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증거 인멸’ 불식 어려워 신뢰 난망
검찰 수사로 진술확보 등 불필요한 이원화
합동수사나 특별수사 기구 구성 검토 필요

여고생을 살해한 이른바 ‘장윤기 사건’을 둘러싼 부실수사와 증거인멸 의혹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수사가 국가수사본부(국수본) 지휘라인으로 확대되면서 어느 선의 지시에 의한 ‘부실수사’였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은 광주경찰청 수사라인을 조사한데 이어 검찰은 국수본 관계자를 불러 ‘장윤기 사건’ 개입 여부 파악에 나섰지만, 전날 전 광산서 형사과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경찰의 윗선 수사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사건의 실체 파악을 위해 경찰 수뇌부까지 폭넓게 수사해야 하는 상황에서 경찰과 검찰이 각각 수사를 벌이며 혼선을 줄 우려가 있어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별도의 검·경 합동수사본부 구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법조계에서 제기된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장윤기 사건 관련 진상규명 특별수사단(특별수사단)’은 사건 당시 광산경찰서 형사과장이었던 박모 경정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직무유기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에 의한 범죄혐의의 소명정도, 이에 대한 다툼의 여지, 수사 경과 등에 비춰 볼 때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해야 할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특별수사단은 보강수사를 이어가는 한편 수사 범위를 국수본 보고체계로 확대하고 있다. 광산경찰서와 광주경찰청 관계자들의 휴대전화와 통신기록 등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국수본 관계자들과 연락이 오간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전날에는 국수본 보고체계와 지휘 과정을 확인하기 위한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또 이날 보고라인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광주경찰청 소속 강력계장도 직무배제한 뒤 소환조사를 진행했다.
검찰 역시 공무상비밀누설과 증거인멸 의혹 수사 과정에서 국수본 보고라인을 추적하고 있다. 확보한 압수물과 통신기록을 토대로 사건이 국수본에 언제, 어떤 내용으로 보고됐는지와 이후 지휘나 개입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국수본 강력계장을 포함한 복수의 국수본 관계자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국수본이 관여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라며 “보고체계를 전반적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검·경 모두 국수본을 향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지만, 법조계에서는 현재의 수사 구조가 국민적 신뢰를 얻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역의 한 변호사는 “일선서는 물론 지휘라인까지 수사 대상이 된 상황에서 경찰 특별수사단만으로는 ‘셀프 조사’라는 시각을 완전히 불식시키기 어렵다”며 “결과가 아무리 객관적이더라도 절차에 대한 의문이 남으면 국민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역 변호사는 “현재는 검찰과 경찰이 각각 국수본 관련자들을 조사하고 있는데, 동일한 사실관계를 서로 다른 기관이 병행 수사하면 증거 분석과 진술 확보가 이원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중복 수사를 줄이고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검·경 합동수사본부나 독립적인 특별수사기구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다만 법조계 안에서도 검경 합동수사본부 구성이 현실적으로 쉽지만은 않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경찰 특별수사단과 검찰이 이미 각각 국수본 관계자 조사와 압수수색, 디지털포렌식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고 어느정도 성과를 얻고 있는 현 단계에서 별도의 합동수사본부를 새로 꾸릴 경우 지휘체계 재정비와 사건 이관 등 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지역의 한 변호사는 “합동수사본부는 수사 초기라면 효율적일 수 있지만 현재는 양 기관 모두 상당 부분 수사가 진행된 상황”이라며 “당장 조직을 새로 꾸리기보다는 현재 수사 결과를 토대로 상호 협력과 정보 공유를 강화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특별수사단은 장윤기가 범행 전 피해자를 일방적으로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기존 발표를 정정했다.
특별수사단은 이날 오후 “지난 15일 중간수사 결과 발표 당시 언급했던 ‘장윤기가 피해자를 일방적으로 알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정황’은 추가 수사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해당 정황과 관련해 압수수색 영장 집행 등 다각도의 수사를 벌였지만 장윤기가 범행 이전부터 피해자와 면식 관계였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별수사단 관계자는 “이번 확인은 장윤기 사건 수사 과정에서 성적 목적 범행 여부를 밝힐 중요한 단서를 당시 수사기관들이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경위를 규명하기 위한 과정이었다”며 “다만 발표 과정에서 피해자 가족에게 사전에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고, 발표 당일 직접 만나 사과했으며 현재도 필요한 사항을 수시로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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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목포 시간당 66.4㎜ ‘8월 역대 최대’···호우 피해 신고 125건
전남광주통합특별시소방본부는 이날 오전 6시32분께 목포시 용당동 한 지하실 침수 현장에서 배수를 하고 있다. 광주특별시소방본부 제공
전남광주통합특별시소방본부는 이날 오전 7시13분께 목포시 용당동 한 지하실 침수 현장에서 배수를 하고 있다. 광주특별시소방본부 제공
전남광주통합특별시(광주특별시) 서남해안을 중심으로 시간당 60㎜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주택과 도로, 상가 등의 침수 피해가 속출했다. 목포에서는 물이 차오른 건물에 있던 주민 2명이 소방당국에 구조됐다.16일 광주특별시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집중호우 관련 소방활동은 모두 125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침수 피해가 118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유형별로는 주택 침수가 50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도로 38건, 건물 14건, 마당 11건, 지하 공간 3건, 차량과 주차장 각 1건이다.나머지 7건은 하수구 역류 3건, 나무 쓰러짐 2건, 강풍에 따른 문 날림과 전선 관련 신고 각 1건이다. 오전 8시까지 집계된 109건에서 2시간 만에 16건이 늘어나는 등 피해 신고가 이어졌다.이날 오전 5시47분께 목포시 호남동의 한 건물에서 “물이 차오르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소방당국은 침수된 건물 안에 있던 주민 2명을 무사히 구조했다.오전 6시32분께는 목포시 용당동 한 건물 지하실이 침수돼 소방대원들이 배수 작업을 벌였다. 이어 오전 7시13분께 같은 동 순회빌라에서도 물이 차오른다는 신고가 접수돼 배수 작업이 진행됐다.오전 7시48분께 해남군 황산면에서는 상가 내부로 빗물이 들어찼다. 소방당국은 배수로를 확보하고 물길을 막고 있던 이물질을 제거했다. 앞서 오전 5시22분께 나주시 삼영동에서는 나무가 쓰러져 소방당국과 나주시가 장비를 투입해 안전조치를 마쳤다. 현재까지 호우에 따른 인명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지난 15일 오후 6시부터 이날 오전 7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영암 삼호 134.3㎜, 진도 수유 131.5㎜, 목포 128.1㎜, 해남 솔라시도 127.9㎜, 진도군 121.7㎜, 해남 산이 118.0㎜ 등을 기록했다.특히 목포에는 한 시간 동안 66.4㎜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이는 종전 기록인 2023년 8월23일의 55.7㎜를 넘어 목포지역 8월 시간당 최다 강수량 역대 1위 기록이다. 진도군에서도 최대 60분 강수량이 60.8㎜에 달했다.비구름이 이동하면서 일부 지역의 호우특보는 해제됐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 11시를 기해 영암의 호우경보와 광주권을 비롯한 장성, 함평, 목포, 진도, 나주, 해남, 무안의 호우주의보를 해제했다.다만 비는 17일 오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예상 강수량은 50∼100㎜로, 동부 남해안에는 200㎜ 이상, 서부 남해안과 지리산 부근에는 150㎜ 이상의 비가 내리는 곳도 있겠다.강풍과 높은 물결도 계속되고 있다. 여수와 거문도·초도, 고흥, 완도에는 강풍주의보가, 동부 남해 앞바다와 남해서부 동쪽 먼바다에는 풍랑주의보가 발효 중이다.이날 오전 9시 기준 나로도 해상의 최대 파고는 3.8m, 거문도 해상은 4m까지 관측됐다. 동부 남해 앞바다는 이날 밤까지, 남해서부 동쪽 먼바다는 17일 새벽까지 시속 32∼50㎞의 강한 바람이 불고 물결도 1.5∼3m로 높게 일겠다.산림청은 집중호우로 지반이 약해져 산사태 발생 위험이 크다며 산림 인근에서의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현재 산에 머무는 주민과 탐방객은 신속히 산림 밖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 달라고 당부했다.광주기상청 관계자는 “호우특보가 해제됐더라도 이미 많은 비가 내려 지반이 약해졌고 하천과 계곡물이 불어날 수 있다”며 “저지대와 지하차도 침수, 산사태, 낙석, 축대 붕괴와 해상 안전사고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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