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 측 불복해 행정심판 청구
'똑같은 잣대' 학폭위 적절성 쟁점

광주 한 초등학교에서 같은 반 남학생으로부터 폭행을 당해 전치 3주 진단을 받은 여학생 측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쌍방 학교폭력’ 결정(무등일보 2026년 5월26일자 6면)에 불복해 광주시교육청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최근 징계 조치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까지 인용되면서 학폭위 판단이 다시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
15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 남구 한 초등학교 6학년 학생 A양 측은 최근 광주시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에 서부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결정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이는 지난 3월 교실에서 발생한 학생 간 폭행에서 비롯됐다. A양은 당시 같은 반 학생 B군이 태블릿PC로 머리를 때리고 발길질을 하는 등 폭행을 가해 전치 3주 진단을 받았다. B군 측은 자신 역시 이 과정에서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맞섰다.
서부교육지원청 학폭위는 지난달 양 측 모두에게 학교폭력 조치를 결정했다. A양에게는 제3호 학내봉사 3시간 등이, B군에게는 제3호 학내봉사 5시간 등이 각각 내려졌다. 이후 A양 측은 결정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함께 신청한 집행정지 신청도 최근 인용됐다. 집행정지는 행정심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학폭위 징계 처분의 효력을 일시적으로 멈추는 절차다.
A양 측은 학폭위가 폭행 경위와 피해 정도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B군이 먼저 폭행을 시작했다고 진술했고 태블릿PC를 이용한 폭행 사실도 인정됐는데, 양측 모두에게 비슷한 수준의 학교폭력 조치가 내려진 점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B군 측이 제출한 팔꿈치 염좌 및 타박상 진단서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B군 측은 해당 진단서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기록 등을 제출하며 자신 역시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A양 측은 해당 상해가 실제 폭행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점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A양 학부모는 “사건 당시 상황과 제출한 자료들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채 쌍방 학교폭력으로 판단된 것 같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행정심판을 통해 판단 과정을 다시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광주 지역 한 변호사는 “학폭위 절차는 형사처벌이 아닌 학생 선도와 교육을 목적으로 한다”며 “먼저 폭행을 시작한 학생과 이에 대응한 학생을 동일하게 평가하는 것이 교육 차원에서도 적절한지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집행정지가 신청된다고 모두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본안 판단 전까지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고 처분 효력을 정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광주시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는 향후 양측이 제출한 자료와 의견 등을 검토한 뒤 학폭위 결정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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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 가면 쓴 전라도 혐오··· "이미 곪을 대로 곪았다"
무등일보가 지난 1년간 네이버 포털 뉴스에 달린 전라도 혐오 표현을 분석해, ‘워드 클라우드’ 방식으로 표현했다. 댓글 가운데 ‘가짜유공자’, ‘성역화’, ‘폭도’, ‘5·18’, ‘민주당몰표’, ‘빨갱이’, ‘홍어’, ‘전라디언’ 등의 혐오 댓글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확인된다.최류빈기자 rubi@mdilbo.com“7시 남쪽나라 청정구역으로 반도체 공장이 왜 가냐? 삼전닉스 망하려고 환장했네.”최근 정부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호남 반도체 투자를 다룬 뉴스에 달린 댓글이다. 7시(대한민국 지도 중심에서 시계바늘을 바라보았을 때, 전라도가 위치한 남서쪽 방향이 7시 방향이라는 점에서 유래한 대표적인 지역 비하 은어), 남쪽나라(대한민국과 다른 별개의 이질적인 다른 나라나 격리된 섬처럼 취급하며 배제하는 단어), 청정구역(대한민국에서 격리·배제해야 할 지역이라는 반어법적 조롱) 등 모두 ‘전라도 혐오’ 표현들이다. 단순히 호남 반도체 투자에 반발하는 댓글로 보이지만, 온라인상에 만연한 전라도 비하·혐오 표현이 고도로 집약된 것이다.댓글은 양날의 칼이다. 기사에 대한 생각을 나누게 해주는 ‘공론의 장’이지만, ‘좌표’를 찍거나 ‘악플’을 양산해 큰 피해를 주기도 한다. 이처럼 온라인상에서 전라도를 향한 혐오 표현이 직접적인 모욕은 물론, 이를 넘어선 조롱과 배제의 은어와 밈(Meme)으로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등일보가 지난 1년간 국내 대표 포털 네이버 뉴스 댓글 10만여개를 분석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의 지역 혐오가 이미 자정 작용을 잃고 ‘곪을 대로 곪았다’고 진단, 법적·제도적 규제를 포함한 전방위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무등일보가 수집한 댓글 10만2천698개(178만7천326어절)를 생성형 AI를 활용해 사회 연결망 분석(SNA)한 ‘전라도 혐오 표현 언어 네트워크’. 소규모 데이터세트 시각화에 적합한 ForceAtlas2 레이아웃을 활용했으며, 원이 클수록 반복 빈도가 높고 선이 굵을수록 공출현(함께 언급) 빈도가 많다. 최류빈기자 rubi@mdilbo.com◆온라인 댓글 창 통해 진화하는 혐오무등일보는 지난 최근 1년간 네이버 뉴스 콘텐츠제휴(CP) 언론사(68곳)에서 보도한 기사 300건의 댓글 10만2천698개를 수집·분석했다. 수집 기준 키워드는 스타벅스(탱크데이), 배재고, 반도체, 5·18 등 4개다. 전국적으로 이슈가 컸던 만큼 댓글 창을 통한 온라인 유저들의 참여가 활발했기 때문에 ‘전라도 혐오 표현’의 빈도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송은성 광주과학기술원(GIST) AI융합학과 융합기술학제학부 교수·연구팀의 자문을 거쳐 설계하고 실시했다.우선, 혐오 댓글은 6천602개로, 전체의 8.09%에 달했는데, 국가인권위원회가 혐오 표현이라고 규정한 ‘특정 출신 지역을 이유로 모욕·비하·멸시하여 차별을 정당화·조장하는 표현’에 따랐다. 이는 포털의 자동 필터링 시스템을 뚫고 살아남은 댓글들만 집계한 결과다. 네이버 자체 규정 위반이나 신고를 통해 삭제 처리된 댓글 1만 4천845건을 포함하면 댓글 10개 중 1개가 직접적인 혐오 표현인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상 온라인상에서 전라도를 향한 무차별적인 비하와 왜곡, 조롱이 일어나고 있다는 게 확인된 셈이다.데이터 빈도 분석에서 가장 압도적으로 많이 등장한 단어는 단연코 5·18이었다. 이를 중심으로 한 공산당, 폭도, 특혜 등 전라도 혐오 표현이 주를 이뤘다. 특히 ‘가짜 유공자’나 ‘명단 공개’와 같은 극우집단에서 제기하는 ‘5·18 낙인 프레임’을 끊임 없이 재생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서 5·18을 경제적 이권을 챙기는 행위로 왜곡하고, 이를 기반으로 광주와 전라도를 ‘보상금만 챙기는 집단’으로 낙인 찍는 방식이다. 1980년 신군부가 학살을 정당화하기 위해 씌웠던 ‘빨갱이·폭도’ 프레임이, 최근 온라인 공간에서는 ‘가짜 유공자·세금 도둑’이라는 자본주의적 프레임과 결합해 한층 잔혹하게 재생산되고 있는 것이다.◆표현의 자유 뒤에 숨는 ‘도그휘슬’문제는 전라도에 대한 혐오 표현이 더 조직적이고 교묘해지고 있다는 데 있다. 이른바 표현의 자유 뒤에 숨어 극단적 지역 혐오 코드를 끼워 넣는 ‘도그휘슬’(Dog whistle) 현상이다. 개에게만 들리고 인간에게는 들리지 않는 호루라기처럼, 일반 시민이나 포털의 AI 필터링 알고리즘은 알아채지 못하지만 극우 성향의 유저들끼리는 단박에 알아채는 은어(암호)를 사용하는 방식이다.과거에는 댓글창에 ‘홍어’, ‘전라디언’, ‘빨갱이’와 같은 직접적인 비하 표현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최근에는 전라도의 지리적 위치를 시계 방향에 비춘 ‘7시’나 ‘남쪽나라’, 대한민국에서 배제·격리된 지역을 뜻하는 ‘청정구역’ 또는 ‘그 동네’, ‘해외’라는 표현이 소비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구강염 치료제 이름에 ‘7시’를 결합한 ‘알보칠(알고 보니 7시)’, 까보칠(까고 보니 7시), ‘탈라도’(전라도 출신이지만 보수성향 출신일 때) 등도 있다. 최근에는 전라도 관련 인물이 보도된 뉴스나 인스타그램·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SNS)에서는 ‘고향이 어디세요?와 같은 댓글이 달리는 것도 도그휘슬의 전형이다. 도그휘슬 방식은 전라도 혐오를 악질적인 방식으로 진화시켰다. 포털이나 언론사에서 검열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놀이문화로 아이들에게까지도 무분별하게 소비되게 하는 것이다.◆감정적 혐오가 집단적 낙인으로무등일보는 단순히 특정 혐오 표현이 얼마나 많이 반복되었는지 숫자를 세는 일차원적 접근을 넘어, 단어와 단어 사이의 유기적인 연관성을 추적하는 ‘사회연결망분석(SNA)’을 했다. 혐오 표현들간 상관 관계를 추적해 혐오가 어떻게 담론을 형성해 가는 지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이 분석은 하나의 댓글 안에서 어떤 단어들이 바늘과 실처럼 함께 등장(공출현)하는지 파악해 관계망을 지도처럼 시각화하는 방식이다.그 결과, 중앙의 ‘전라도’를 중심으로 ‘5·18’, ‘좌파’, ‘민주당’, ‘광주’, ‘성역화’ 등 이념적·역사적 낙인 단어들이 가장 굵고 촘촘한 연결선으로 결합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곽으로는 ‘홍어’, ‘절라동화’, ‘7시’ 같은 일상적·조롱성 밈과 도그휘슬 단어들이 그물망처럼 얽혀 있는 구조다. 즉, ‘전라도’라는 단어가 ‘좌파’, ‘5·18’, ‘민주당’과 연결되면서 단순한 감정적 지역 비하가 정치적 낙인이나 역사 왜곡이라는 이데올로기와 결합해 어떻게 고착화되는지 증명한다. 전라도 혐오 세력이 특정 사건이나 정치적 이슈를 빌미로 삼아 증오를 생산하고 확산시키면서 전라도에 대한 낙인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실제 최근의 혐오 표현들은 ‘복합형 혐오’로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역사적 왜곡과 정치적 낙인, 경제적 비난을 한 문장 안에 섞어 비빔밥처럼 버무려내는 식이다. “광주는 좌파 성역이라 정부 특혜를 받는다”와 같은 댓글들이 대표적이다. ‘홍어’ ‘깽깽이’ 등 단순 비난이 아닌, 광주와 정부 여당, 반도체 등을 하나의 프레임으로 엮어내 전라도 혐오의 논리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거다.◆“방치된 폭력, 즉각적인 대책 필요하다”이 같은 온라인상의 전라도 혐오가 ‘집단적 왕따’에 이르렀음에도 무관심 속에서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전라도 혐오 표현은 자유를 넘어서는 폭력이란 지적이다. 양혜승 전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온라인에서의 만연한 전라도 혐오 표현이 과거부터 누적되고, 해결되지 않으면서 현재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며 “과거 오프라인에서 있었던 전라도 혐오 표현이 비하 수준에 그쳤다면, 지금은 집단적인 왕따로 확대되고 그 게 재미 있는 문화가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학교 교실에서 특정 학생을 재미로 따돌리는 일이 발생하면 엄연한 학교폭력으로 다뤄지는데, 이와 똑같은 폭력이 온라인이라는 사회적 공간에서 대규모로 일어나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특히 일부에서 이를 ‘표현의 자유’ 영역으로 옹호하는 시각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이를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하는 것은 후안무치한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일각에서는 법적 규제 일변도로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무엇이든 발 빠르게 해야 할 만큼 위급하다”며 “온라인 공간이 더 오염되기 전에 포털의 책임을 강화하고 이용자를 제재할 수 있는 사회적 공론화와 입법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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