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함보다 감성"···광주도 빈티지 디카 열풍

입력 2026.07.12. 12:12 박소영 기자
스마트폰 대신 똑딱이 디카 찾는 2030
빛 번짐·노이즈 등 올드한감성에 매료
금남로 중고 매장에 20대 여성층 북적
SNS서 '디놀' 문화 확산..."개성 나타내"
9일 찾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금남로지하상가 화신카메라에서 20대 쌍둥이 자매인 김수민·김수빈씨가 디지털 카메라를 고르고 있다. 박소영 기자

“요즘 카메라는 너무 선명하잖아요. 선명하지 않은 게 오히려 더 멋이죠.”

9일 오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금남로 지하상가 화신카메라. “플래시 예쁘게 터지는 모델은 어떤 거예요?” “올림푸스는 없어요?” 등 유리 진열장 안에는 빼곡히 놓여 있는 디지털카메라를 둘러보던 손님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이곳 대표 김일출(55)씨는 손님들의 질문에 진열장 안에 있던 카메라를 하나둘 꺼내놓기 시작했다. 충전기와 배터리, 메모리카드가 포함된 제품부터 비교적 최근 출시된 모델까지 순식간에 진열대 위가 카메라로 가득 찼다.

김씨는 “이건 15만원, 이쪽은 27만원. 자동차도 연식 따라 가격이 다르잖아. 카메라도 상태 좋고 연식이 최근일수록 조금 비싸다. 편하게 사진 찍어보고 비교해봐라”며 손님들에게 직접 카메라를 건네며 셔터를 눌러보라고 권했다.

9일 찾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금남로지하상가 화신카메라 대표 김일출(55)씨가 손님들에게 디지털 카메라를 보여주고 있다. 박소영 기자

한때 중장년층 사진 애호가나 전문 촬영 장비를 찾는 이들이 주로 드나들던 카메라 매장이 최근에는 2030세대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찾아오는 이들도 대부분 친구나 연인과 함께 방문한 20~30대 여성들이었다.

최신 스마트폰 카메라는 2억 화소를 넘나들지만 정작 2030세대는 200만~300만 화소 수준의 오래된 디지털카메라를 다시 찾고 있다. 빛이 번지고 초점이 조금 어긋난 사진이 오히려 감성으로 받아들여지면서다.

이날 쌍둥이 자매 김수민·김수빈(22)씨도 디지털카메라를 사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숏폼 영상을 통해 빈티지 디카를 접한 자매는 인터넷 검색 끝에 ‘광주 디카 성지’로 불리는 화신카메라를 방문했다.

한참 동안 여러 기종을 비교하던 자매는 충전기와 SD카드, 배터리가 포함된 올림푸스 디지털카메라를 15만원에 구매했다.

김수민씨는 “요즘 빈티지 감성이 유행하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다”며 “어렸을 때 부모님이 찍어준 사진을 보면 지금 휴대전화 사진과는 다른 분위기가 있는데 그 느낌을 다시 남겨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수빈씨도 “검색해 보니 광주에서는 이곳이 가장 유명하다고 해서 찾아왔다”며 “올림푸스 제품이 요즘 많이 찾는 기종이라고 들었고 가격도 괜찮은 것 같아 구매하게 됐다”며 “디카 사진은 조금 흔들리고 빛이 번져도 그게 분위기가 된다. 오히려 그런 점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고 웃었다.

30년째 중고 카메라 판매점을 운영 중인 김 대표는 “예전에는 카메라를 취미로 오래 해온 중장년층이나 전문적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주 고객이었다”며 “최근 1~2년 사이에는 릴스나 숏츠를 보고 찾아오는 20대 여성 손님이 눈에 띄게 늘었다. 연예인이나 아이돌이 들고 나온 카메라를 찾는 손님들도 많다. 아이브 장원영 카메라 있느냐고 물어보는 등 특정 아이돌이 사용한 모델을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젊은 손님들이 카메라를 찾아 몰려오는 건 낯선 풍경”이라며 “예전에는 고성능이나 최신 기능을 물어봤다면 요즘 손님들은 플래시 느낌이 어떠냐, 어떤 색감이 나오냐를 더 궁금해한다. 카메라를 사러 온다기보다 하나의 취미나 문화를 즐기러 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수요가 늘면서 온라인 중고거래 시장도 덩달아 활기를 띠고 있다.

2030 세대 사이 개성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빈티지 카메라 유행하고 있는 가운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본인이 찍은 사진을 공유하는 ‘디놀(디지털카메라+놀이)’이라는 문화가 생겼다. 사진은 빈티지 카메라 애호가 송한나(29)씨가 운영하는 사진 계정. 송한나씨 제공

빈티지 카메라를 취미로 즐기는 송한나(29)씨는 원하는 기종이 올라오면 바로 구매할 수 있도록 중고거래 플랫폼 알림을 설정해두고 있다.

송씨는 “예전에는 매물 자체가 거의 없었는데 최근에는 수요가 많아지면서 해외 온라인 시장까지 구매 통로가 넓어졌다”며 “이베이나 해외 중고시장을 통해 원하는 기종을 구하는 사람도 많다. 현재 빈티지 카메라 사진 계정을 따로 운영하고 촬영 장소와 기종, 색감 등을 공유하며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씨처럼 빈티지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서로 공유하는 디지털카메라와 놀이를 합친 ‘디놀(디카+놀이)’이라는 말도 등장했다. 카메라를 들고 카페와 전시회, 여행지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이를 SNS에 공유하는 문화다.

송씨는 “요즘 휴대전화 카메라는 성능이 워낙 좋아 누가 찍어도 잘 나오다 보니 오히려 디카만의 색감과 분위기를 찾게 되는 것 같다”며 “기종마다 결과물이 다르고 사진마다 개성이 살아 있어 내 취향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SNS를 보다 보면 사용하는 카메라만 봐도 그 사람의 취향이나 좋아하는 분위기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다”며 “빈티지 카메라가 단순한 촬영 도구를 넘어 하나의 취향이자 개성을 표현하는 방식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 연관뉴스
슬퍼요
1
후속기사 원해요
2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전남광주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