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장윤기 사건’ 강간 등 살인 적용 놓고 검·경 충돌

입력 2026.07.28. 19:14 김종찬 기자
경찰직협 “초동수사 단계서 성범죄 가능성 충분히 수사”
검찰 “성범죄 염두 보고서 받았지만, 보완수사로 강간살인 입증”
경찰청 특수단, 전 광산서 박모 형사과장 구속영장 재신청
광주광산구 월계동 살인사건 피의자 장윤기가 14일 서부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장윤기 사건’의 강간등살인 혐의 적용을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책임 공방이 정면충돌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검찰은 보완수사를 통해 강간 등 살인 혐의를 입증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경찰 측은 초기 수사 단계부터 성범죄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수사했다고 맞서고 있다.

28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전날 광주지검 앞에서 1인 시위를 열고 검찰이 경찰의 초동수사를 축소·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직협은 경찰이 사건 당시 훼손된 리얼돌과 공기계에 저장된 불법 촬영물, 범행 직전 이주여성을 상대로 한 성범죄, 피해자를 제압한 방식 등을 토대로 성적 목적 범행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경찰이 단순 살인 혐의만 적용해 송치했고 검찰이 보완수사를 통해 처음 강간등살인 혐의를 밝혀냈다는 설명은 사실과 다르다”며 검찰이 경찰 수사 결과를 일방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모 전 광산경찰서 형사과장(경정) 측도 같은 입장이다. 박 경정 측 최인규 변호사는 지난 2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친 뒤 “경찰이 지난 5월13일 작성한 수사결과보고서에는 이미 성적 목적 범행을 의심한 정황이 담겨 있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는 훼손된 리얼돌과 공기계 속 불법 촬영 사진, 살인 범행 전 이주여성을 상대로 한 성범죄, 장윤기가 피해자를 여성으로 인식한 점, 피해자를 곧바로 살해하지 않고 목을 졸라 제압하려 한 점 등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 같은 정황을 종합해 성적 목적 범행을 의심했지만 당시 확보된 증거만으로는 강간 목적을 법적으로 입증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살인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다는 것이 박 전 과장 측 주장이다.

반면 검찰은 경찰이 송치한 기록에 포함된 A4용지 2장 분량의 수사보고서에는 강간등살인 혐의 적용을 위한 보완수사 요청이나 검토 의견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광주지검 관계자는 “해당 보고서의 취지는 강간등살인죄 입증이 어려우므로 단순 살인죄로 송치한다는 내용이었다”며 “검찰에 강간 등 살인 혐의를 검토해 달라거나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요청은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이 초동수사 성과로 내세우는 케이블타이에 대한 내용도 수사보고서에는 기재되지 않았다.

검찰은 경찰이 성적 목적 범행 가능성을 의심한 것과 이를 객관적 증거로 입증한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사건 송치 직후 형사3부 전체를 전담수사팀으로 편성해 주거지 추가 압수수색과 금융·통화내역 분석, 휴대전화 재포렌식, 차량 블랙박스 영상 화질 개선, 차량 포렌식, 대검찰청 통합심리분석, 주요 참고인 조사와 부검의 면담 등 전방위 보완수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보완수사를 통해 장윤기의 ‘우발적 살인’ 주장은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피해자를 약 15분간 뒤쫓은 점과 직장 동료를 상대로 저지른 성범죄의 범행 방식이 이번 사건과 유사한 점, 긴급체포 당시 주거지에서 목과 가슴 부위가 훼손된 리얼돌 등 성인용품이 발견된 점 등을 근거로 성적 동기가 개입됐을 가능성에 주목했다는 것이다.

특히 검찰은 장윤기가 범행에 사용한 케이블타이를 지난 2025년 12월께 미리 구매한 사실을 확인했으며, 차량 AVN(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 데이터 분석을 통해 범행 당시 시동의 온·오프, 주차기어 해제, 앞·뒷문 개폐 기록 등을 확보했다. 차량 포렌식 결과 범행 당시 뒷좌석 문이 약 3분간 열린 상태였다가 범행 이후 닫힌 사실도 확인됐다.

또 블랙박스 영상 화질 개선과 휴대전화 재포렌식, 부검의 면담 등을 통해 장윤기가 피해자의 뒤에서 목을 졸라 제압한 뒤 차량으로 끌고 가려 한 정황을 새롭게 확인했다.

검찰은 부검 결과 피해자 목 부위에서 살해 목적의 강한 압박으로 볼 수 있는 울혈이 확인되지 않은 점 등을 토대로 장윤기가 살해를 위해 목을 조른 것이 아니라 피해자를 차량으로 이동시키기 위해 제압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 같은 보완수사 결과를 토대로 장윤기가 피해자를 납치해 강간하려다 격렬한 저항을 받자 흉기로 살해한 것으로 결론 내리고, 살인 혐의를 강간등살인 혐의로 변경해 구속기소했다. 최근 공판에서도 휴대전화 메모장과 카카오톡·문자메시지, 지인과의 대화 녹취록, 차량 블랙박스 음성파일 등 추가 증거를 잇달아 제출하며 성적 목적 범행 입증에 주력하고 있다.

이처럼 경찰은 초동수사 단계부터 강간등살인 가능성을 검토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검찰은 결정적인 객관적 증거는 보완수사를 통해 확보됐다고 맞서면서 사건 실체 규명을 둘러싼 공방은 수사기관 간 책임론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장윤기 사건 관련 증거인멸 사건의 형사 입건자는 모두 4명이다.

한편 경찰청 ‘장윤기 사건 관련 진상규명 특별수사단’은 이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박 전 광산경찰서 형사과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신청했다. 박 전 과장은 당시 수사팀에 성범죄와 살인 사건을 분리해 수사하도록 지시하고 강간 등 살인 혐의 적용을 막는 등 부실수사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법원이 앞서 한 차례 구속영장을 기각했지만 특별수사단은 지휘·보고 체계와 관련자 진술 등을 보강한 뒤 다시 신병 확보에 나선 상태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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