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혐오 문화 바꾸겠다”··· “혐오 멈추자” 외친 광주학생들

입력 2026.07.21. 13:40 박소영 기자
광덕고 혐오표현 금지 실천대회
학생 주도 학교문화 개선 나서
"조롱보다 존중, 혐오보다 배려"
21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서구 화정동 광덕중· 고(교감 신희돈) 학생들이 교내 덕린관 비전홀에서 5·18 조롱 논란을 계기로 혐오와 조롱을 놀이처럼 소비하는 학교문화를 바꾸자는 ‘조롱은 멈추고 존중은 시작합니다’ 입장문을 발표하는 혐오표현 반대 실천대회를 갖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포털 댓글창 등에서 10·20세대의 ‘밈(Meme)’과 오프라인 놀이 문화로 변질·확산하고 있는 ‘전라도 혐오’의 심각성을 다룬 본보 기획 보도 ‘전라도 향한 혐오, 일상에 스민 낙인’과 관련, 전남광주 학생들이 혐오와 조롱 대신 존중과 배려를 실천하는 학교문화 만들기 캠페인에 본격 나서기로 해 주목된다.

특히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조롱한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마케팅과 배재고 야구부 응원 등 논란 때마다 전라도 혐오 표현이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은 채 갈수록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독버섯 처럼 번지고 있는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식 혐오와 조롱’ 표현을 학교에서부터 뿌리뽑자는 광주특별시 청소년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 시작돼 전국 학교로 확산될 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서구 광덕고등학교와 광덕중학교 학생회는 21일 교내 비전홀에서 ‘조롱은 멈추고, 존중은 시작합니다’를 주제로 혐오표현 금지 실천대회를 열고 학생회 자체 입장문을 발표했다. 부모 세대가 겪은 역사적 아픔을 희화화하는 비정상적인 조롱과 함께 이를 무심코 사용하는 조롱과 폄훼의 언어를 돌아보고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자는 취지에서다. 학생회는 입장문에서 “조롱과 혐오, 비방을 놀이처럼 소비하는 학교문화를 반대한다”며 “역사는 단순히 시험을 위한 암기 과목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민주주의, 공동체의 가치를 배우고 실천하기 위한 것이다. 특정 대상이나 사건을 희화화하고 상대를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은 학교가 추구하는 가치와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잘못된 행동”이라고 말했다.

5·18과 전라도를 향한 혐오 표현은 특정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5·18 46주년에 터진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이 대표적이다. 당시 관련 기사 댓글에는 “전라도나 5·18 기사 좀 안 보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홍어공화국”, “광주는 북한으로 편입됐으면 좋겠다”는 글들이 잇따랐다.

배재고 조롱 응원 논란 이후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배재고 학생들은 이번 일을 경험으로 사회에 나가면 절대 전라도 출신과는 엮이지 말라”, “전라도 사람은 믿지 않는다”, “5·18 폭도들”, “전라도는 뒤통수를 잘 친다” 등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은 곧바로 지역 전체를 향한 혐오와 비하로 번졌다. 세대를 걸쳐 누적되고 반복된 혐오는 누군가에게는 체념이 됐고, 누군가에게는 끊임없이 자신을 설명하고 증명해야 하는 경험으로 남았다.

학생회는 특히 “표현의 자유는 타인의 인격과 존엄을 존중할 때 더욱 의미를 가진다. 조롱보다 존중을, 혐오보다 배려를, 비방보다 이해를 선택해 달라”며 “이번 캠페인은 누군가를 비난하기 위한 운동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자신의 말과 행동을 돌아보고 더 성숙한 학교문화를 함께 만들어가기 위한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일베 등 특정 커뮤니티 등은 ‘전라도 혐오’를 놀이 문화로 치부하며, 표현의 자유를 방패로 빠져나가려 한다.

단순한 선언에만 그치지 않는다. 학생회는 이번 입장문 발표를 시작으로 피켓 활동과 참여형 이벤트 등 다양한 존중 캠페인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지민 광덕고 학생회장은 “최근 학생들 사이에서도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언어나 밈이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부적절하게 사용되는 경우가 있어 이를 개선하고 싶었다. 단순히 혐오 표현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왜 쓰면 안 되는지 이유를 알려주고 좋은 말을 할 수 있는 문화로 이끌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캠페인을 계기로 광주 학생을 포함한 전국 학생들이 긍정적인 언어를 더 많이 사용하는 학교문화가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실제 본보가 지난해 7월부터 최근 1년간 네이버 뉴스 콘텐츠제휴(CP) 언론사 68곳과 ‘전라도 향한 혐오’ 관련 본보 기획기사 등 300건의 기사 댓글 10만2천698개를 수집, 혐오 표현의 발생 빈도와 유형을 심층 분석한 결과, 전라도 혐오 표현 양상이 단순·직접 비하에서 ‘7시’, ‘청정구역’ 처럼 특정 집단만 알아듣는 표현으로 확장된데다, 광주특별시에 대한 정치적 낙인과 지역 비하, 역사 왜곡 등과 맞물려 다면적·심층적 구조를 띄는 등 갈수록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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