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혜승 전대 교수, 지역민 심리적 영향 분석
광주·전남·전북 주민 400명 대상 설문조사
온라인 혐오 노출될수록 자긍심↓·소외감↑
청년층서 정체성 위협·사회적 위축 두드러져
“단순 농담으로 으로 용인되는 문화 개선해야”

최근 10·20세대의 ‘밈(Meme)’과 오프라인 놀이 문화로 변질·확산하고 있는 전라도 혐오 표현이 단순한 농담에 그치지 않은 채 지역민의 자긍심을 떨어뜨리고 사회적 위축과 소외감을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온라인 공간에서 반복되는 혐오 표현은 체념과 자기검열, 정체성 혼란으로 이어졌으며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청년층일수록 이 같은 경향이 더욱 두드러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양혜승 전남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전라도 혐오 표현이 지역민의 심리와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분석했다. 지난 5월 부산울산경남언론학회 학술지 ‘지역과 커뮤니케이션’ 제30권 2호에 발표한 ‘온라인·오프라인 전라도 혐오표현 접촉이 전라도 사람의 지역 자긍심, 지역 소외감, 사회적 위축에 미치는 영향’ 연구를 통해서다. 그는 광주·전남·전북 출신 주민 4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경험한 전라도 혐오 표현이 ▲지역 자긍심 ▲지역 소외감 ▲사회적 위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조사했다.
지역 자긍심은 자신이 속한 지역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자부심을 의미한다. 지역 소외감은 사회가 자신의 지역을 존중하지 않거나 배제하고 있다고 느끼는 감정이며 사회적 위축은 자신의 출신 지역이 드러나는 상황을 피하거나 인간관계를 스스로 제한하는 심리적 반응을 뜻한다.
연구 결과, 전라도 혐오 표현 접촉은 지역민들의 자긍심을 낮추고 지역 소외감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온라인 공간에서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혐오 표현은 지역민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이 부정당하고 있다는 감각을 강화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양 교수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혐오 표현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했다.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혐오는 발화자가 구체적이고 상황 역시 현실적이라는 점에서 개인이 즉각적으로 반박하거나 저항할 심리적 자원을 동원하기 쉽다. 전라도와 광주가 한국 현대사와 민주화 과정에서 남긴 의미와 가치를 재확인하며 위협받는 자존감을 방어적으로 강화한다는 것이다.
반면 온라인 공간의 혐오는 개인이 통제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작동된다. 익명성과 확산성, 편재성을 가진 온라인 공간에서는 특정 혐오 표현을 반박하거나 외면하더라도 비슷한 표현이 또 다른 공간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쏟아지는 혐오 속에서 개인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비하를 일종의 피할 수 없는 환경처럼 경험하게 된다는 거다. 혐오 표현으로 인한 고통은 혐오 논리를 믿거나 받아들여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 공간에서 유통되는 압도적인 양의 혐오, 그 자체가 사람들에게 자신이 사회적으로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라는 감각을 심어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청년층일수록 혐오 표현이 정체성과 자기 인식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성세대가 민주화 경험과 지역 공동체 기억 등을 통해 역사적 자긍심과 심리적 자산을 축적해온 반면, 청년층은 이를 충분히 체화하기도 전에 온라인 혐오 문화에 먼저 노출된 세대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환경이 삶의 기본 조건이 된 청년 세대에게 온라인 공간에 편재한 지역 혐오는 단순한 정치적 공방이나 인터넷 문화가 아니라 자신의 출신과 정체성을 향한 직접적인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양 교수는 “온라인 혐오 대응은 단순한 사후적 팩트체크를 넘어 혐오 표현의 반복 노출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며 “플랫폼 차원의 신고 처리 속도 개선과 제재의 일관성 확보, 필터링과 노출 제한 기능 강화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차별적 발언이 단순한 농담으로 용인되는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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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독일 온라인 혐오 대응단체 헤이트에이드 "전라도 혐오, 방치 플랫폼도 공동 책임"
헤이트에이드(Hateaid) 대표 요제피네 발롱(왼쪽)과 아나레나 폰호덴베르크 /HateAid 제공
“오늘날의 ‘전라도 혐오’는 디지털 환경을 중심으로, ‘농담·아이러니’ 같은 우회적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죠. 이 같은 은밀한 혐오는 사회가 허용하는 혐오의 경계를 조금씩 넓히면서 장기적인 피해를 남긴다는 점에서 더 위험합니다.”독일의 온라인 혐오 피해자 지원단체인 ‘헤이트에이드(HateAid)’를 설립한 아나레나 폰호덴베르크·요제피네 발롱 대표의 지적이다. 최근 확산하고 있는 전라도를 향한 무차별적인 혐오에 대한 설명 과정에서다.헤이트에이드는 유럽연합(EU) 디지털서비스법(DSA)상 공인 전문기관으로 불법·유해 콘텐츠를 신고하고 디지털 혐오 피해자를 법률·심리적으로 지원하는 단체다. 두 대표는 2018년 단체를 설립한 뒤 8천 명 이상의 피해자를 지원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독일 대통령으로부터 연방공로훈장을 받았다.대표들은 19일 무등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최근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이나 온라인에서 퍼지는 전라도 비하 밈(Meme)처럼 특정 집단만 의미를 공유하는 도그 휘슬(Dog whistle) 혐오가 노골적인 욕설 못지않게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겉보기에 무해한 표현일 수 있고 외부인은 쉽게 알아채지 못한다는 점에서 피해자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다”는 취지에서다.인터뷰는 헤이트에이드의 공식 소셜미디어를 통해 언론대응 담당자와 소통한 뒤, 번역을 통해 독일어로 진행됐다. 국내 공식 인터뷰로는 첫 사례다. 두 대표는 “디지털 혐오는 빈도와 강도가 모두 커지고 있으며 기술 발전은 새로운 위험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다”며 “공격은 더욱 표적화되고 광범위해졌지만, 한국의 법과 제도는 변화의 속도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네이버 등 플랫폼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의 책임도 강조했다. 구글과 메타(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소유 회사)를 상대로 진행 중인 소송을 설명하는 과정에서다.대표들은 “플랫폼이 단순 중개자가 아니라 혐오와 디지털 폭력 확산을 막아야 할 책임의 주체”라면서 “가령, 한 의뢰인은 2023년부터 구글에 자신의 혐오 게시물 수천 개가 유포되는 피해를 입었다. 1년 6개월간 구글에 2천여 건의 삭제를 요청했지만 삭제해도 다시 검색 결과에 노출됐다”고 짚었다. 검색 엔진이 혐오 콘텐츠를 많은 사람들에게 확산시키는 만큼, 플랫폼이 피해 확산에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메타를 상대로 한 소송을 소개하면서는 ‘플랫폼의 능동적 대응 필요성’을 주문했다. 대표들은 “독일 연방의회 레나테 퀴나스트 하원의원은 자신의 발언을 왜곡한 허위 인용문과 혐오 표현에 대한 밈 때문에 메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했고, 2024년 프랑크푸르트 고등법원은 게시물뿐만 아니라 밈까지 지속적으로 삭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면서 “사용자가 일일이 신고하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이 책임지고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한 중요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전라도에 대한 온라인 혐오를 줄이기 위한 해법으로는 ‘세이프티 바이 디자인(Safety by Design)’ 원칙을 제안했다. 플랫폼 제작 단계에서부터 위험성을 사전에 평가해야 한다는 거다. 이들은 “플랫폼을 만든 뒤 문제가 생기면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설계 단계부터 어린이와 여성, 취약계층, 선거와 민주주의에 미칠 위험을 평가하고 최소화해야 한다”면서 “자동차가 안전성을 검증받듯 소셜미디어 역시 사회적 위험을 평가받아야 한다”고 말했다.한국 정치권의 역할도 주문했다. 대표들은 “독일에서도 특정 집단을 희생양 삼아 정치적 지지를 얻으려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며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들은 오랫동안 허위정보와 음모론의 공격을 받아왔고, 우리는 법적 대응을 통해 허위 게시물 삭제와 재발 방지 조치를 이끌어냈다”고 소개했다.한국의 온라인 이용자들에게는 “디지털 폭력은 실제 폭력과 같으며 피해자의 감정은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며 “혐오와 허위정보, 극단주의를 인터넷의 일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누구나 안전하게 참여할 수 있는 민주적인 온라인 공간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헤이트 에이드 관계자들을 미국 입국 금지 대상에 포함한 데 대해서는 “혐오 대응 단체는 검열 기관이 아니다”며 “게시물을 삭제하는 것은 플랫폼이고, 형사 절차는 경찰과 검찰이 담당한다. 우리의 역할은 법률이 온라인에서도 제대로 작동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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