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돌핀’ 동풍 만들면 광주권 더 뜨거워질 수도
밤까지 소나기…비 그치면 습도 올라 ‘찜통더위’

한반도의 폭염 한계선이 과거 76년에 걸쳐 1도 높아진 데 이어 최근 8년 만에 다시 1.5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도 상·하층을 뒤덮은 이중고기압과 고온다습한 공기의 영향으로 기록적인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다.
4일 기상청 등에 따르면 국내 근대 기상관측이 시작된 1904년 이후 연도별 최고기온을 분석한 결과 1942년 8월 대구에서 처음으로 40도선에 도달했다. 이후 76년이 지난 2018년 8월 강원 홍천에서 41도가 관측됐다.
지난 2일 경남 양산의 자동기상관측장비에서는 42.5도가 기록됐다. 폭염 한계선이 40도에서 41도로 높아지는 데 76년이 걸렸지만 41도에서 42.5도로 상승하는 데는 불과 8년밖에 걸리지 않은 셈이다.
다만 자동기상관측장비와 공식 종관기상관측 지점은 설치 장소와 주변 환경이 달라 측정값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폭염이 발생하는 날도 크게 늘었다. 2020년대 폭염일수는 1910년대보다 약 2.2배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평균기온은 1910년부터 2010년까지 100년간 1.9도 상승했으며, 2020년대 들어서도 가파른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폭염은 한반도 상·하층을 동시에 덮은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현재 한반도 고도 12㎞ 이상의 상공에는 티베트고기압이, 고도 5.5㎞ 이상의 상공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이 자리 잡고 있다. 상층의 티베트고기압은 대기를 안정시켜 구름의 발달을 억제한다. 구름이 적은 맑은 날씨에 강한 햇볕이 지면을 달구는 가운데 북태평양고기압을 따라 고온다습한 공기까지 유입되면서 폭염이 강화되고 있다.
두 고기압은 한반도를 위아래에서 덮어 뜨거운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한다. 남쪽에서 열과 수증기가 계속 들어오지만 상층의 안정된 대기가 일종의 뚜껑 역할을 하면서 ‘열돔’과 유사한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 더위가 집중되는 지역도 달라진다. 하층에서 서풍이 불면 공기가 산맥을 넘는 과정에서 동쪽 지역의 기온이 더 오른다. 반대로 동풍이 불면 산맥 서쪽에 있는 광주권을 비롯한 서부지역의 기온이 크게 상승한다.
실제 지난달 30일 기준 광주특별시 전역의 폭염은 7월17일부터 14일째 이어졌다. 여수에서는 7월11일부터 19일 연속 열대야가 나타나 당시 기준 지역에서 가장 긴 열대야를 기록했다.
폭염을 식혀줄 것으로 기대됐던 제13호 태풍 ‘돌핀’은 오히려 광주권의 더위를 키우는 변수가 될 수 있다. 태풍이 한반도에 접근하면 비와 바람이 뜨거운 공기를 밀어내 폭염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 그러나 한반도 상공의 고기압이 태풍을 밀어내 중국 방향으로 이동하게 만들면 상황이 달라진다.
태풍의 발달과 이동으로 한반도 주변 기압계가 바뀌어 동풍이 유입되면 공기가 산맥을 넘으면서 서쪽 지역의 기온을 끌어올릴 수 있다. 태풍 가장자리를 따라 들어오는 열과 수증기도 체감온도를 높인다. 태풍이 폭염의 ‘구원투수’가 아니라 더위를 부채질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태풍 돌핀의 진로와 강도, 국내 영향 여부는 아직 변동성이 크다. 중국 내륙으로 향하면 폭염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고 한반도 쪽으로 방향을 틀면 강한 비바람 피해가 우려된다.
이날 오후부터는 함평 등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서부지역을 중심으로 소나기구름이 발달했다. 광주지방기상청은 이날 밤까지 광주권을 포함한 곳곳에 소나기가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예상 강수량은 5~60mm다.
소나기가 내리는 지역에서는 돌풍과 함께 천둥·번개가 치는 곳이 있겠다. 가시거리가 짧아지고 도로가 미끄러울 수 있어 운전자는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감속 운행해야 한다. 소나기 특성상 같은 지역 안에서도 강수량 차이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
비가 내리는 동안 기온은 일시적으로 떨어지겠지만 폭염을 완전히 식히지는 못할 전망이다. 소나기가 그친 뒤에는 높아진 습도에 다시 기온이 오르면서 체감더위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폭염과 열대야는 이번주와 다음 주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5일부터 7일까지 24~27도 사이를 보이겠으며, 낮 최고기온은 33~38도 사이를 기록하겠다. 주말인 8일과 9일 아침 최저기온은 26도, 낮 최고기온은 37도에 분포하겠으며, 10일부터 14일까지는 아침 25~26도, 낮 33도 안팎의 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예보됐다.
광주기상청 관계자는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물을 자주 마시며 그늘이나 실내에서 휴식해야 한다”며 “밤에도 실내를 서늘하게 유지하고 노약자와 홀몸노인 등 취약계층의 안부를 확인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현재까지는 태풍이 오키나와 부근까지 이동하는 경로만 비교적 명확하고 이후 진로는 예측모델마다 차이가 있어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태풍이 우리나라에 직접 영향을 미칠 경우 비구름이 유입돼 폭염이 다소 누그러질 수 있지만, 남쪽으로 계속 이동하게되면 동풍이 소백산맥과 지리산을 넘으며 공기가 더욱 가열되는 푄현상이 나타나 서부지역인 광주·전남의 폭염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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