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대학가, 800조원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주역 ‘인재 양성’ 총력전

입력 2026.07.05. 14:31 한경국 기자
지역 대학, 시스템반도체’부터 ‘AI 융합까지
맞춤형 인재 공급 위한 학사 구조 개편 속도
정부가 서남권에 800조원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공식화하면서, 지역 대학들이 산업 현장을 이끌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한 교육 혁신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사진은 동강대 반도체 인재 양성 추진단이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 동강대 제공

정부가 서남권에 800조원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공식화하면서, 지역 대학들이 산업 현장을 이끌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한 교육 혁신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번 클러스터 구축을 지역 경제 도약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 대학가에서는 반도체 특화 학과 신설과 산학 협력 모델 도입이 잇따르고 있다.

전남대학교는 지역거점국립대라는 위상에 걸맞게 첨단산업 생태계 구축의 중추적 역할을 맡는다. 전남대는 에너지신산업, 반도체첨단패키징, 미래모빌리티 분야를 아우르는 (가칭)첨단산업융합대학 설립을 추진하며 기업 밀착형 산학 모델을 정착시킬 방침이다. 특히 등록금 전액 면제와 생활비 지원 등 파격적인 학생 지원책을 마련해 지역 내 우수 인재가 타지로 떠나지 않고 정주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완성한다는 복안이다.

호남대학교는 ‘AI 특성화 대학’의 강점을 극대화한 융복합 인재 양성에 방점을 찍었다. 내년 신입생부터 기존 학과 장벽을 허무는 ‘HOPE(Honam Open Path Education) 다중트랙 교육과정’을 도입한다.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에 맞춰 AI 기반 반도체, 모빌리티, 로봇 등 분야를 조합해 스스로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방식이다. 박상철 호남대 총장은 “하드웨어 중심의 반도체 지식에 소프트파워를 결합해,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융합형 실무인재를 배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동신대학교는 반도체 융합 인재 육성을 위한 전방위적 준비에 나섰다. 2028학년도 학과 구조조정을 통해 에너지공과대학 내 ‘반도체융합학부(가칭)’ 신설을 검토하고 있으며, 전기공학과와 미래에너지기술학부 등에 반도체 트랙을 접목해 특화된 인재를 키운다는 전략이다. 또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맞춤형 계약 트랙인 ‘DSU 반도체 Track’ 추진과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와의 취업 연계 현장실습, ‘반도체 취업사관학교’ 운영 등을 통해 취업 경쟁력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동강대학교는 현장 밀착형 ‘슈퍼 테크니션(Super Technician)’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동강대는 최근 ‘반도체 실무 인재 양성 추진단’을 발족했으며, 2028학년도 반도체 학과 신설을 통해 공정, 품질관리, 장비 유지보수 등 현장 즉시 투입이 가능한 전문가를 길러낼 계획이다. 또한 2022년부터 SK하이닉스 도급사인 SMC엔지니어링(주)과 체계적인 산학협력을 이어오고 있으며, 향후 한국공학대 및 한국기술교육대 등 특성화 대학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교육 과정의 완성도를 높이고 실습 환경을 대폭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이처럼 대학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는 가운데, 이미 반도체 관련 학과 체계를 갖추고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는 대학들도 있다.

조선이공대학교는 전국 전문대 중 유일하게 차세대 반도체 분야 혁신융합대학 사업을 수행 중이다. 실무 중심 교육을 통해 최근 3년간(2023~2025) SK하이닉스(9명), 삼성전자(4명), LG이노텍(12명), 엠코테크놀로지코리아(11명) 등 주요 기업에 총 45명의 취업자를 배출하는 성과를 냈다.

한국폴리텍대학 광주캠퍼스는 2024년 신설된 ‘반도체시스템제어과’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2026년 2월 졸업생 기준, 전체 35명 중 14명이 반도체 계열로 진출하는 등 SK하이닉스 계열사인 ISC를 포함한 첨단 기업들에서 실무 능력을 입증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는 ‘전력반도체융합전공’을 통해 고급 인재를 길러내고 있다. 60여명의 학생이 500억원 규모의 최첨단 인프라를 활용해 반도체 소재·소자 및 AI 광융합 반도체 분야의 혁신 연구를 수행하며 미래 기술 경쟁력을 확보 중이다.

이 외에도 목포대학교는 2024년 ‘반도체공학과(정원 33명)’를 신설해 매그나칩 등 반도체 밸류체인 진출을 겨냥하고 있으며, 순천대학교는 ‘전자공학과(1989년)’, ‘첨단신소재공학과(2023년)’ 등을 통해 지역 산업의 기초 체력을 다지고 있다. 광주대학교 또한 ‘전기공학과’와 ‘기계자동차공학과’ 등 전통 공학 학과들을 반도체·AI 융합형으로 대대적으로 개편해 취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지역 대학들이 반도체 분야를 중심으로 학과 신설과 교육 혁신을 서두르면서, 광주·전남은 단순 생산 거점을 넘어 인재 양성과 기술 혁신이 선순환하는 첨단 산업의 요람으로 거듭나고 있다. 기업과 긴밀하게 연대해 구축하는 이번 교육 생태계가 지역 청년들의 수도권 유출을 막고 지역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경국기자 hkk4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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