교 관계자 역시 “3국 학생들이 서로의 문화와 경험을 나누고, 이번 연수를 통해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더 많은 학생들이 국제교류에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며 양교 간 지속적인 교류 확대에 대한 기대를 밝혔다.조선이공대 국제교류원은 앞으로도 해외 대학과의 지속적인 학생 교류와 다양한 국제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의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고, 학생들이 다양한 문화와 교육 환경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한경국기자 hkk4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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