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 대화 속에서 마주한 전라도 혐오 민낯
전라도 사투리에 전문성 폄훼…억양 교정 강요
최고 성과표 받아도 '배신 잘하는 악바리' 낙인
"규제는 조롱거리 우려…맛·문화 이미지 변화를"

“고향을 듣더니 면전에 대고 ‘빨갱이?’라고 말했던 동료가 있었죠.” “지난 지방선거 땐 대구 출신 동료가 ‘얘는 광주 사람이니까 무조건 파란색(민주당) 뽑겠지’라고 하더군요.”
전라도 혐오는 일상 깊숙이 스며들고 있었다.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나 돌아다닐 것 같은 혐오나 역사 왜곡 표현은 전남광주 출신들이 회사에서까지 마주해야 하는 현실이었다. 더 많은 기회를 찾아 서울로 향했던 광주 출신의 청년 이아영(가명·28)씨는 특정 커뮤니티 안에서나 돌아다니는 장난같은 밈(Meme)을 사회생활 하면서 직접 겪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전라도 사투리를 쓴다는 이유로 전문성을 폄훼 당하고, 성과를 내고도 지역적 편견 탓에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느끼고 있다. 그가 경험했던 무력감과 함께 ‘제도보다는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솔직한 목소리를 일문일답으로 담았다.
-회사 동료들이 아영씨의 출신 지역을 처음 들었을 때 상황을 설명해 달라.
▲지역 대학교를 졸업하고 전공 분야로 경력을 쌓고 싶었지만, 광주에서는 일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고향을 떠나 서울로 간 이유다. 지역 대학교를 졸업했다보니, 이력서나 면접 때부터 이미 출신 지역을 다 알고 있더라. 정식 출근을 하게 되면 어떤 사람이 입사할지 궁금해하기 때문에 나이와 출신 지역 등은 일부 동료들에게도 알려진 상태였다. 누군가 ‘고향이 어디냐’고 물었을 때 “광주요”라고 답하면, 당연하다는듯이 “경기도 광주요?”라고 되묻는다. 거기에 “아니요, 광주광역시”라고 답하는 순간, 3초 정도 공기가 얼어붙는 정적이 흐른다. ‘내 피해의식인가?’ 싶다가도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가 ‘저 사람이 광주를 어떻게 생각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눈치를 보게 됐다.
-직접 들었던 전라도 혐오 표현이 있었나.
▲고향을 듣더니 면전에 대고 “빨갱이?”라고 말했던 동료가 있었다.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에서 쓰는 전라도 혐오 발언들은 그저 커뮤니티 안에서나 돌아다니는 장난같은 밈인 줄 알았다. 현실에서 직접 겪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지난 6월 지방선거 기간에 회사에서 동료들이 ‘이번에는 누구를 뽑을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회사 내에서 정치 이야기 하는 것을 꺼려서 아무말 안 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구 출신 동료가 “얘는 광주 사람이니까 무조건 파란색(민주당) 뽑겠지”라고 말했다. 본인은 대구사람이라 무조건 빨간색이라고 했다. 지역으로 사람을 나누고 단정 짓는 걸 보고 충격받았다. 광주 사람이라고 해서 정치 성향이 모두 똑같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은근슬쩍 낙인찍고 깎아내리는 태도가 불편했다.
-억양에도 지역색이 드러나지 않나.
▲사투리 억양과 말투 때문에 직장에서 전문성을 폄훼 당한 적도 있었다. 업무 특성상 거래처 전화를 많이 받아야 했는데, 통화를 하다가 사투리가 살짝 튀어나온 날이었다. 통화가 끝나자마자 상사가 정색하며 “말투가 그게 뭐냐. 누가 억양을 그렇게 쓰냐, 전문성이 떨어져 보인다. 일주일 동안 (표준말) 연습하라”고 괴롭혔다. 부모님 집에 가서 억양을 들으니 그 당시 기억이 떠올라 슬펐다.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동료들에게는 아무런 지적도 하지 않고, 전라도 사투리는 전문성이 떨어진다며 교정을 강요당해야 한다는 게 서글펐다.
-노동 가치를 평가받는 과정에도 지역 편견이 영향을 미쳤나.
▲회사 임원진 대부분이 경상도 출신인 회사를 다닌 적이 있었다. 서울에서 생활하며 느낀게 있다보니 회사 프로필을 보고 ‘전라도 출신인 나를 왜 뽑았을까’ 의아할 정도였다. 트집 잡히기 싫어서 남들보다 열심히 일했고 성과도 좋았다. 내부 평가로 치면 ‘A+’를 받았다. 보통 이 정도 성과면 연봉 인상률이 8% 이상이 되는 게 맞다. 하지만 제 인상률은 겨우 3%에 그쳤다.
그 이유는 나중에서야 알게 됐다. 그들 머릿속에는 “광주 애들은 독종이고 악바리라 이 정도만 줘도 군소리 없이 일 잘한다”는 프레임이 박혀있었던 거다. 일은 많이 시키고 돈은 적게 줘도 된다는 식이었다. 또 “광주 사람들은 원래 배신을 잘한다”며 돈을 많이 줘도 어차피 이직할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을 동료에게 듣게 됐다. 성과를 냈는데도 ‘어차피 배신하고 나갈 사람’이라며 연봉 인상에 불이익을 준 것이다. ‘내가 노력해도 안되는 게 있구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는 사람인가’라는 회의감이 들었다. 생계와 직결된 노동 가치까지 지역 혐오로 폄훼당했을 때 몰려온 무력감과 회의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제는 이직 제안을 받아도 ‘배신을 잘한다’는 왜곡된 편견을 입증하는 게 될까봐 두렵다.
-직장·일상에서 지역 비하 발언을 내뱉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대처해왔나.
▲그들을 마주했을 때 맞서 싸우기보다 ‘침묵’으로 일관했다. 아니면 웃으며 비꼬는 말로 넘어가기도 했다. 제가 겪어보니 감정적으로 발끈해서 맞받아쳐 봐야 그 사람들은 타격감을 느끼고 조롱하는 재미만 더 커질 뿐이었다. 수십 년간 굳어진 타인의 삐뚤어진 사상을 한마디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차라리 아무 반응 없이 차갑게 침묵해서 상대방에게 스스로 뻘쭘함을 느끼게 만들고 싶다. 그리고 여유가 생길 때 뼈 있는 농담으로 슬쩍 돌려주겠다. 상대방의 무례한 도발에 제 감정을 소모하며 위축되지 않고, 고향에 대한 자부심을 품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것만이 혐오에 대처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라 믿는다.
-전라도 혐오를 막기 위한 제도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법이나 제도적 규제를 강화할수록 오히려 현실에서는 “거봐라, 법으로 막는다”라며 더 심한 조롱거리나 공격의 빌미가 될 것 같다. 최근 일어난 여러 지역 비하 관련 사건들만 봐도, 반발 심리 때문에 온라인상에서 더 교모하고 큰 조롱이 판을 친다. 제도로 억누르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본다.
결국은 사회적인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사람들이 ‘광주’라고 했을 때 무조건적으로 5·18 민주화 운동과 정치적 프레임부터 연상시키는 구조가 문제다. 광주를 대표할 수 있고 새롭고 긍정적인 문화 콘텐츠가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 최근 광주에서 유명한 ‘창억떡’이 서울 젊은층 사이에서도 엄청 유행했다. 그게 오히려 자랑스럽고 좋아서 회사 동료들에게 창억떡을 돌린 적이 있다. 제주도가 아픈 역사인 4·3사건을 품고 있으면서도 아름다운 관광의 도시로 모두에게 사랑받는 것처럼, 광주 역시 5·18이라는 숭고하고 아픈 역사를 간직한 채 대중에게 다가갈 때는 ‘가보고 싶고 맛있는 것이 많은 매력적인 도시’로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화를 통한 인식의 전환이 본질적인 대안이라고 본다.
강승희기자 wlog@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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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비금농협, 조합원 건강관리까지 챙긴다
신안 비금농협이 건강검진에 그치지 않고 의료진을 통한 결과 설명과 상담까지 지원하며 조합원 건강관리에 나섰다.10일 비금농협에 따르면 지난 5일 본점에서 올해 건강검진을 받은 조합원 150명을 대상으로 건강검진 결과 설명회를 개최했다.이날 설명회에는 박병석 목포제일내과병원장을 비롯한 의료진 5명이 참여해 조합원들의 검진 결과를 직접 설명하고 개별 상담을 진행했다.그동안 건강검진 결과를 통보서로 받아도 복잡한 의학용어나 각종 수치 때문에 자신의 건강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던 조합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마련됐다.특히 의료진이 검진 결과를 토대로 건강 상태를 설명하고 필요한 관리 사항을 안내하면서 조합원들이 자신의 건강을 보다 쉽게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최승영 비금농협 조합장은 “조합원의 건강이 곧 비금농협의 미래”라며 “앞으로도 조합원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건강과 복지 관련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신안=박민선기자 wlaud22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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