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협의회로 골목 문제 해결…주민·상인·건물주 잇는 도시재생
‘커피산책’ 4만명 찾는 축제로 성장… 체류형 관광 콘텐츠 도전

“도시재생은 건물을 새로 짓거나 도로를 넓히는 것이 아닙니다.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 더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 진정한 도시재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신혜(51)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도시재생센터장은 원도심 재생의 핵심을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주민과 상인, 건물주, 행정, 지역 기업을 연결하고 이들이 스스로 골목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는 것이 도시재생센터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서 센터장은 지난 2018년 10월 동구 도시재생센터 상권활성화팀장으로 합류했다. 이후 동명동과 충장동, 서남동, 계림동, 산수동 등 원도심 곳곳에서 상권 활성화와 주민 협력사업을 추진해 왔으며, 2023년 4월부터는 센터장을 맡아 도시재생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그가 가장 공 들인 곳은 동명동이다. 동명동은 자생적으로 카페와 공방, 음식점 등이 모여 이른바 ‘동리단길’로 불렸지만, 초기에는 상권을 이끌 전담 조직이나 제도적 지원 체계가 사실상 없었다. 주택을 개조한 점포들이 골목 곳곳에 흩어져 있어 전통시장이나 상점가처럼 상인회를 구성하기도 쉽지 않은 구조였다.
서 센터장은 “상인회를 만들기 어려운 구조라면 새로운 협력 모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상인뿐 아니라 주민과 건물주, 전문가, 마을활동가가 함께 참여하는 상생협의회를 2019년 3월부터 운영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상생협의회는 주차난과 임대료 문제 등 골목의 현안을 함께 해결하는 기반이 됐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협력해 주차장 1시간 무료 이용을 이끌어냈고, 건물주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상생협약 참여를 설득해 임대료 안정에도 힘을 보탰다.
그는 “당시 팀원들과 약 6개월 동안 건물주들을 일일이 찾아다녔다”며 “결국 108명의 건물주가 임대료 안정 협약에 동참했고, 코로나19 당시에는 일부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최대 30%까지 인하하는 ‘착한 임대인 운동’에도 참여했다”고 회상했다.
이 같은 노력은 2020년 행정안전부 골목경제 활성화 우수사례 대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기보다 주민과 상인, 건물주, 행정이 함께 지역 문제를 해결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동명동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은 ‘동명 커피산책’ 역시 이 과정에서 탄생했다.
서 센터장은 “동명동은 자연스럽게 카페거리가 형성된 곳이지만 골목만의 정체성을 보여줄 콘텐츠가 필요했다”며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커피를 마시며 골목을 걷는다는 의미를 담아 ‘커피산책’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동명 커피산책은 매년 가을 동명동 일원에서 열리는 커피·디저트 중심의 골목축제로 성장했다. 지역 카페와 바리스타, 청년 창업가들이 참여해 커피 시음과 디저트 마켓, 바리스타 체험, 골목 산책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매년 4만명 이상이 찾는 대표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예산이 넉넉하지 않아 처음에는 하루 행사로 시작했지만 시민들의 반응이 예상보다 훨씬 좋았다”며 “올해는 이틀 행사로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충장축제처럼 전남광주통합특별시를 대표하는 콘텐츠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동명동 모델은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벤치마킹 사례가 되기도 했다. 서울 노원구를 비롯한 일부 지자체는 동명 커피산책 운영 방식을 참고해 지역 커피축제를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재생센터는 앞으로 동명동을 체류형 관광 콘텐츠로 발전시키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공연 관람과 동명동 미식 여행, 커피산책, 골목투어를 하나의 관광 코스로 연결하는 이른바 ‘팬덤 투어’가 핵심이다.
서 센터장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한 번 방문한 관광객들의 만족도가 높지만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아직 동구만의 매력이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며 “KTX 접근성이 뛰어나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동명동 골목을 연계하면 1박2일 이상의 체류형 관광 콘텐츠로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자신했다.
서 센터장은 마지막으로 “관광도 도시재생이고, 상권도 도시재생이며, 문화 역시 도시재생이 될 수 있다”며 “센터의 이름이나 조직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동네에서 사람들이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앞으로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원도심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현장에서 사람과 사람을 잇는 역할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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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어떡하라고"···전남광주 홈플러스 입점 점주들 '망연자실'
15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 홈플러스 동광주점이 임시 휴업에 들어간 가운데, 마트가 문을 닫은 모습. 강주비 기자
“7억원을 들여 만든 일터가 하루아침에 사라질 위기에 놓였습니다.”홈플러스의 회생절차 폐지와 휴업 조치가 현실화되면서 대형마트 안에서 생계를 이어온 입점업체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홈플러스가 긴급 운영자금 확보로 회생 가능성을 다시 열었지만, 판매대금과 임대보증금 반환 등 등 보상 방안은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입점 점주들은 회사의 설명 한마디 듣지 못한 채 언론 보도로 상황을 확인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15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산구 홈플러스 광주하남점이 임시 휴업에 들어간 가운데, 입점 업체가 철수한 모습. 강주비 기자15일 오후 찾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광주특별시) 북구 홈플러스 동광주점.마트 내부에서는 영업 중단 안내 방송이 반복해서 흘러나왔고, 본매장은 셔터를 내린 채 불이 꺼져 적막감이 감돌았다. ‘입점업체는 정상 영업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지만 일부 매장은 이미 집기를 철수해 텅 비어 있었고, 문을 연 점포 직원들은 매대 앞에 앉아 침울한 표정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10여년 넘게 이곳에서 매장을 운영해 온 점주 A씨는 “상황이 어떻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한숨부터 내쉬었다.A씨는 “회생 이야기가 나온 지는 꽤 됐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휴업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 막연하게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이어 “회원권을 끊어놓은 기존 고객들만 이용하면서 차감만 이뤄질 뿐 신규 회원은 없어 사실상 매출이 없는 상태”라며 “폐점이 현실화되더라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할 겨를도 없다”고 토로했다.또 “회사에서 별다른 설명을 들은 적이 없고 기사를 보고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고객들도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묻지만 정작 우리도 아는 것이 없어 답답하다. 정확한 안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2022년 입점한 점주 B씨는 “저는 본사 소속이라 다른 지역으로 발령이 날 수도 있지만 함께 근무하는 직원들은 사정이 다르다”며 “직원 2~3명 모두 광주에서 생활하고 있고 광주에서는 이곳이 유일한 매장이라 폐점되면 가장 가까운 대구로 옮겨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15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 홈플러스 동광주점이 임시 휴업에 들어간 가운데, 입점 업체가 철수한 모습. 강주비 기자화장품·의류 등 일부 브랜드는 본사 방침에 따라 철수했지만, 보증금과 월세를 내고 홈플러스와 직접 계약한 점주들은 사정이 달랐다. 월세를 직접 내는 매장들은 상가임대차보호법상 충분한 보호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광주하남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이날 오전 만난 광주하남점 입점업체 점주 C씨는 “계약 당시 홈플러스 건물이 담보신탁으로 넘어간 사실을 안내받지 못했다”며 “이후 이 사실을 알게되고, 상황이 악화되는 것 같아 중간에 나가고 싶었지만 원상복구 비용만 보증금의 절반 가까이 들어가는 데다 남은 보증금까지 돌려받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어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C씨는 “입점 점주나 납품업체 채권은 후순위가 될 가능성이 크고, 경영진의 임금과 퇴직금이 먼저 지급될 수도 있다는 점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입점 점주들은 지역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풀뿌리 소상공인이다. 파산관재인이나 금융기관에 비해 우리의 목소리는 작을 수밖에 없다. 심리적인 고통이 너무 커 앞으로 다른 사업을 시작할 엄두도 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광주하남점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대표 D씨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도움을 호소하기도 했다.D씨는 “평생 모은 돈과 빚을 더해 인테리어 공사에 3억3천만원, 헬스기구 구입에 3억4천만원 등 모두 6억7천만원을 투자했다”며 “홈플러스를 믿고 들어왔는데 대기업이 문을 닫으면 보증금과 시설비를 투자한 임차인들은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적었다.이어 “마트가 문을 닫으면 투자금은 물론 회원들에게 돌려줘야 할 환불금까지 모두 제가 감당해야 한다”며 “힘없는 임차 소상공인이 모든 피해를 떠안지 않도록 정당한 피해보상이 이뤄질 수 있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15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 홈플러스 동광주점이 임시 휴업에 들어간 가운데, 입점 업체가 철수한 모습. 강주비 기자홈플러스는 운영자금 부족을 이유로 지난 13일부터 본사와 전국 67개 대형마트 점포에 대한 임시 휴업을 통보했다. 광주특별시에서는 2024년 광주계림점이 폐점한 데 이어 올해 목포점과 순천풍덕점의 폐점이 결정됐고, 정상 영업 중이던 동광주점과 광주하남점, 광양점, 순천점도 휴업에 들어갔다. 현재 이들 4개 점포에는 150여개 입점업체가 영업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법원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 이후 즉시항고 기한인 오는 20일까지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파산 절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날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이 2천억원 규모의 긴급 운영자금 지원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회생 가능성은 다시 열리게 됐다. 운영자금이 확보되면 홈플러스는 즉시항고를 통해 회생절차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홈플러스는 판매대금은 영세 개인사업자에게 우선 지급하고 있으며 법인사업자에 대해서도 자금을 확보해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입점 점주들이 우려하는 임대보증금 반환 등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한편 홈플러스 입점점주협의회는 이날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열고 판매대금 지급과 임차보증금 보호 대책, 입점 소상공인의 생존권과 영업권 보장을 촉구했다.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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