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농구장·영화관 늦은 밤까지 북적
24시간 카페서 공부·휴식 발길 이어져
당분간 폭염·열대야 지속…건강관리 당부

“낮에는 너무 더워서 도저히 못 나오죠. 해가 져도 덥긴 하지만 그래도 밤에는 밖으로 나올 만합니다.”
지난 25일 오후 9시께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산구 한 공원. 주말 한낮 뜨거운 햇볕 아래 한산했던 산책로는 해가 진 뒤에야 시민들로 붐볐다. 반려견과 함께 걷는 주민부터 운동복 차림으로 몸을 푸는 시민, 벤치에 앉아 바람을 쐬는 가족까지 저마다의 방식으로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전남광주에 폭염특보가 이어지고 열대야까지 계속되면서 시민들의 일상도 ‘밤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주말에도 한낮 외출은 피한 채 해가 진 뒤 산책과 운동, 영화 관람, 카페 이용 등을 즐기는 ‘야간 피서’가 새로운 일상이 되고 있다.

가족과 함께 공원을 찾은 김경민(53)씨는 “초등학생인 딸과 아들이 주말 아침부터 밖에 나가자고 졸랐지만 너무 더워 밤에 산책을 나오기로 했다”며 “한낮에는 집에서 에어컨을 틀고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이 돼서야 밖에 나올 수 있다. 아이들 냉방병도 걱정돼 마음껏 에어컨을 세게 틀지도 못해 하루종일 집에 있는 주말 동안이 고역”이라고 말했다.
공원 인근 농구장도 늦은 시간까지 청년들로 북적였다. 조명이 켜진 코트에서는 삼삼오오 모인 청년들이 연신 땀을 훔치며 경기를 이어갔다. 이들 대부분 “낮에는 운동을 할 수 없어 자연스럽게 약속 시간을 밤으로 옮기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최민우(23)씨는 “주말마다 친구들과 농구를 하는 소모임이 있는데 원래는 오후 5시쯤 모였다. 요즘은 너무 더워 저녁을 먹은 뒤인 오후 8시 이후에 만나 1~2시간 정도 운동한다. 밤에도 덥긴 하지만 낮에는 코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 탓에 서 있기조차 힘들다”고 말했다.
야외뿐 아니라 냉방시설이 갖춰진 실내 공간에도 더위를 피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광산구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는 심야 영화를 본 시민들이 늦은 시간까지 영화관으로 쏟아져 나왔다. 더위를 피해 일부러 심야 영화를 선택했다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민우성(20)씨는 “요즘은 더위를 피하려고 여자친구와 심야 영화를 자주 본다. 밖에서는 오래 걷기 힘들지만 영화관은 시원하고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자연스럽게 찾게 된다. 거기에 시원한 음료수와 팝콘과 같은 간식까지 있으니 안 올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인근 24시간 프랜차이즈 카페도 상황은 비슷했다. 오후 10시를 훌쩍 넘은 시간이었지만 대부분 좌석은 채워져 있었다. 노트북을 켜고 공부하는 학생, 음료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시민들이 늦은 밤까지 머물렀다. 집보다 시원한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려는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영화관과 카페 등으로 몰리는 모습이었다.
박시우(17)양은 “학원이 끝나고 집에 가기보다는 24시간 카페나 스터디카페에 가서 남은 공부를 한다. 집에는 아무리 부모님이 에어컨을 틀어주신다고 해도 카페처럼 낮은 온도가 아니어서 선풍기가 필수로 있어야 한다”며 “덥고 습해 집에서는 공부에 집중이 되지 않아서 시원한 음료도 마시면서 공부할 수 있는 이곳에 들리는게 일상이이 됐다”고 설명했다.

폭염과 열대야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현재 전남광주 전역에는 폭염특보가 발효 중이다. 광주 권역은 지난 21일부터 닷새 연속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으며 전남 대부분 지역에서도 밤사이 최저기온이 25도를 웃도는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다.
광주지방기상청은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동시에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면서 뜨거운 공기가 머무는 이른바 ‘이중 고기압’ 영향으로 극심한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며 “당분간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최신 기상정보를 수시로 확인하고 야외활동을 자제하는 등 폭염 행동수칙을 철저히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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