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같던 아이” 어머니 소개에 추모객 ‘눈물’
명예소방관 위촉…“평소 꿈 꾸던 장래희망”

“오늘 우리는 채원이를 잊지 않겠다고 약속하러 왔습니다.”
21일 오후 4시 광주 광산구 광주시교육청시민협치진흥원 주차장에서는 고 이채원 학생의 49재 추모식이 열리기 전부터 마련된 기억공간에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채원 학생이 활짝 웃고 있는 스케치 사진의 영정 앞에 국화를 내려놓은 학생들은 한참 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고, 유가족을 끌어안은 시민들은 끝내 눈물을 쏟았다. 검은색과 흰색 옷을 입은 참석자들의 어깨에는 하나같이 이채원 학생을 상징하는 노란 나비 리본이 달려 있었다. 추모객들의 가슴에 달린 노란 나비 리본은 이날 추모식의 또 다른 상징이었다. 유가족은 사건 직후 가족들이 천막을 지키던 첫날 노란 나비가 날아들었고, 이후 고인의 유골함과 기억공간에도 노란 나비가 찾아왔다고 소개했다. 부모는 이를 채원이가 자신들 곁으로 돌아온 것이라 여겼고, 그 마음을 담아 직접 노란 나비 리본을 만들어 참석자들에게 나눠줬다.

이날 추모식은 라르브르 앙상블의 연주를 시작으로 1부 기억과 애도, 2부 위로, 3부 동행의 약속, 4부 이별 순으로 진행됐다. 묵념이 끝난 뒤 단상에 오른 어머니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자리에 서기 전 채원이 추모관에 들러 ‘엄마에게 용기를 달라’고 말하고 왔다”며 어렵게 입을 연 어머니는 추모객들에게 딸의 삶을 소개했다.

이채원 학생 어머니는 “채원이의 태명은 ‘희망이’였다. 어렵게 찾아온 아이였기에 우리 가족의 희망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렇게 이름을 지었다”며 “이름처럼 밝고 따뜻했고 우리 가족에게 늘 희망 같은 아이였다”고 말했다.
이어 “밝은 미소로 주변 사람들을 먼저 챙기고 친구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며 따뜻한 마음을 나눴으며,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을 좋아해 중학교 때부터 응급구조사가 되는 꿈을 품고 누구보다 성실하게 노력했다”며 “음악을 좋아했고 강아지를 사랑했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늘 공감과 웃음을 잃지 않았던 아이였다. 여러분이 채원이를 떠올릴 때 안타까운 사건이 아니라 따뜻하고 밝았던 모습, 다른 사람을 위해 살아가고자 했던 마음을 기억해 달라”고 눈물로 당부했다.
고인의 1학년 담임이었던 첨단고 정회윤 교사는 “채원이는 제 교직의 시작을 함께한 학생이었다”며 “복도에서 마주치면 늘 먼저 환하게 인사했고, 반티를 맞출 때도 제 것까지 챙겨주던 아이였다. 학급에 무슨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손을 들고 돕던 학생이었다”고 기억했다.

또 “채원이의 꿈은 응급구조사이자 119 소방구급대원이었다. 사람을 살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 했던 아이였다”며 “한 아이가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일은 우리 어른들이 반드시 지켜야 했던 약속이었다. 오늘 우리는 채원이에게 작별 인사를 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약속하러 왔다”고 말했다.
친구들의 추모사는 행사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첨단고 학생회는 “채원이는 누군가에게 너무 소중한 딸이자 친구였고 함께 웃고 이야기하던 평범한 학생이었다”며 “앞으로 하고 싶은 일도 이루고 싶은 꿈도 많았을 채원이의 시간이 너무 이르게 멈췄다”고 애도했다.
같은 반 친구 김나현 학생은 “아직도 학교에 가면 네가 내 이름을 부르며 인사해 줄 것 같은데 이제는 그럴 수 없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겨울방학 때 함께 갔던 여수 여행이 가장 많이 생각난다. 생명과학 시간에 고개를 돌리면 늘 네가 있었는데 이제 그 자리가 비어 있다”고 울먹였다. 이어 “네 목소리와 웃음소리를 한 번만이라도 다시 듣고 싶다. 다음 생에 다시 만나면 그땐 더 오래, 더 좋은 친구로 함께하자”고 말하자 행사장에서는 오열이 터져 나왔다.
친구 이보경 학생도 “너는 피해자 A양이 아니라 내 친구 이채원”이라며 “네가 억울한 건 우리가 끝까지 도울게. 부디 그곳에서는 억울함도 차가움도 없는 곳에서 편히 쉬길 바란다”고 전했다.

2부 ‘위로’에서는 고인의 생전 영상이 상영된 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광주소방지부가 생전 응급구조사를 꿈꿨던 고인을 명예소방관으로 위촉했다. 위촉장에는 “생명을 살리는 길을 꿈꾸며 따뜻한 마음을 나누고자 했던 귀하의 숭고한 정신을 영원히 기억하고자 명예소방관으로 위촉합니다”라는 문구가 담겼고, 소방관 신분증과 제복도 함께 헌정됐다.
이어 일곡청소년문화의집 밴드 ‘앰벌즈’ 보컬 이예은 학생은 이채원 학생이 생전 가장 좋아했던 아이유의 ‘Someday’와 백예린의 ‘산책’을 불렀다. 노래가 흐르는 동안 유가족과 친구들은 서로의 손을 맞잡은 채 끝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3부 ‘동행의 약속’에서는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 임문영 국회의원, 차경희 광주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장, 구제길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광주지회장 등이 추모사를 통해 장윤기에 대한 엄벌과 여성폭력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차경희 소장은 “이채원 학생의 죽음은 개인의 비극으로만 남아서는 안 된다”며 “여성혐오와 젠더폭력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가와 사회가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1시간이 넘는 추모식은 끝내 눈물로 마무리됐다. 추모식이 시작되기 전부터 기억공간을 둘러보며 사진과 편지 앞에 발길을 멈춘 학생들, 영정 앞에 국화를 내려놓고 오열하는 친구들, 서로를 끌어안고 위로하는 시민들의 모습은 마지막 순간까지 이어졌다. 가슴에 노란 나비를 단 참석자들은 “채원이를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되새기며 추모식장을 떠났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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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어떡하라고"···전남광주 홈플러스 입점 점주들 '망연자실'
15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 홈플러스 동광주점이 임시 휴업에 들어간 가운데, 마트가 문을 닫은 모습. 강주비 기자
“7억원을 들여 만든 일터가 하루아침에 사라질 위기에 놓였습니다.”홈플러스의 회생절차 폐지와 휴업 조치가 현실화되면서 대형마트 안에서 생계를 이어온 입점업체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홈플러스가 긴급 운영자금 확보로 회생 가능성을 다시 열었지만, 판매대금과 임대보증금 반환 등 등 보상 방안은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입점 점주들은 회사의 설명 한마디 듣지 못한 채 언론 보도로 상황을 확인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15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산구 홈플러스 광주하남점이 임시 휴업에 들어간 가운데, 입점 업체가 철수한 모습. 강주비 기자15일 오후 찾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광주특별시) 북구 홈플러스 동광주점.마트 내부에서는 영업 중단 안내 방송이 반복해서 흘러나왔고, 본매장은 셔터를 내린 채 불이 꺼져 적막감이 감돌았다. ‘입점업체는 정상 영업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지만 일부 매장은 이미 집기를 철수해 텅 비어 있었고, 문을 연 점포 직원들은 매대 앞에 앉아 침울한 표정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10여년 넘게 이곳에서 매장을 운영해 온 점주 A씨는 “상황이 어떻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한숨부터 내쉬었다.A씨는 “회생 이야기가 나온 지는 꽤 됐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휴업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 막연하게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이어 “회원권을 끊어놓은 기존 고객들만 이용하면서 차감만 이뤄질 뿐 신규 회원은 없어 사실상 매출이 없는 상태”라며 “폐점이 현실화되더라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할 겨를도 없다”고 토로했다.또 “회사에서 별다른 설명을 들은 적이 없고 기사를 보고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고객들도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묻지만 정작 우리도 아는 것이 없어 답답하다. 정확한 안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2022년 입점한 점주 B씨는 “저는 본사 소속이라 다른 지역으로 발령이 날 수도 있지만 함께 근무하는 직원들은 사정이 다르다”며 “직원 2~3명 모두 광주에서 생활하고 있고 광주에서는 이곳이 유일한 매장이라 폐점되면 가장 가까운 대구로 옮겨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15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 홈플러스 동광주점이 임시 휴업에 들어간 가운데, 입점 업체가 철수한 모습. 강주비 기자화장품·의류 등 일부 브랜드는 본사 방침에 따라 철수했지만, 보증금과 월세를 내고 홈플러스와 직접 계약한 점주들은 사정이 달랐다. 월세를 직접 내는 매장들은 상가임대차보호법상 충분한 보호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광주하남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이날 오전 만난 광주하남점 입점업체 점주 C씨는 “계약 당시 홈플러스 건물이 담보신탁으로 넘어간 사실을 안내받지 못했다”며 “이후 이 사실을 알게되고, 상황이 악화되는 것 같아 중간에 나가고 싶었지만 원상복구 비용만 보증금의 절반 가까이 들어가는 데다 남은 보증금까지 돌려받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어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C씨는 “입점 점주나 납품업체 채권은 후순위가 될 가능성이 크고, 경영진의 임금과 퇴직금이 먼저 지급될 수도 있다는 점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입점 점주들은 지역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풀뿌리 소상공인이다. 파산관재인이나 금융기관에 비해 우리의 목소리는 작을 수밖에 없다. 심리적인 고통이 너무 커 앞으로 다른 사업을 시작할 엄두도 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광주하남점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대표 D씨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도움을 호소하기도 했다.D씨는 “평생 모은 돈과 빚을 더해 인테리어 공사에 3억3천만원, 헬스기구 구입에 3억4천만원 등 모두 6억7천만원을 투자했다”며 “홈플러스를 믿고 들어왔는데 대기업이 문을 닫으면 보증금과 시설비를 투자한 임차인들은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적었다.이어 “마트가 문을 닫으면 투자금은 물론 회원들에게 돌려줘야 할 환불금까지 모두 제가 감당해야 한다”며 “힘없는 임차 소상공인이 모든 피해를 떠안지 않도록 정당한 피해보상이 이뤄질 수 있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15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 홈플러스 동광주점이 임시 휴업에 들어간 가운데, 입점 업체가 철수한 모습. 강주비 기자홈플러스는 운영자금 부족을 이유로 지난 13일부터 본사와 전국 67개 대형마트 점포에 대한 임시 휴업을 통보했다. 광주특별시에서는 2024년 광주계림점이 폐점한 데 이어 올해 목포점과 순천풍덕점의 폐점이 결정됐고, 정상 영업 중이던 동광주점과 광주하남점, 광양점, 순천점도 휴업에 들어갔다. 현재 이들 4개 점포에는 150여개 입점업체가 영업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법원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 이후 즉시항고 기한인 오는 20일까지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파산 절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날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이 2천억원 규모의 긴급 운영자금 지원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회생 가능성은 다시 열리게 됐다. 운영자금이 확보되면 홈플러스는 즉시항고를 통해 회생절차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홈플러스는 판매대금은 영세 개인사업자에게 우선 지급하고 있으며 법인사업자에 대해서도 자금을 확보해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입점 점주들이 우려하는 임대보증금 반환 등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한편 홈플러스 입점점주협의회는 이날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열고 판매대금 지급과 임차보증금 보호 대책, 입점 소상공인의 생존권과 영업권 보장을 촉구했다.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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