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350건, 외제차 비율 66%…관행 정황도
전국 공통 시스템...전수 점검 필요성 대두

“저 외제차는 비싸서 그런가? 좋은 번호를 달았네?”, “어떻게 하면 황금번호를 받을 수 있지? 부럽다.”
‘7777’, ‘1004’ 등 이른바 황금번호가 특정 차량 소유주에게 돌아가도록 공무원이 도운 사실이 드러났다. 무작위 배정인줄 알았던 차량 번호가 실제로는 등록대행업체나 운전자에게 식사 등의 대가를 받고 고가의 외제차 차주에게 좋은 번호가 배정받도록 조작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무엇보다 이같은 비리는 광주 서구 뿐 아니라 전국적인 사안으로 파악돼 전국 차량등록 행정 전반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제기된다.
17일 광주 서구에 따르면 구는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교통행정과 차량등록팀 전·현직 담당자 16명을 대상으로 특정감사를 실시한 결과 자동차등록번호 부여 과정에서 조직적인 위법 행위를 적발했다. 구는 관련 직원 10명에 대해 중징계·경징계 요구와 훈계·주의 처분을 결정하고, 관리·감독 책임을 물어 담당 팀장에게 훈계 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또 서부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하고 이달 중 광주시 인사위원회에 징계를 요구할 계획이다.
이번 감사는 지난 1월 자동차등록번호판의 특정 선호번호 배정 과정에 특혜가 있다는 국민신문고 민원이 접수되면서 시작됐다. 서구는 최근 3년간 자동차등록번호 부여 관련 시스템 기록 약 25만건을 분석하고 관련 직원들을 상대로 문답 조사를 진행했다.
문제가 된 번호는 ‘9999’, ‘1234’, ‘1004’ 등 이른바 골드번호다. 동일 숫자가 반복되거나 특정 의미를 담고 있어 선호도가 높은 번호들로 업계에서는 포커번호, 엔젤넘버 등으로 불린다.
감사 결과 담당자들은 자동차등록번호 부여 절차의 허점을 이용해 이 같은 번호를 확보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동차등록번호는 원칙적으로 시스템이 무작위 추출한 10개 번호 가운데 민원인이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부여된다.
담당자들은 무작위 추첨 결과를 먼저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골드번호가 나오면 민원인 차량에 우선 등록한 뒤 곧바로 직권으로 유보 등록하는 방식으로 번호를 확보했다. 번호가 유보 상태로 전환되면 이후 일반 민원인이 번호를 선택할 때 나타나는 추첨 목록에서 제외된다. 이렇게 확보한 번호는 등록대행업체가 특정 번호를 요청할 경우 예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특수지정’ 기능을 통해 특정 차량에 배정됐다.
실제 부정 배정된 차량은 최근 3년간 346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개인 차량은 209건, 법인 차량은 137건이었다. 특히 차종별로는 수입차가 228건으로 전체의 65.9%를 차지했다. 법인 차량도 전체의 39.6%를 차지해 선호번호가 고가 차량과 법인 차량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 과정에서 등록대행업체와 일부 공무원 간 식사 접대를 받는 등 부적절한 관계도 확인됐다.
등록대행업체는 차량 소유주나 자동차 판매업체를 대신해 등록 업무를 처리하는 곳이다. 통상 신차 구매자는 차량 등록 절차를 자동차 영업사원에게 맡기고, 영업사원은 다시 등록대행업체에 업무를 위탁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 업체 직원들은 차량등록 민원실에 상주하다시피 수시로 드나들며 업무를 처리해 왔다. 사실상 매일 얼굴을 마주하는 구조인 만큼 담당 공무원들과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기 쉬운 환경이다.
더욱이 감사 과정에서 일부 직원들은 “전임자에게 배웠다”, “관행적으로 해오던 업무라고 생각했다”는 취지로 진술해 해당 행위가 실무자들 사이에서 인수인계를 거치며 하나의 ‘업무’처럼 이어져 왔음이 드러났다.
자동차 번호 등록은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공통으로 사용하는 시스템이다. 서구 사례와 같이 특정 번호를 유보 등록하거나 특수지정하는 과정도 기존 시스템 기능을 활용하는 등 담당자에게 부여된 고유 권한이다. 자동차 등록 업무가 상급자 결재 없이 담당자가 직접 처리하는 즉결민원 성격이 강하다 보니 사후 점검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위법 행위를 발견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동일한 시스템을 사용하고 차랑번호 등록은 거주지 관계 없이 가능하기 서구와 유사한 사례가 다른 지역에 없는지 전수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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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부담에 큰 보상 가능한데···“소상공인 재해보험 왜 가입 안 하세요?”
지난해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밤사이 폭우로 홍수주의보 등 기상 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광주 북구 운암시장에서 매장 주인들이 출입문에 물 출입을 막기 위해 설치한 모래주머니를 제거하고 있다.
양광삼 기자ygs02@mdlibo.com
중부권을 강타한 폭우로 침수와 산사태 등 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전남광주통합특별시(광주특별시)에서도 자연재난에 대비한 사전 안전망을 강화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막대한 피해를 겪은 데다 올해도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집중되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지만, 소상공인의 풍수해·지진재해보험 가입률은 여전히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22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광주특별시 소상공인 상가·공장 4만3천146건 가운데 풍수해·지진재해보험 가입은 3천310건으로 7.7%에 그쳤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보험료를 지원하고 있지만 10곳 중 1곳도 가입하지 않은 셈이다.광주특별시는 이미 기록적인 폭우의 위력을 경험했다. 지난해 7월 일부 지역에는 하루 400㎜가 넘는 비가 쏟아져 주택과 상가가 침수되고 도로·하천 시설이 유실됐다. 피해 복구에는 광주권역 821억원, 전남권역 2천804억원 등 모두 3천625억원이 투입됐다.올해 들어서도 광주특별시에는 시간당 30~50㎜ 안팎의 강한 비가 짧은 시간에 집중되는 날이 이어지고 있다. 상습 침수지역과 소상공인 상가·공장을 중심으로 자연재난에 상시 대비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는 이유다.풍수해·지진재해보험은 태풍과 홍수, 호우, 강풍, 풍랑, 해일, 대설, 지진, 지진해일 등 9개 자연재난으로 발생한 재산 피해를 보상하는 정책보험이다. 주택과 농·임업용 온실,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상가·공장이 가입 대상이다.민간 손해보험사가 상품을 운영하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보험료의 상당 부분을 부담한다는 점에서 일반 보험과 차이가 있다. 지원 비율은 가입 대상과 소득 수준 등에 따라 전체 보험료의 55~100%다.소상공인이 상가·공장 건물과 시설·집기, 재고자산, 기계 등을 대상으로 연간 6만~7만원의 보험료를 내면 가입 항목과 보장 한도에 따라 침수 등 피해 발생 시 최대 1억5천만~2억원을 보상받을 수 있다.실제 적은 비용으로 큰 피해에 대비한 사례도 있다. 2023년 광주특별시 광산구에서 상가 침수 피해를 본 한 주민은 연간 보험료 6만2천원을 내고 보험금 4천600만원을 받았다.그러나 소상공인 상가·공장의 보험 가입은 줄어드는 추세다. 광주특별시 가입 건수는 2022년 8천64건에서 2023년 5천847건, 2024년 4천790건, 지난해 3천310건으로 3년 연속 감소했다.2022년 가입 건수가 유독 많았던 데에는 민간기업이 사회공헌사업을 통해 소상공인의 보험료를 대신 부담한 영향이 컸다. 이후 무료 가입 지원이 종료되자 상당수 계약이 갱신되지 않으면서 가입 건수가 다시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낮은 인지도와 1년 단위 계약 구조도 가입 확대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상당수 소상공인이 보험의 존재나 정부의 보험료 지원 사실을 알지 못하는 데다 계약을 매년 갱신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기 때문이다.풍수해보험금을 받으면 동일한 피해에 대해 구호비와 의연금을 제외한 정부의 다른 재난지원금을 중복해서 받을 수 없다는 점도 가입을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다. 재난이 발생하면 별도의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보험 가입을 가로막는 셈이다.하지만 실제 보상 규모에는 큰 차이가 있다. 2022년 기준 소상공인 상가·공장에 지급된 풍수해보험금은 평균 3천500만원으로,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을 때 받을 수 있는 재난지원금 300만원의 11배를 웃돌았다.정부는 올해부터 인접 지역에 기상특보가 발효된 경우에도 피해를 인정하도록 보상 기준을 완화했다. 소상공인의 연간 총보장한도도 사고당 보장한도의 2배로 확대했다.행안부 관계자는 “저렴한 비용으로 가정과 일터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풍수해·지진재해보험에 적극 가입해달라”고 당부했다.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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