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은 계획된 국가폭력”···국가폭력보고서 중간보고회서 다시 한번 확인

입력 2026.06.01. 11:24 김종찬 기자
5·18기념재단, 국가폭력보고서 발간 학술세미나 개최
신군부 내란 준비부터 발포·성폭력·재진입 작전까지 망라
5·18진상위 자료에 보다 객관적이고 체계적으로 추가
노희준 국민대 연구교수가 28일 광주 동구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 열린 (가칭)5·18 국가폭력보고서 발간을 위한 학술세미나에서 ‘계엄군의 진압작전과 발포’를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국가폭력의 실체와 책임 구조를 재조명하기 위한 민간 차원의 후속 연구가 공개됐다.

5·18기념재단과 5·18국제연구원은 지난 29일 오후 2시 광주 동구 5·18민주화운동기록관 7층 다목적실에서 ‘(가칭) 5·18국가폭력보고서 발간을 위한 학술세미나’를 열고 조사·집필 중인 보고서의 주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세미나는 2024년 활동을 마친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성과를 계승하면서도 미진했던 국가폭력의 구조와 책임 체계를 민간 차원에서 재정리하기 위해 마련됐다. 보고서는 6권 규모로 집필 중이다.

최정기 5·18국제연구원장은 개회사에서 “조사위가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보다 진전된 국가폭력 보고서를 기획해 지난해 말부터 집필 작업을 진행해 왔다”며 “이번 세미나는 보고서 발간을 위한 중간보고회”라고 밝혔다. 윤목현 5·18기념재단 이사장도 “국가폭력의 실상을 보다 객관적이고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신군부의 권력 장악 과정과 초기 폭력의 전개 양상이 집중 조명됐다.

차영귀 서강대 연구교수는 ‘내란을 준비한 밀실의 기록-신군부의 12·12 군사반란부터 5·17 내란까지’ 발제를 통해 신군부가 계엄기구와 군 인사체계를 활용해 권력을 장악하는 과정을 분석했다. 그는 계엄 확대 이전부터 광주지역에 공수부대가 배치되고 정치인·학생운동권에 대한 사찰과 통제가 이뤄진 점 등을 근거로 5·18을 우발적 충돌이 아닌 계획된 권력 장악 과정의 연장선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형주 전남대 연구교수는 ‘신군부 반란세력이 동원한 군의 반인도적 폭력’ 발표에서 계엄군의 폭력이 일부 군인의 일탈이 아닌 조직적 국가폭력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시민 연행과 불법 구금, 고문, 의료 통제, 감시 활동 등이 체계적으로 이뤄졌으며 국제인권법상 반인도범죄 관점에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희준 국민대 연구교수는 ‘계엄군의 진압작전과 발포’ 발표를 통해 광주역과 전남도청 앞 집단발포, 광주 재진입작전 등을 분석했다. 그는 실탄 분배 과정과 지휘체계 등을 검토한 결과 발포가 현장 지휘관의 우발적 판단이 아닌 조직적 의사결정에 의해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또 광주 재진입작전 역시 사전에 계획된 군사작전이었다고 분석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국가폭력의 확장된 형태와 책임 구조가 논의됐다.

이태규 서강대 연구교수는 헬기사격 사건의 쟁점과 진실을 주제로 발표하며 전일빌딩245 탄흔 조사와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헬기사격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축적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구체적인 지휘계통과 사격 명령 체계는 여전히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황보근 서강대 연구교수는 전투기 출격 대기 의혹을 다루며 당시 군 조직 내부의 복종 체계와 명령 구조를 분석했다. 그는 전투기 출격 논란을 단순한 사실 여부를 넘어 신군부가 군 조직을 어떻게 통제했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했다.

이춘희 오월어머니집 관장은 ‘5·18 성폭력의 시공간적 구조’ 발표를 통해 성폭력이 특정 개인의 범죄가 아닌 국가폭력의 일부였다고 진단했다. 그는 성폭력이 연행과 구금, 조사 과정 전반에서 발생했으며 피해자들이 수십 년간 침묵해야 했던 사회적 구조와 국가 책임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차영귀 교수는 ‘광주 재진입작전의 과도한 폭력성과 책임 소재’ 발표를 통해 5월27일 재진입작전 과정에서 사용된 무력 수준과 발포 행위의 적법성 여부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진입작전이 5·18 최종 국면에서 국가폭력이 어떻게 집행됐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설명했다.

한편 5·18기념재단은 올해 연중 ‘5·18국가폭력보고서’ 발간을 위한 최종 집필을 오는 10월까지 완료할 방침이다. 5·18진상조사위가 펴낸 종합보고서와 개별보고서의 부실 문제를 짚고, 조사위가 수집한 자료와 기존 연구·증언·문헌을 다시 대조해 5·18 국가폭력의 주요 쟁점을 재정립하는 게 핵심이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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