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공무원 81% "차출 부당"...전국 최고
10명 중 8명 관행·어쩔 수 없어 참여
공노조 "근본적 선거제도 개혁 필요"

6·3 지방선거에서 일부 지역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하면서 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 운영 체계가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투표 현장 실무 상당 부분을 지방공무원이 맡는 구조에 대한 개선 요구도 다시 커지고 있다.
12일 광주시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광주 5개 자치구 93개 행정동에서 동원된 국가지방공무원은 사전투표 이틀간 각각 1천200여명, 본투표 당일에는 2천852명이 선거사무에 투입됐다.
이는 사전·본투표 당일 동원된 인원으로 공보물 발송과 투표안내문 작업, 투표소 설치·철거 등 선거 전후 업무에 참여한 공무원은 포함되지 않은 수치로 실제 규모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선거 업무를 담당하는 광주시선관위와 5개구 선관위 직원은 전체 약 70명 수준으로 선거 현장 운영 상당 부분이 지방공무원 협조를 전제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선거철이면 지방공무원들은 투표관리관과 투표사무원, 선거인명부 작성, 공보물 발송, 투표소 설치·철거 등 다양한 선거 업무를 담당한다. 투표 당일에는 이른 새벽부터 투표 준비에 나서 투표 종료 후 투표함 봉인까지 마쳐야 해 12~13시간 이상의 장시간 근무가 불가피하다.
광주 한 자치구 소속 공무원 A씨는 “원래도 선거사무를 선호하는 직원은 많지 않았다. 희망자를 받는 형식이지만 하겠다는 사람이 없어 눈치가 보여 어쩔 수 없이 하겠다고 했다. 이번 투표용지 부족으로 인한 논란으로 안할 수만 있다면 다시는 선거 사무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광주 자치구 소속 공무원 B씨는 “투표소가 오전 6시에 운영을 시작하면 새벽 5시께는 출근해야 한다. 투표는 오후 6시에 끝나지만 투표함 정리와 각종 마감 업무까지 마치면 오후 8시가 넘어서야 퇴근하는 경우가 많다”며 “14만~17만원 정도의 수당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업무 강도와 책임에 비하면 부담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철이면 원래 맡고 있는 업무에 선거사무까지 더해져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혹시라도 실수가 발생하면 민원과 책임은 현장에 있는 공무원들이 감당해야 한다는 압박도 상당하다”며 “특히 고령 유권자들의 대기시간이 길어지면 현장 직원들에게 불만을 표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결국 투표소에서 발생하는 각종 민원과 항의를 가장 가까이에서 감당하는 것도 공무원들”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된 2022년 한국정당학회에 의뢰해 수행한 ‘안정적 선거관리를 위한 선거관리제도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전국 공무원 3천84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5%가 선거사무 동원·차출이 부당하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 77.3%는 “가능하면 선거사무에서 빠지고 싶다”고 답했으며 82%는 향후 투·개표 사무에 참여할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특히 광주의 경우 일선 공무원들이 선거사무에 동원·차출이 부당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81%로 대구와 함께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선거사무 참여 이유를 묻는 질문에서는 광주지역 응답자의 65%가 “업무 분장에 따라 관행적으로 참여한다”고 답했고, 23%는 “아무도 참여하려 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맡게 됐다”고 응답했다. 반면 선거사무의 중요성을 고려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응답은 6%에 그쳤다. 동원된 광주 공무원 10명 중 8명 이상이 비자발적으로 선거사무에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업무 부담의 원인으로는 ‘투표 준비를 포함한 근무시간이 길어서’라는 응답이 32%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사건·사고 발생에 대한 부담감(31%)’, ‘업무에 대한 보상이 적어서(30%)’, ‘투표 관리 절차의 복잡성·선거인 응대의 어려움(3%)’ 순으로 나타났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지난 10일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선거 현장 관리 업무를 지방공무원에게 떠넘기는 구조를 혁신하지 않으면 향후 선거사무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전공노는 이날 현행 대행사무 제도 중단과 선관위 조직 개혁, 선거사무 종사자 처우 개선 등을 요구했다.
백형준 전공노 광주본부장은 “그동안 선거사무와 관련한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지만 수당을 소폭 인상하는 수준에 그쳤다”며 “광주시선관위가 공보물 작업을 위탁하는 등 공무원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여전히 지방공무원 의존도가 높은 만큼 선관위가 고유 업무를 직접 수행할 수 있도록 조직과 인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보물 제작과 배부, 투·개표 운영 방식 등도 지금의 디지털 환경에 맞게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무원들의 희생에 기대는 선거 운영이 아닌 21세기에 걸맞은 선거제도 개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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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 가면 쓴 전라도 혐오··· "이미 곪을 대로 곪았다"
무등일보가 지난 1년간 네이버 포털 뉴스에 달린 전라도 혐오 표현을 분석해, ‘워드 클라우드’ 방식으로 표현했다. 댓글 가운데 ‘가짜유공자’, ‘성역화’, ‘폭도’, ‘5·18’, ‘민주당몰표’, ‘빨갱이’, ‘홍어’, ‘전라디언’ 등의 혐오 댓글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확인된다.최류빈기자 rubi@mdilbo.com“7시 남쪽나라 청정구역으로 반도체 공장이 왜 가냐? 삼전닉스 망하려고 환장했네.”최근 정부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호남 반도체 투자를 다룬 뉴스에 달린 댓글이다. 7시(대한민국 지도 중심에서 시계바늘을 바라보았을 때, 전라도가 위치한 남서쪽 방향이 7시 방향이라는 점에서 유래한 대표적인 지역 비하 은어), 남쪽나라(대한민국과 다른 별개의 이질적인 다른 나라나 격리된 섬처럼 취급하며 배제하는 단어), 청정구역(대한민국에서 격리·배제해야 할 지역이라는 반어법적 조롱) 등 모두 ‘전라도 혐오’ 표현들이다. 단순히 호남 반도체 투자에 반발하는 댓글로 보이지만, 온라인상에 만연한 전라도 비하·혐오 표현이 고도로 집약된 것이다.댓글은 양날의 칼이다. 기사에 대한 생각을 나누게 해주는 ‘공론의 장’이지만, ‘좌표’를 찍거나 ‘악플’을 양산해 큰 피해를 주기도 한다. 이처럼 온라인상에서 전라도를 향한 혐오 표현이 직접적인 모욕은 물론, 이를 넘어선 조롱과 배제의 은어와 밈(Meme)으로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등일보가 지난 1년간 국내 대표 포털 네이버 뉴스 댓글 10만여개를 분석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의 지역 혐오가 이미 자정 작용을 잃고 ‘곪을 대로 곪았다’고 진단, 법적·제도적 규제를 포함한 전방위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무등일보가 수집한 댓글 10만2천698개(178만7천326어절)를 생성형 AI를 활용해 사회 연결망 분석(SNA)한 ‘전라도 혐오 표현 언어 네트워크’. 소규모 데이터세트 시각화에 적합한 ForceAtlas2 레이아웃을 활용했으며, 원이 클수록 반복 빈도가 높고 선이 굵을수록 공출현(함께 언급) 빈도가 많다. 최류빈기자 rubi@mdilbo.com◆온라인 댓글 창 통해 진화하는 혐오무등일보는 지난 최근 1년간 네이버 뉴스 콘텐츠제휴(CP) 언론사(68곳)에서 보도한 기사 300건의 댓글 10만2천698개를 수집·분석했다. 수집 기준 키워드는 스타벅스(탱크데이), 배재고, 반도체, 5·18 등 4개다. 전국적으로 이슈가 컸던 만큼 댓글 창을 통한 온라인 유저들의 참여가 활발했기 때문에 ‘전라도 혐오 표현’의 빈도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송은성 광주과학기술원(GIST) AI융합학과 융합기술학제학부 교수·연구팀의 자문을 거쳐 설계하고 실시했다.우선, 혐오 댓글은 6천602개로, 전체의 8.09%에 달했는데, 국가인권위원회가 혐오 표현이라고 규정한 ‘특정 출신 지역을 이유로 모욕·비하·멸시하여 차별을 정당화·조장하는 표현’에 따랐다. 이는 포털의 자동 필터링 시스템을 뚫고 살아남은 댓글들만 집계한 결과다. 네이버 자체 규정 위반이나 신고를 통해 삭제 처리된 댓글 1만 4천845건을 포함하면 댓글 10개 중 1개가 직접적인 혐오 표현인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상 온라인상에서 전라도를 향한 무차별적인 비하와 왜곡, 조롱이 일어나고 있다는 게 확인된 셈이다.데이터 빈도 분석에서 가장 압도적으로 많이 등장한 단어는 단연코 5·18이었다. 이를 중심으로 한 공산당, 폭도, 특혜 등 전라도 혐오 표현이 주를 이뤘다. 특히 ‘가짜 유공자’나 ‘명단 공개’와 같은 극우집단에서 제기하는 ‘5·18 낙인 프레임’을 끊임 없이 재생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서 5·18을 경제적 이권을 챙기는 행위로 왜곡하고, 이를 기반으로 광주와 전라도를 ‘보상금만 챙기는 집단’으로 낙인 찍는 방식이다. 1980년 신군부가 학살을 정당화하기 위해 씌웠던 ‘빨갱이·폭도’ 프레임이, 최근 온라인 공간에서는 ‘가짜 유공자·세금 도둑’이라는 자본주의적 프레임과 결합해 한층 잔혹하게 재생산되고 있는 것이다.◆표현의 자유 뒤에 숨는 ‘도그휘슬’문제는 전라도에 대한 혐오 표현이 더 조직적이고 교묘해지고 있다는 데 있다. 이른바 표현의 자유 뒤에 숨어 극단적 지역 혐오 코드를 끼워 넣는 ‘도그휘슬’(Dog whistle) 현상이다. 개에게만 들리고 인간에게는 들리지 않는 호루라기처럼, 일반 시민이나 포털의 AI 필터링 알고리즘은 알아채지 못하지만 극우 성향의 유저들끼리는 단박에 알아채는 은어(암호)를 사용하는 방식이다.과거에는 댓글창에 ‘홍어’, ‘전라디언’, ‘빨갱이’와 같은 직접적인 비하 표현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최근에는 전라도의 지리적 위치를 시계 방향에 비춘 ‘7시’나 ‘남쪽나라’, 대한민국에서 배제·격리된 지역을 뜻하는 ‘청정구역’ 또는 ‘그 동네’, ‘해외’라는 표현이 소비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구강염 치료제 이름에 ‘7시’를 결합한 ‘알보칠(알고 보니 7시)’, 까보칠(까고 보니 7시), ‘탈라도’(전라도 출신이지만 보수성향 출신일 때) 등도 있다. 최근에는 전라도 관련 인물이 보도된 뉴스나 인스타그램·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SNS)에서는 ‘고향이 어디세요?와 같은 댓글이 달리는 것도 도그휘슬의 전형이다. 도그휘슬 방식은 전라도 혐오를 악질적인 방식으로 진화시켰다. 포털이나 언론사에서 검열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놀이문화로 아이들에게까지도 무분별하게 소비되게 하는 것이다.◆감정적 혐오가 집단적 낙인으로무등일보는 단순히 특정 혐오 표현이 얼마나 많이 반복되었는지 숫자를 세는 일차원적 접근을 넘어, 단어와 단어 사이의 유기적인 연관성을 추적하는 ‘사회연결망분석(SNA)’을 했다. 혐오 표현들간 상관 관계를 추적해 혐오가 어떻게 담론을 형성해 가는 지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이 분석은 하나의 댓글 안에서 어떤 단어들이 바늘과 실처럼 함께 등장(공출현)하는지 파악해 관계망을 지도처럼 시각화하는 방식이다.그 결과, 중앙의 ‘전라도’를 중심으로 ‘5·18’, ‘좌파’, ‘민주당’, ‘광주’, ‘성역화’ 등 이념적·역사적 낙인 단어들이 가장 굵고 촘촘한 연결선으로 결합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곽으로는 ‘홍어’, ‘절라동화’, ‘7시’ 같은 일상적·조롱성 밈과 도그휘슬 단어들이 그물망처럼 얽혀 있는 구조다. 즉, ‘전라도’라는 단어가 ‘좌파’, ‘5·18’, ‘민주당’과 연결되면서 단순한 감정적 지역 비하가 정치적 낙인이나 역사 왜곡이라는 이데올로기와 결합해 어떻게 고착화되는지 증명한다. 전라도 혐오 세력이 특정 사건이나 정치적 이슈를 빌미로 삼아 증오를 생산하고 확산시키면서 전라도에 대한 낙인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실제 최근의 혐오 표현들은 ‘복합형 혐오’로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역사적 왜곡과 정치적 낙인, 경제적 비난을 한 문장 안에 섞어 비빔밥처럼 버무려내는 식이다. “광주는 좌파 성역이라 정부 특혜를 받는다”와 같은 댓글들이 대표적이다. ‘홍어’ ‘깽깽이’ 등 단순 비난이 아닌, 광주와 정부 여당, 반도체 등을 하나의 프레임으로 엮어내 전라도 혐오의 논리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거다.◆“방치된 폭력, 즉각적인 대책 필요하다”이 같은 온라인상의 전라도 혐오가 ‘집단적 왕따’에 이르렀음에도 무관심 속에서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전라도 혐오 표현은 자유를 넘어서는 폭력이란 지적이다. 양혜승 전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온라인에서의 만연한 전라도 혐오 표현이 과거부터 누적되고, 해결되지 않으면서 현재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며 “과거 오프라인에서 있었던 전라도 혐오 표현이 비하 수준에 그쳤다면, 지금은 집단적인 왕따로 확대되고 그 게 재미 있는 문화가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학교 교실에서 특정 학생을 재미로 따돌리는 일이 발생하면 엄연한 학교폭력으로 다뤄지는데, 이와 똑같은 폭력이 온라인이라는 사회적 공간에서 대규모로 일어나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특히 일부에서 이를 ‘표현의 자유’ 영역으로 옹호하는 시각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이를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하는 것은 후안무치한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일각에서는 법적 규제 일변도로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무엇이든 발 빠르게 해야 할 만큼 위급하다”며 “온라인 공간이 더 오염되기 전에 포털의 책임을 강화하고 이용자를 제재할 수 있는 사회적 공론화와 입법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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