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암매장 추정지서 유해 무더기 발굴됐지만 “연관성 낮다”

입력 2026.07.21. 18:01 박소영 기자
5·18기념재단, 효령동 발굴지 조사 중간보고
노끈 묶인 유해 등 수습…이장 과정과 유사 판단
함께 발굴된 상여줄·의류 등…통상적 장례 흔적
재개발 당시 무연고 시신 모아 묻은 것으로 추측
5·18 기념재단 이승원책임조사원이 21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서구 쌍촌동 오월기억저장소에서 5·18암매장 추정지 (북구 효령동)의 암매장 존재 여부 확인 발굴조사 결과 보고회를 하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5·18민주화운동 행방불명자 암매장 추정지인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이하 광주특별시) 북구 효령동 발굴 조사에서 유해 21구가 수습됐지만 5·18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5·18 희생자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유전자 정보 확보가 가능한 유해 5구에 대해 DNA 검사를 진행 중이며 오는 11월께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21일 5·18기념재단은 오월기억저장소에서 ‘효령동 암매장 추정지 발굴 조사 결과 보고회’를 열고 지난 5월11일부터 6월1일까지 광주 북구 효령동 산143 일대에서 진행한 발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발굴 대상지는 전체 2천140.8㎡ 가운데 암매장 가능성이 제기된 약 1천㎡ 구간이다. 1980년 이전부터 공동묘지로 활용됐던 곳으로, 조사단은 노끈으로 묶여 매장된 유해 14구와 개별 유해 조각 6구, 분묘 유해 1구 등 모두 21구를 수습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접수된 시민 제보에서 시작됐다. 제보자는 5·18 직후 시내버스 운행이 재개된 무렵 효령공동묘지 인근 논에서 군용 트럭이 정차한 뒤 군인 10여명이 포대 가마니를 공동묘지 경계 방향으로 여러 차례 운반하고 일부는 접이식 삽을 들고 이동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5·18기념재단이 지난 5월11일부터 6월1일까지 광주 북구 효령동 산143 일대에서 진행한 발굴 조사 결과, 유해 21구 중 유전자 채취가 가능한 5개구에 대한 DNA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DNA 감식 의뢰를 맡긴 유해 5구

재단은 제보자 면담과 주민 탐문, 문헌조사, 전문가 자문을 거쳐 발굴 대상지를 특정했다. 주민들로부터 군용 트럭과 군인을 목격했거나 시신 운반·매장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는 증언을 확보했고, 당시 계엄군 면담에서도 ‘삼각산 끝자락 공동묘지’, ‘삼각산 뒷산’ 등을 시신 매장 장소로 언급한 진술을 확보했다.

다만 발견된 유해의 매장 양상과 주변 유류품 역시 5·18과의 연관성을 뒷받침하지 못했다. 흰색 플라스틱 노끈으로 묶인 유해는 매장 뒤 육탈이 끝난 뼈를 다시 모아 이장한 형태로 과거 광주지역 개발사업 과정에서 무연분묘를 처리했던 방식과 유사한 것으로 분석됐다. 개별 유해 조각은 분묘 조성 뒤 자연 침식이나 이장 과정에서 흩어진 것으로 추정됐고 주변에서 발견된 상여줄과 의류, 병, 마대 조각 등도 장례 절차 뒤 남겨진 흔적으로 판단됐다.

재단은 암매장 제보 현장에서 발견된 유해인 만큼 관련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유전자 추출이 가능한 유해 5구를 대상으로 DNA 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검사 대상은 성인 여성 2구와 17~18세 남성 1구, 40~50세 남성 1구, 성별 등을 특정하기 어려운 유해 1구다. 시간이 흐르면서 유전자가 대부분 소실된 점을 고려해 대퇴골과 정강이뼈 등 비교적 굵고 단단한 뼈가 존재하는 유해를 대상으로 DNA 채취 의뢰를 진행했다.

광주특별시는 지난 7월10일 경기도 소재 DNA 감식 전문기관에 시료 분석을 의뢰했다. 유해는 뼈를 화학적으로 처리해 유전자를 추출하는 과정을 거친 뒤 광주시가 확보한 행방불명자 가족 455명의 DNA 자료와 대조하게 된다. 현재 국가가 공식 인정한 5·18 행방불명자는 73명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향후 진상규명을 위한 과제도 확인됐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활동 기간 확보한 암매장 관련 군 기록과 계엄군 진술, 암매장 조사 자료 등은 활동 종료 이후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됐다. 광주시와 5·18기념재단 등은 해당 기록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없어 이번 효령동 발굴 조사 역시 조사위가 확보한 핵심 기록을 활용하지 못한 채 진행됐다.

재단 관계자는 “조사위 기록물에 대한 접근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국가 차원의 후속 조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가 공식 인정한 행방불명자는 73명이지만 조사위 심사 과정에서 인정되지 않은 신청자도 105명에 이르는 만큼 행방불명자 소재 확인과 암매장 진상규명은 국가가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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