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당·책정원 등 일상 속 인문 공간 확대
청소년 교육 강화…“인문특성화학교 내실화”
“주민 행복도 향상, 8년간 이어온 정책 성과”

“인문은 어려운 학문이 아닙니다. 사람과 문화, 사람과 도시, 무엇보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일입니다.”
이원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인문문화국장은 동구가 지향하는 ‘인문도시’를 이같이 설명했다. 올해로 공직 생활 33년째를 맞은 그는 기획예산실장과 주민복지국장, 도시공간국장 등을 거쳐 지난 6월부터 인문문화국을 이끌게 됐다.
이 국장은 인문도시 정책의 출발점을 ‘주민의 행복’에서 찾았다. 원도심인 동구는 과거 도청과 주요 행정기관이 이전하고 신도시가 조성되는 과정에서 인구 유출과 도심 공동화를 겪었다. 재개발이 활발해지면서 오래된 마을과 이웃 관계가 사라지고 도시가 삭막해졌다는 문제의식도 커졌다.
그는 “민선 7기 출범 당시 ‘동구 주민들은 과연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던졌다”며 “그 해답으로 사람 냄새가 나는 도시를 만들기로 했고, 2018년 전국에서 유일하게 인문도시 전담 부서를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동구 인문정책을 상징하는 공간은 동명동 ‘인문학당’이다. 공영주차장 조성 과정에서 철거될 위기에 놓였던 건축물을 주민과 지역사회의 의견을 반영해 인문 활동 공간으로 되살렸다. 한옥과 양옥, 일본식 건축 양식이 어우러진 건물에 연못과 정원을 갖춰 도심 속 휴식처로 자리 잡았다.
인문학당은 2023년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대통령상을 받았으며, 2026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로컬100’에 선정됐다. 이곳에서는 주제별 도서 전시와 기후밥상, 어린이 고사성어 교육, 청소년 모임 활동 등이 진행된다. 인문 활동을 위한 공간 대관도 지원한다.
이 국장은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예약 없이 들어와 쉴 수 있다”며 “책을 읽거나 이야기를 나누고 정원에 걸터앉아 쉬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인문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문병란 시인의 집을 활용한 창작공간과 내남동 구립도서관 ‘책정원’도 동구의 대표적인 인문 거점이다. 책정원에서는 작가에게 두 달 동안 독립된 집필 공간을 제공하는 ‘작가의 방’을 운영한다. 입주 작가는 공간을 직접 꾸미고 작품을 전시하면서 주민들과 교류한다.
동구는 주민이 일상에서 인문을 체험할 수 있는 교육과 강연도 이어가고 있다. 인문대학과 인문아카데미는 연간 주제를 미리 정한 뒤 연초부터 강사진을 섭외한다. 매회 70~80명가량이 꾸준히 참여하며 다른 지역에서 강연을 듣기 위해 동구를 찾는 참가자도 생겨났다.
특히 이 국장은 인문교육이 가장 필요한 대상으로 청소년을 꼽았다. 인공지능과 사회관계망서비스가 일상 깊숙이 들어온 상황에서 스스로 질문하고 판단하는 힘을 길러주는 인문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동구는 어린이 시인학교와 청소년 시 백일장, 통기타 교실, 세계 인문지도자 과정, 글로벌 리더 양성과정 등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 어르신들의 생애와 동구 인물·공간을 기록한 자료를 활용해 학교로 찾아가는 교육도 진행한다. 학생들에게 작가와 만나는 기회를 제공하고 글쓰기 수업도 지원한다.
민선 9기에는 올해 시작한 ‘인문특성화학교’ 시범사업을 내실화하는 데 힘을 쏟을 계획이다. 동구와 교육 당국, 학교가 함께 인문교육과 역사·문화 탐방, 국내외 교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는 사업이다.
이 국장은 “학생들 사이에서 시가 좋아지고 글쓰기가 쉬워졌다는 반응이 나오고 학교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며 “연말에 교육 효과와 예산 투입 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뒤 확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행정 현장에서 인문정책을 지속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안전과 복지 등 자치구의 업무가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 별도의 조직과 인력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문정책을 경제적 성과로만 판단하며 “인문이 밥을 먹여주느냐”고 묻는 시선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그는 주민 행복과 공동체 회복이라는 결과가 각종 지표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동구가 삶의 만족도와 생활 만족도, 행복 체감도 조사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전국 단위 행복지수에서도 상위권에 오른 점을 인문정책의 성과로 평가했다.
이 국장은 “동구에 대규모 산업시설이 들어서 갑자기 경제 여건이 좋아진 것은 아니다”며 “그런 상황에서도 주민의 행복도가 높게 나타나는 것은 8년간 이어온 인문도시 정책의 힘이 수치로 확인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의 역사와 인물을 기록하고 배우는 일부터 어린이·청소년의 인문 소양 교육, 어르신의 생애 기록까지 모든 세대가 자연스럽게 인문을 접하도록 하겠다”며 “인문특성화학교가 대한민국 교육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성과를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올 여름 책을 통한 피서를 권했다.
그는 “인문은 평범한 사람의 삶을 존중하는 태도와 가치를 되새기는 일이다. 가까운 인문 공간에서 책과 함께 더위를 식혀보시길 바란다”며 “365일 설레고 사람 냄새가 나는 따뜻한 인문도시 동구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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