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원아, 모두가 기억할게”···49재 추모식서 울린 눈물의 약속

입력 2026.06.21. 19:03 김종찬 기자
유가족·친구·교사·시민사회 함께 마지막 배웅
“희망 같던 아이” 어머니 소개에 추모객 ‘눈물’
명예소방관 위촉…“평소 꿈 꾸던 장래희망”
21일 오후 광주 광산구 광주시교육청시민협치진흥원 주차장에서 진행된 고 이채원 학생 49재 추모식에서 김연우 무용가가 노란 나비를 날리는 듯한 진혼무를 추고 있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오늘 우리는 채원이를 잊지 않겠다고 약속하러 왔습니다.”

21일 오후 4시 광주 광산구 광주시교육청시민협치진흥원 주차장에서는 고 이채원 학생의 49재 추모식이 열리기 전부터 마련된 기억공간에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채원 학생이 활짝 웃고 있는 스케치 사진의 영정 앞에 국화를 내려놓은 학생들은 한참 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고, 유가족을 끌어안은 시민들은 끝내 눈물을 쏟았다. 검은색과 흰색 옷을 입은 참석자들의 어깨에는 하나같이 이채원 학생을 상징하는 노란 나비 리본이 달려 있었다. 추모객들의 가슴에 달린 노란 나비 리본은 이날 추모식의 또 다른 상징이었다. 유가족은 사건 직후 가족들이 천막을 지키던 첫날 노란 나비가 날아들었고, 이후 고인의 유골함과 기억공간에도 노란 나비가 찾아왔다고 소개했다. 부모는 이를 채원이가 자신들 곁으로 돌아온 것이라 여겼고, 그 마음을 담아 직접 노란 나비 리본을 만들어 참석자들에게 나눠줬다.

21일 오후 광주 광산구 광주시교육청시민협치진흥원 주차장에서 진행된 고 이채원 학생 49재 추모식에서 이채원 학생의 부모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이날 추모식은 라르브르 앙상블의 연주를 시작으로 1부 기억과 애도, 2부 위로, 3부 동행의 약속, 4부 이별 순으로 진행됐다. 묵념이 끝난 뒤 단상에 오른 어머니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자리에 서기 전 채원이 추모관에 들러 ‘엄마에게 용기를 달라’고 말하고 왔다”며 어렵게 입을 연 어머니는 추모객들에게 딸의 삶을 소개했다.

21일 오후 광주 광산구 광주시교육청시민협치진흥원 주차장에서 진행된 고 이채원 학생 49재 추모식에 참석한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추모사를 하고 있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이채원 학생 어머니는 “채원이의 태명은 ‘희망이’였다. 어렵게 찾아온 아이였기에 우리 가족의 희망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렇게 이름을 지었다”며 “이름처럼 밝고 따뜻했고 우리 가족에게 늘 희망 같은 아이였다”고 말했다.

이어 “밝은 미소로 주변 사람들을 먼저 챙기고 친구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며 따뜻한 마음을 나눴으며,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을 좋아해 중학교 때부터 응급구조사가 되는 꿈을 품고 누구보다 성실하게 노력했다”며 “음악을 좋아했고 강아지를 사랑했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늘 공감과 웃음을 잃지 않았던 아이였다. 여러분이 채원이를 떠올릴 때 안타까운 사건이 아니라 따뜻하고 밝았던 모습, 다른 사람을 위해 살아가고자 했던 마음을 기억해 달라”고 눈물로 당부했다.

고인의 1학년 담임이었던 첨단고 정회윤 교사는 “채원이는 제 교직의 시작을 함께한 학생이었다”며 “복도에서 마주치면 늘 먼저 환하게 인사했고, 반티를 맞출 때도 제 것까지 챙겨주던 아이였다. 학급에 무슨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손을 들고 돕던 학생이었다”고 기억했다.

21일 오후 광주 광산구 광주시교육청시민협치진흥원 주차장에서 진행된 고 이채원 학생 49재 추모식에서 전국공무원노조 광주소방지부가 준비한 명예소방관증 수여식이 진행됐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또 “채원이의 꿈은 응급구조사이자 119 소방구급대원이었다. 사람을 살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 했던 아이였다”며 “한 아이가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일은 우리 어른들이 반드시 지켜야 했던 약속이었다. 오늘 우리는 채원이에게 작별 인사를 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약속하러 왔다”고 말했다.

친구들의 추모사는 행사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첨단고 학생회는 “채원이는 누군가에게 너무 소중한 딸이자 친구였고 함께 웃고 이야기하던 평범한 학생이었다”며 “앞으로 하고 싶은 일도 이루고 싶은 꿈도 많았을 채원이의 시간이 너무 이르게 멈췄다”고 애도했다.

같은 반 친구 김나현 학생은 “아직도 학교에 가면 네가 내 이름을 부르며 인사해 줄 것 같은데 이제는 그럴 수 없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겨울방학 때 함께 갔던 여수 여행이 가장 많이 생각난다. 생명과학 시간에 고개를 돌리면 늘 네가 있었는데 이제 그 자리가 비어 있다”고 울먹였다. 이어 “네 목소리와 웃음소리를 한 번만이라도 다시 듣고 싶다. 다음 생에 다시 만나면 그땐 더 오래, 더 좋은 친구로 함께하자”고 말하자 행사장에서는 오열이 터져 나왔다.

친구 이보경 학생도 “너는 피해자 A양이 아니라 내 친구 이채원”이라며 “네가 억울한 건 우리가 끝까지 도울게. 부디 그곳에서는 억울함도 차가움도 없는 곳에서 편히 쉬길 바란다”고 전했다.

21일 오후 광주 광산구 광주시교육청시민협치진흥원 주차장에서 진행된 고 이채원 학생 49재 추모식에 참석한 전국공무원노조 광주소방지부 회원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2부 ‘위로’에서는 고인의 생전 영상이 상영된 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광주소방지부가 생전 응급구조사를 꿈꿨던 고인을 명예소방관으로 위촉했다. 위촉장에는 “생명을 살리는 길을 꿈꾸며 따뜻한 마음을 나누고자 했던 귀하의 숭고한 정신을 영원히 기억하고자 명예소방관으로 위촉합니다”라는 문구가 담겼고, 소방관 신분증과 제복도 함께 헌정됐다.

이어 일곡청소년문화의집 밴드 ‘앰벌즈’ 보컬 이예은 학생은 이채원 학생이 생전 가장 좋아했던 아이유의 ‘Someday’와 백예린의 ‘산책’을 불렀다. 노래가 흐르는 동안 유가족과 친구들은 서로의 손을 맞잡은 채 끝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21일 오후 광주 광산구 광주시교육청시민협치진흥원 주차장에서 진행된 고 이채원 학생 49재 추모식에서 이채원 학생 모교 학생들이 추모사를 낭독하고 있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3부 ‘동행의 약속’에서는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 임문영 국회의원, 차경희 광주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장, 구제길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광주지회장 등이 추모사를 통해 장윤기에 대한 엄벌과 여성폭력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차경희 소장은 “이채원 학생의 죽음은 개인의 비극으로만 남아서는 안 된다”며 “여성혐오와 젠더폭력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가와 사회가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21일 오후 광주 광산구 광주시교육청시민협치진흥원에 마련된 고 이채원 학생의 기억의 공간에서 추모객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1시간이 넘는 추모식은 끝내 눈물로 마무리됐다. 추모식이 시작되기 전부터 기억공간을 둘러보며 사진과 편지 앞에 발길을 멈춘 학생들, 영정 앞에 국화를 내려놓고 오열하는 친구들, 서로를 끌어안고 위로하는 시민들의 모습은 마지막 순간까지 이어졌다. 가슴에 노란 나비를 단 참석자들은 “채원이를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되새기며 추모식장을 떠났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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