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군부 내란 준비부터 발포·성폭력·재진입 작전까지 망라
5·18진상위 자료에 보다 객관적이고 체계적으로 추가

5·18민주화운동 당시 국가폭력의 실체와 책임 구조를 재조명하기 위한 민간 차원의 후속 연구가 공개됐다.
5·18기념재단과 5·18국제연구원은 지난 29일 오후 2시 광주 동구 5·18민주화운동기록관 7층 다목적실에서 ‘(가칭) 5·18국가폭력보고서 발간을 위한 학술세미나’를 열고 조사·집필 중인 보고서의 주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세미나는 2024년 활동을 마친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성과를 계승하면서도 미진했던 국가폭력의 구조와 책임 체계를 민간 차원에서 재정리하기 위해 마련됐다. 보고서는 6권 규모로 집필 중이다.
최정기 5·18국제연구원장은 개회사에서 “조사위가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보다 진전된 국가폭력 보고서를 기획해 지난해 말부터 집필 작업을 진행해 왔다”며 “이번 세미나는 보고서 발간을 위한 중간보고회”라고 밝혔다. 윤목현 5·18기념재단 이사장도 “국가폭력의 실상을 보다 객관적이고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신군부의 권력 장악 과정과 초기 폭력의 전개 양상이 집중 조명됐다.
차영귀 서강대 연구교수는 ‘내란을 준비한 밀실의 기록-신군부의 12·12 군사반란부터 5·17 내란까지’ 발제를 통해 신군부가 계엄기구와 군 인사체계를 활용해 권력을 장악하는 과정을 분석했다. 그는 계엄 확대 이전부터 광주지역에 공수부대가 배치되고 정치인·학생운동권에 대한 사찰과 통제가 이뤄진 점 등을 근거로 5·18을 우발적 충돌이 아닌 계획된 권력 장악 과정의 연장선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형주 전남대 연구교수는 ‘신군부 반란세력이 동원한 군의 반인도적 폭력’ 발표에서 계엄군의 폭력이 일부 군인의 일탈이 아닌 조직적 국가폭력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시민 연행과 불법 구금, 고문, 의료 통제, 감시 활동 등이 체계적으로 이뤄졌으며 국제인권법상 반인도범죄 관점에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희준 국민대 연구교수는 ‘계엄군의 진압작전과 발포’ 발표를 통해 광주역과 전남도청 앞 집단발포, 광주 재진입작전 등을 분석했다. 그는 실탄 분배 과정과 지휘체계 등을 검토한 결과 발포가 현장 지휘관의 우발적 판단이 아닌 조직적 의사결정에 의해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또 광주 재진입작전 역시 사전에 계획된 군사작전이었다고 분석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국가폭력의 확장된 형태와 책임 구조가 논의됐다.
이태규 서강대 연구교수는 헬기사격 사건의 쟁점과 진실을 주제로 발표하며 전일빌딩245 탄흔 조사와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헬기사격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축적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구체적인 지휘계통과 사격 명령 체계는 여전히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황보근 서강대 연구교수는 전투기 출격 대기 의혹을 다루며 당시 군 조직 내부의 복종 체계와 명령 구조를 분석했다. 그는 전투기 출격 논란을 단순한 사실 여부를 넘어 신군부가 군 조직을 어떻게 통제했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했다.
이춘희 오월어머니집 관장은 ‘5·18 성폭력의 시공간적 구조’ 발표를 통해 성폭력이 특정 개인의 범죄가 아닌 국가폭력의 일부였다고 진단했다. 그는 성폭력이 연행과 구금, 조사 과정 전반에서 발생했으며 피해자들이 수십 년간 침묵해야 했던 사회적 구조와 국가 책임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차영귀 교수는 ‘광주 재진입작전의 과도한 폭력성과 책임 소재’ 발표를 통해 5월27일 재진입작전 과정에서 사용된 무력 수준과 발포 행위의 적법성 여부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진입작전이 5·18 최종 국면에서 국가폭력이 어떻게 집행됐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설명했다.
한편 5·18기념재단은 올해 연중 ‘5·18국가폭력보고서’ 발간을 위한 최종 집필을 오는 10월까지 완료할 방침이다. 5·18진상조사위가 펴낸 종합보고서와 개별보고서의 부실 문제를 짚고, 조사위가 수집한 자료와 기존 연구·증언·문헌을 다시 대조해 5·18 국가폭력의 주요 쟁점을 재정립하는 게 핵심이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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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동참사 5주기···희생자 기억할 추모공간 조성 본격화
추모공간계획안(대상지). 광주 동구 제공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붕괴참사 5주기 추모식이 9일 광주 동구청에서 열린 가운데 희생자들을 기억하기 위한 추모공간 조성 계획이 공개됐다.이날 추모식에는 유가족과 시민, 정치권 인사, 재난참사 피해자 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해 희생자 9명을 추모하고 재발 방지를 다짐했다. 참석자들은 참사가 발생했던 오후 4시22분에 맞춰 묵념하며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추모식에서는 학동4구역 재개발 사업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이 추모공간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박성아 HDC현대산업개발 조경팀장은 “학동4구역과 광주천 사이 학동행정복합센터 전면부 연결녹지공간에 약 100평 규모의 추모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붕괴 참사 5주기 추모식이 9일 광주동구청 주차장에서 엄수됐다. 광주학동참사유가족들이 붕괴사고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넋을 위로하는 헌화를 하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추모공간은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동시에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참사를 기억할 수 있는 공적 공간으로 조성된다. 공간에는 희생자 9명을 상징하는 수목 9주와 추모 조형물, 비움의 공간, 순환형 사색길, 휴게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설계 콘셉트는 ‘시간의 순환’이다. 원형 구조를 통해 희생자들의 삶과 기억이 시간을 넘어 이어진다는 의미를 담았다. 수목과 조형물 등 세부 요소는 향후 유가족들과 협의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광주시와 동구청은 2029년 상반기 추모공간이 차질 없이 조성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강기정 광주시장의 추모사를 대독한 고광완 행정부시장은 “광주시는 추모공간 조성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며 “유가족의 뜻을 반영해 시민들이 편안하게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임택 동구청장도 “유가족들께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광주시와 함께 유가족들과 긴밀히 협의해 아직 해결되지 못한 부분들을 풀어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이진의 광주학동참사유가족협의회 공동대표는 “현대산업개발이 공개한 추모공간 조성 계획은 유가족들과 협의해 마련된 내용”이라며 “추모공간이 완성되면 가족들의 이름을 부르며 조용히 추모할 수 있기를 바란다. 희생자 추모사업도 지속적으로 이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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